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려대 야구부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지난해 7월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대통령기)’에서 우승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8월 31일 ‘KBO총재기 전국대학야구대회(총재기)’에서 연세대를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8:6으로 꺾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전력상의 열세를 뒤집긴 쉽지 않다. ‘2013 정기고연전’ 야구의 승리자는 누가 될지 2013시즌 리그 성적을 통해 예상해본다.

부진했지만 빛났던 근성

  고려대는 2013시즌 5개 대회, 15 경기에서 5승 10패를 기록했다. 19경기에서 11승 8패를 거둔 연세대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다. 하지만 맞대결에서는 연세대에 밀리지 않았다. 3월에 열린 ‘2013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 2차전에서는 연세대가 4:3으로 승리했지만 고려대는 이 경기에서 9회 말 한 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고려대는 총재기에서도 뒷심을 보여줬다. 9회 말 패배 위기를 배진호(사범대 체교11, 2루수) 선수의 호수비로 넘기고 승부치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고려대는 4안타를 기록하고 10안타를 내줬음에도 승부처에서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고려대 우경하 감독은 “리그에서는 성적이 저조하지만 마지막 비정기전에서 승리해 선수들의 분위기가 한껏 올라와있다”며 “정기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정신력에서 앞선 모습으로 경기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구력과 용병술로 투수력 활용

  고려대는 투수진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선취점을 뽑아 경기를 리드해야 정기전에서 승산이 있다. 고려대엔 선발 출전이 유력한 김주한(사범대 체교12, 투수) 선수 외에 많은 이닝을 소화할만한 투수가 없다. 이희웅(사범대 체교10, 투수) 선수가 김주한 선수(48 2/3이닝)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선발투수로서 이닝소화력은 아쉽다. 이희웅 선수는 올 시즌 10경기에 출장해 3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 중이다. 고려대는 두 투수의 제구력으로 연세대 타선을 상대할 예정이다. 우경하 감독은 “두 투수 모두 변화구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라며 “한 타순이 도는 3이닝 정도씩 두 투수가 나누어 맡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는 선발 자원이 풍부하다. 이인복(연세대 스포츠레저10, 투수), 김명찬(연세대 스포츠레저11, 투수), 박상옥(연세대 스포츠레저10, 투수) 선수로 이어지는 선발라인은 연세대 투수력의 절반 이상을 짊어지고 있다. 2013시즌에 연세대가 치른 19경기 중 선발투수가 7회 이전에 물러난 경기는 6경기에 불과했다. 선발 투수가 7회 이후까지 책임진 13경기에서 0.616의 높은 승률을 보였으나, 7회 이전에 선발 투수가 강판됐던 6경기 중 2승에 그쳤다. 선발 등판이 유력한 박상옥 선수는 2013시즌 11경기에서 6승을 쓸어 담으며 0.9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연세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우경하 감독은 “견실한 선발투수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구수를 유도하고, 활발한 출루를 통해 상대 투수를 흔들어야 할 것”이라며 “상대 타선도 분명히 우리 투수를 흔들려고 할 것이기에 실책 없는 견실한 수비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잦은 출루로 연세대 압박해야

  고려대의 2013시즌 팀 타율은 2할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타선 이 부진해 주전 선수가 자주 바뀌어 전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4명에 그쳤다. 그나마 조윤성(사범대 체교10, 중견수) 선수가 10경기, 타율 0.286을 기록해 수위타자로 활약했고 중심 타선에선 4번 타자 문상철(사회체육 10, 유격수) 선수가 0.250을 기록했다. 2012시즌에 13경기 0.394의 고타율로 수위타자였던 사공엽(사범대 체교11, 좌익수) 선수는 2013시즌엔 15경기, 0.208로 부진했다. 한편 고려대의 출루율이 높았던 점은 긍정적이다. 올 시즌 5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14명 중 7명이 3할 5푼 전후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단타와 주루 플레이로 투수를 흔드는 것이 이번 정기전의 승부처이기에 출루율이 높다는 것은 큰 전력이 된다. 또한 작년보다 비약적으로 향상된 주루 플레이가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할 전망이다. 고려대는 2013시즌 15경기, 45개의 도루를 기록해 17경기 28개 도루를 기록한 2012시즌에 비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3시즌 도루 개수가 32개에 그친 연세대보다 현저히 앞선다. 우경하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지시했다”며 “상대 투수를 흔드는 이러한 공격패턴을 앞으로도 고려대 타선의 주무기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점으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는 정기전에서는 테이블 세터진의 활약이 절실하다. 총재기 1회전에서 1번 타자로 나와 4타수 3안타 2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 조윤성 선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조윤성 선수는 총재기에서 타율 0.571, OPS 1.557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경하 감독은 “조윤성 선수가 부상에서 벗어나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황석호(사범대 체교10, 3루수) 선수와 사공엽 선수가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타선의 짜임새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견고한 연세대의 전력

  2013시즌 연세대는 선발투수, 구원투수, 타선 모두 균형 잡힌 전력을 갖췄단 평을 받는다. 연세대는 2013시즌에 열렸던 5개 대회 19경기 중 11승(승률 0.579)을 거뒀다. 특히 4강에 진출했던 ‘2013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에서는 팀 평균 0.279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특히 선발 투수진과 중심 타선이 강하다. 김호은(연세대 체교12, 우익수), 이성곤(연세대 체교10, 3루수), 오윤석(연세대 스포츠레저10, 1루수)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득점권 상황에서의 타점 능력이 우수하다. 연세대의 클린업 트리오는 2013시즌 평균타율 0.350을 기록하면서 팀 타점 84타점 중 절반가량인 38타점을 책임졌다. 기아타이거즈 이순철 수석코치의 아들인 이성곤 선수는 0.431의 고타율과 0.640에 육박하는 장타율을 기록해 연세대의 핵심 선수로 꼽힌다. 연세대 야구부 장성구 코치는 “정기전에서는 어느 팀이 우세한가에 관한 부분은 전혀 상관이 없다”며 “선수들이 경기에 임할 때 최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정신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 장동민 기자 ewan@kukey.com
사진| 김연광 기자 kyk@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1호(9월23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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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8 2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