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수업이 끝난 7일 오후 6시 50분, 제1과학기술관 일반 화학실험실 516호를 본지 기자가 직접 찾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알 수 없는 ‘화학약품’ 냄새가 기자를 반겼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숨이 저절로 넘어갈 정도였다. 환풍기 스위치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자 그제서야 실험실 창가에 위치한 작은 환풍기 3대가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4일자로 발간된 본지가 화학약품의 화학작용으로 인해 생긴 얼룩을 가리고 있었고 얼룩진 바닥에는, 부식의 정도가 심해 까맣게 타버린 곳마저 있었다. 비커를 씻는 실험실 싱크대는 엉킨 호스로 가득 차 있었다. 싱크대는 화학약품으로 부식되고, 호스로 가득 차 싱크대는 아무것도 씻을 수 없었다. 책상위에는 사용하던 실험도구들이 그대로 방치돼있었다. 화학약품이 담긴 비커와 이물질이 묻어있는 스포이트는 전자저울 옆에서 실험의 흔적을 보여줬다.

변하지 않는 학부생 실험실 위생상태
  과기대 건물 5층에 위치한 일반 화학실험실의 위생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당 실험실은 과기대 소속 1학년 학생이 매주 2시간 씩 사용한다. 또한 △물리학과 △전자및정보공학과 △생명정보공학과 △식품생명공학과 △제어계측공학과의 경우 일반화학이 필수과목이고, △신소재화학과 △컴퓨터정보학과의 경우 선택과목이다.
  실제로 기자가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화학약품이 묻은 실험실 바닥 △부식된 실험실 싱크대 △폐액이 흘러내리는 폐수보관용기 △이물질이 묻은 채 방치돼 있는 실험도구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학부생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실험실의 특성을 고려해도 일반 화학실험실의 위생 상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은비(과기대 신소재화학13) 씨는 “고등학교 실험실보다 못한 환경”이라며 “실험실 상태도 좋지 않고, 실험기자재도 위생적이지 못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소재화학과 김정호 조교는 “실험실 환경이 좋지 않아 실험을 빨리 진행하는 등의 편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방치된 실험환경 때문에 실험 장비를 치우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비품부족과 너무 많은 인원
  또한 실험도구의 부족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실험에 참가할 수 없는 환경은 실험환경을 더욱 악화시켰다. 현재 일반 화학실험 수업은 4명이 1조로, 평균 6~8개의 조가 한 수업을 듣고 있다. 일반 화학실험실에서 실제로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 모든 조가 미세 저울 하나로 실험을 하기가 빠듯하고, 학부생의 특성상 기구에 익숙하지 않아 기구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 검증이 필요한데도 2시간동안 한 번의 실험만이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정윤(과기대 신소재화학13) 씨는 “촉매 반응 실험의 경우 실험기구가 부족해 세 조가 실험기구를 번갈아가며 실험한 경우도 있다”며 “게다가 비커나 뷰렛과 같은 실험 기구는 대부분의 실험에 쓰이는데 그런 기본적인 기구의 상태도 좋지 않아 실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이에 생물 실험 담당 박기철 조교는 “학부생이다보니 실험도구를 다루는데 미숙한 부분이 많아 고장이 빈번하다”며 “수리하는데 시간이 걸려 간혹 도구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실험실 책임소재는 불분명
  취재 결과 과기대 소속 7개 학과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실험실의 책임 관리자는 불분명했다. 신소재화학과 사무실에선 ‘실험실 관리는 7명의 담당 학과 조교가 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소재화학과 김정호 조교는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실험실이다 보니 실험정리도 조교의 성격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며 “전공 실험실에 비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체계적인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연구실 안전관리 현황에 따르면 연구실 안전점검은 3단계(△연구실 주관의 매일 표준 안전 항목 점검 △시설팀 주관의 학기별 점검 △외부기관의 2년 주기의 종합검사)에 걸쳐 이뤄진다. 시설팀 안전관리팀 이대호 과장은 “실험실 담당자가 안전 항목 점검을 보고하면 확인 후 시설팀에서는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순회점검과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실험담당조교에게 매 학기당 6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530여 명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연구실 안전관리 교육이 진행됐지만 위생 상태에 대한 점검과 교육의 실효성은 의심되는 상황이다.

글·사진│조소진 기자 sojin@kukey.com
기사원문 1736호(11월 11일자) 3면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9923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13:5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