글 류제경 기자
사진 현수진 기자
(blog.naver.com/sportsku)

Warming up: 눈치 싸움
고연전은 언제나 치열하고 꼭 이겨야 하는 경기다. 하지만 서로 만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9월 27일로 예정된 정기 고연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과도한 전력 노출을 했다가는 정작 중요한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양교 사령탑은 실리와 명분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 있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고대는 부상 중인 김주한(체교 12)을 대신해 올 시즌 주력 투수로 활약한 이희웅(체교 10)에게 선발 마운드를 맡겼다. 타선에서는 주전 대부분을 기용하는 동시에 김병석(체교 13), 이정윤(체교 10), 이준형(체교 12) 등을 투입해 가능성을 엿보았다. 반면 연대는 주전 타자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마운드에선 오른손 원투펀치 박상옥(연세대 10)과 이인복(연세대 10)을 모두 배제하며 힘을 아끼는 모습.

고려대학교
1. 조윤성 (R / CF)
2. 이정윤 (L / 1B)
3. 사공엽 (L / LF)
4. 문상철 (R / SS)
5. 김경도 (L / DH)
6. 배진호 (R / 2B)
7. 이준형 (R / RF)
8. 조우형 (R / C)
9. 김병석 (L / 3B)
P. 이희웅 (우완)

연세대학교
1. 이재록 (L / CF)
2. 이덕규 (L / DH)
3. 김호은 (L / RF)
4. 이성곤 (L / SS)
5. 오윤석 (S / 2B)
6. 정인석 (R / C)
7. 박태원 (L / 1B)
8. 박동현 (R / 3B)
9. 최윤혁 (R / LF)
P. 김명찬 (좌완)


Play Ball: 초반 공방전
고대가 1회초 2사 1,2루의 득점 찬스에서 김경도(체교 10)의 삼진으로 기회를 놓친 반면 연대는 1회말 선취점을 뽑아냈다. 선두타자 이재록(연세대 13)이 3루타를 친 뒤 이희웅의 폭투 때 홈으로 들어온 것. 하지만 이희웅은 이후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김호은(연세대 12)에게만 2개의 안타를 더 허용했을 뿐 추가 실점 없이 연대 타선을 막아냈다. 그러는 사이 고대는 2회초 반격에서 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배진호(체교 11)의 선두타자 볼넷으로 기회를 만든 고대는 팀배팅으로 주자가 3루까지 진루했다. 그리고 2사 3루 상황에서 김병석이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경기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연대는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했다.

Fly High: 조윤성 날다
11타자 연속 범타 처리를 하던 이희웅이 흔들린 건 5회부터였다. 3개의 사사구를 무더기로 내주며 2사 만루의 위기에 봉착한 것. 그 상황에서 이덕규(연세대 12)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키를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목동 야구장 관중들이 싹쓸이 안타를 떠올리던 그때, 중견수 조윤성이 재빠르게 타구를 따라가 넘어지며 잡아냈다. 외야수에게 가장 어렵다는 머리 뒤쪽으로 오는 타구를 잡아낸 것이다. 1루 쪽에 앉은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조윤성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고대 선수들은 조윤성이 덕아웃으로 돌아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神의 한 수: 이규섭 불을 끄다
이희웅이 6회말 무사 1,2루 위기를 맞자 고대는 이규섭(체교 11)을 투입했다. 2회부터 계속 안타를 치지 못한 고대 타선은 무기력했고, 리드를 빼앗기면 쫓아가기 어려워 보였다. 이규섭은 사이드암 투수의 장점을 살린 수준급의 변화구로 삼진과 병살을 유도해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Error: 서로에게 치명타가 되다
흔히들 큰 경기는 실책 싸움이라고 한다. 장시간 경기가 펼쳐지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양교 모두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이 날 경기는 상대에 비해 실책을 줄인 고려대가 승자의 자격이 조금 더 있었다. 7회초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한 박성민(연세대 11)은 1루 견제 실책을 2개(7회, 13회)나 범했고, 두 번 모두 고대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고대 또한 7회말 단타로 막을 수 있었던 타구를 놓치며 3루타를 주었고 이는 곧 동점을 허용하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투혼: 끝까지 최선을 다한 그대에게
경기는 어느덧 9회말. 2-2상황에서 연대의 1사 1,2루 끝내기 찬스. 김호은이 2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좋은 타구를 날렸다. 고대 2루수 배진호는 몸을 날려 공을 잡았다. 그리고 이내 몸을 일으켜 앉은 상태에서 1루 송구를 해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리고 그는 쓰러졌다. 왼쪽 어깨 탈구였다. 결국 업혀서 경기장을 빠져나간 배진호는 김건효와 교체되었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곧 어깨뼈를 맞췄지만 정확한 상태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 조윤성은 위기의 순간에서 팀을 위해 투혼을 불사른 배진호의 모습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tra Innings: 선택과 집중
이번 대회는 10회부터 승부치기가 적용된다. 무사 1,2루부터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다. 고대는 10회 조윤성의 2타점 2루타, 11회 조우형(체교 10)의 희생 플라이, 13회 조윤성의 적시타와 상대 야수선택, 실책을 묶은 3득점이 있었다. 연장에서 안타는 단 2개뿐이었지만 도루와 희생타 등 팀배팅으로 연대를 조금씩 압박해 나간 것이 주효했다.
한편 수비에서는 철저하게 상대 4할 타자 이성곤(연세대 10)과의 승부를 피하고 오윤석(연세대 10)을 집중 공략한 것이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12회말 5-5 1사 만루상황의 위기에서 오윤석의 타석 장면은 압권.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오윤석의 스퀴즈를 예상한 이규섭이 빠르게 대쉬해 글러브 토스로 1-2-3으로 이어지는 병살을 이끌어 냈다.

Homework: 정기전 승리를 위해
승리의 열매는 달콤하다. 하지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타선의 무기력증 극복이 첫 번째 과제다. 13회까지 경기를 했지만 단 4안타에 그쳤다. 그 중 조윤성이 3안타를 친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타자들의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투수진의 사사구 문제다. 고의사구가 여러 개 있다곤 하지만 12개의 사사구를 내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철저한 팀배팅으로 한 점씩 올리는 야구가 중시되는 정기전에서는 출루 자체를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주요 선수 기록>
고려대
조윤성(체교 10) 4타수 3안타(2루타 2개) 3타점 1득점 2사사구 1삼진
김병석(체교 13)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 1사사구 1삼진
이희웅(체교 10) 5+이닝 3피안타 1실점(1자책) 4사사구 2탈삼진 (투구수 74)
이규섭(체교 11) 8이닝 7피안타 5실점(1자책, 승부치기 4실점은 비자책) 8사사구 2탈삼진 (투구수 114) (승)


연세대
이재록(연세대 13) 6타수 3안타(3루타 1개) 2득점 1사사구
김호은(연세대 12) 7타수 3안타
김명찬(연세대 11) 6.2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 5사사구 9탈삼진 (투구수 114)
박성민(연세대 11) 6.1이닝 2피안타 6실점(0자책, 승부치기 6실점은 비자책) 3사사구 6탈삼진 (투구수 95) (패)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3:5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