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축구부의 상반기 성적표

우리학교 축구부의 상반기는 마치 불안한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는 것 같았다. U리그가 개막되고 나서 디지털 서울 문화 예술대와의 무승부 경기를 시작으로 나머지 경기에서도 고려대는 승점을 확실하게 챙기지 못했다. 심지어 중앙대와 광운대에는 연달아 패하며 힘 빠진 호랑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원광대전을 기점으로 호랑이의 기운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리학교는 원광대에 1:0으로 승리했으며 이어지는 5경기를 무패 행진했다.

제 32회 서울시장기 대회 겸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예선대회에서는 3경기 연속 골을 성공시킨 이재성(체교 11)을 필두로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5:4로 성공시키며 짜릿한 승리를 이뤄냈다. 고대의 승승장구가 전국 추계대회에서는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고대는 여름방학 새에 비축한 체력으로 지난 6일에는 충남 글로벌 사이버대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U리그 후반기를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수능과 같은 정기 고연전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시원한 한방을 거둘 때 이다. 고대의 통쾌한 승리, 기대해도 좋다.

매섭게 ‘으르렁’ 대는 이 선수를 주목하라

골 넣는 센터백, 든든한 수비라인 송주호 선수(사체 10, DF)

188cm의 큰 키에 73kg의 체중, 송주호 선수는 고려대의 중앙 수비수로 일당백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견고한 수비라인을 지키며 고대의 골 문을 지키는데 힘을 보태는 그는 명실상부한 고려대 수비의 핵심이다. 송주호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공중에서의 볼 경합 시 확인할 수 있다. 건장한 체격과 파워풀한 점프력을 바탕으로 그는 어떤 상대와의 경합에서도 지지 않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다. 어떤 상대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그의 자신감은 2만학우의 믿음을 살만하다. 게다가 그는 큰 키를 무기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모두를 놀라키는 헤딩골로 득점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 U리그에서 송주호는 상지대와 용인대를 상대로 코너킥을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시키며 골 망을 흔들었다.

이런 그가 뽑은 가장 주의해야 할 연세대 선수는 연대의 핵심 공격수 송수영(연세대 10, FW)선수다. 송수영 선수는 한 템포 빠른 발과 센스 있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많은 볼을 골로 연결시키며 팀 내 최다 골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추계연맹전 고려대와의 경기에서도 1골을 넣으며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겨주었다.

또 한 명의 '두 개의 심장', 고려대의 박지성 이재성 선수(체교 11, MF)

이재성 선수는 누구보다 많은 활동량과 정확하고 빠른 패스로 고려대의 공수전환을 주도하는 간판 미드필더이다. 유난히 수줍어하지만 경기에 임할 때는 다른 사람처럼 진지해지는 이재성 선수는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과 오버랩된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팀 내 최다 골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U리그 첫 경기부터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를 상대로 가벼운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연이은 경기에서도 쉴새없이 상대팀의 골 망을 흔들었다. 32회 서울시장기 대회에서는 결승전까지 한 경기도 쉬지 않고 골을 터뜨리며 고려대 득점왕의 자리를 탄탄히했다.

이재성 선수가 꼽은 연세대 라이벌은 바로 김현수(연세대 11, MF)선수. 고등학교 동창인 둘은 고, 연대에 나란히 입학하며 서로의 라이벌의 위치에 섰다. 이재성 선수는 김현수 선수의 빠른 스피드와 재치 있는 드리블을 연신 칭찬했지만 그의 수줍지만 당당한 말투에서 고연전 승리에 대한 의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부상을 딛고, 진격의 고대

고연전을 앞둔 지금 시점, 고대의 전력이 완벽 보강되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팀 내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부상의 수렁에 빠져있다. 고대의 수문장이자 팀의 핵심인 주장 노동건(체교 10, GK)선수, 공격과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며 2012 고연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안진범(체교 11, FW)선수, 그리고 그라운드를 매섭게 누비던 스트라이커 김영민(체교 11, FW)선수는 부상으로 인해 완벽한 몸상태를 회복하진 못했다.

그러나 이처럼 불리한 상황을 바탕으로도 고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다. 고대는 코앞으로 다가온 고연전을 대비해 이제는 체력 훈련보다는 팀 전술훈련 쪽에 시간을 안배하고 있다. 신수진 코치는 "특히 공격의 다양성을 주기 위해 중앙과 측면공격전술을 다채롭게 구성하여 훈련하고 있다"며 고연전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고려대학교가 전술적인 세밀성을 강점으로 밀고 있다면, 연세대의 장점은 원톱과 윙을 이용한 발 빠른 공격수들의 위협적인 플레이다. 신수진 코치는 "연대의 공격수들은 수비진의 허점을 이용한 뒷 공간 침투와 서로의 빠른 발을 이용한 조합플레이에 능하다"고 전했다. 송수영 선수를 주축으로 하는 막강하고 빠른 공격라인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리 수비수들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수비수들이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경기에 임한다면 아무리 날쌔고 날카롭다 한들, 우리의 골문은 열릴 리가 없다. 행여나 수비라인에서 뚫린다고 하더라도 노동건 선수가 막고 서있는 고대의 골문은 그 어떤 문보다도 좁다.

고연전이 코앞에... 우리의 각오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학교 축구는 4연승을 달려왔다. 부상 선수들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올해 역시도 축구부에는 자신감이 가득하고 승리의 기운이 감돈다. 비록 시간이 며칠 밖에 남지 않긴 했지만 선수들도 부상에서 속속들이 복귀하고 있으며 고연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도 당차다. 주장 노동건 선수는 “지난 4년간의 압승을 결코 깨지 않겠다”며 올해 5연승의 의지를 불태웠다. 송주호 선수는 “부상에서 복귀하는 동료들과 완벽한 팀을 구성하겠다”며 뱃노래를 울릴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그라운드를 휩쓰는 고대의 명실상부 에이스 이재성 선수는 “처음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또 마지막같이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자신의 각오를 전했다.

 
다른 그 어떤 경기보다도 가장 중요한 경기. 자존심이 걸린 경기. 1년간의 노력이 다 투입되는 경기가 바로 고연전이다. 고대는 고연전 5연승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이제 한걸음만 더 가면 5연승이다. 그 누구도 고대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다. 9월 28일을 기다리며, 선수들과 학우들 우리 2만명은 오늘도, 가슴이 뛴다.

 이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