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원우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 석사과정 김나래



  도망치듯 학교를 떠난 건 나의 심약함과 게으름, 그리고 대학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무지가장 컸음을 고백한다. 학문에 대한 목마름이 부족해 석사의 시간을 겨우 보냈고, 논문의 벽이 다가오자 뛰어넘거나 허물어내지 못하고 나는 포기하고 취업을 했다. 야근의 시간 동안 학생의 신분을 갈망하며 꼭 논문을 써내고 말리라 했던 다짐은 퇴직 후 인문학서 대신 이력서를  먼저 잡으면서 미비해졌다.

  오랜만에 대학원 신문을 읽었다. 완독 후 큰 한숨을 뱉었다. 떠나온 시간 그대로 멈춘 듯 2013년 6월의 뜨거운 감자는 아직도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였고 또한 곳곳에서 곧 시간강사가 될 고달픈 대학원생의 삶을 읽었다.

  <시론인터뷰>에서 대학원장 인터뷰는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한 과거의 대학원생이 읽어서일까.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행정조교자리를 유지해서라도 학비를 마련해야했던 시간들. 없어지는 조교자리, BK가 없는 약소한 과들, 사라지는 티오와 인원부족으로 폐강되는 수업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쌓아야 하는 자신의 연구실적. 길고 긴 힘든 시간을 버티고 나면 우리는 겨우 “시간강사”가 된다.

  <시간강사의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강사 발언대>에서는 함께 연구했던 선배들과  친구들의 발판을 걱정하게 했고 <대학원우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까지 읽고 나자 대학원생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하는가, 그리고 대학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분명 대학의 역할은 지성을 길러내는 일이지만 원우들은 지성을 우선적으로 기르기보다 학자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술 동향의 <비판적 지식인의 육성과 대학의 사회적 역할>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시론 인터뷰>에서의 대학원장이 좁은 문을 통과해낼 원우들의 개인적 노력에 더 힘을 싣고 있다면, 이 기사에서는 대학이 길러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더 초점을 두고 있었다.

  우울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가운데 그래도 모든 기사에 살며시 희망이 숨겨져 있다고 읽었다. 김순천의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를 보고는 살며시 웃음이 나왔다. 작가는 기업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인문학적으로 고민해야 대한민국의 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불과 반년 전, 대기업을 뛰쳐나온 나에게 꿈같지만 소중한 이야기였다. <대학원우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서 만났던 다섯 원우들이 가지지 못했던 희망들,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 수 있을 때, 우리가 인문학적으로 고민할 수 있을 때, 개인의 희망뿐만이 아니라 대학에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
  
첫 꼭지부터 마지막 꼭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큰 흐름에 오롯이 정신을 쏟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소소한 사회 밖의 사건에도 큰 눈을 뜨고 있는 대학원 신문이 있어서 대학원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본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5:4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