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KU = 김규민 기자, 사진 박채원, 백금주 기자] ‘고연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무엇일까? 숱한 스타플레이어들이 거쳐갔고 많은 명승부가 나왔던 정기고연전(이하 정기전) 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가장 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나온 종목, 바로 농구이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그 시절 그 스타 플레이어들은 정기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SPORTS KU에서 바로 이 ‘정기전 선배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0년대는 대학농구의 전성기였다. 당시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 농구부 선수들은 뛰어난 실력과 준수한 외모로 수많은 소녀팬들을 몰고 다녔다. 인기의 주역인 양교 선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정기전은 90년대의 정기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격렬했다.


Profile
이름 : 문경은
생년월일 : 1971. 08.27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90학번
현소속 : 서울SK나이츠 감독
Profile
이름 : 김병철
생년월일 : 1973. 03.06
고려대학교 체육학과 92학번
현소속 : 고양오리온오리온스 코치
Profile
이름 : 전희철
생년월일 : 1973. 06. 26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92학번
현소속 : 서울SK나이츠 코치



“학교에 정기전 6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선물한 것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문경은
“희철이와 저 같은 선수들에게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서 말 그대로 폭발했죠” -김병철
“정기전 때는 긴장이 돼서 점프도 높이 뛰어지고 슛이 림을 넘어가고 그랬어요. 이기면 천당을 간 것처럼 미친 듯이 기뻤어요” -전희철

김병철, 전희철, 문경은. ‘그 시절 정기전’을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이름들이다. 뛰어난 실력과 스타성을 지닌 이들은 그야말로 ‘오빠부대’를 끌고 다녔다. 현재 서울SK의 감독 문경은은 ‘람보’를 닮은 외모로 ‘람보슈터’라고 불렸다. 연세대 90학번 문경은이 있는 동안 고려대는 4년간 한 번도 정기전에서 연세대를 이기지 못했다. 연세대의 독주를 끝낸 것은 고려대의 동기들이었다. 서울SK 코치 전희철은 ‘에어조던’에서 따온 ‘에어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고려대의 마이클조던이었다. 작은 키에도 당시 드물었던 한 손 레이업에 능숙했던 김병철 현 고양오리온스 코치는 ‘피터팬’이라 불렸다. 92학번 김병철과 전희철을 앞세운 고려대는 94년, 95년 정기전에서 2연승을 달렸다.  

EPISODE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 시절 숨겨진 이야기들!

김병철(이하 김): 정기전 준비 합숙 때 갇혀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팀원들이랑 숙소를 탈출한 적이 있어요. 나갔다가 몰래 잘 들어왔는데 들어와서 누우니까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거에요. 조심스럽게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화장실 문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코치님이 깨서 다 들켰어요. 새벽 5시반에 엄청 혼났죠. (웃음)
전희철(이하 전): 정기전 코트에서 마주친 상대 선수중에는 (서)장훈(연세대93)이가 제일 위협적이었어요. 당시 장훈이의 높이가 지금의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들급이여서 다른 선수들을 다 제쳐도 장훈이가 여전히 골밑에 버티고 있는게 참 부담스러웠습니다.
문경은(이하 문): 새내기 시절 첫 정기전 때 정말 긴장했었어요. 유니폼이 위아래로 움직일 정도로 심장이 막 뛰더라구요, 체육관에 딱 들어가는데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막 함성이 들리는데 꿈꾸는 것 같고 맨날 오는 체육관인데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었어요. 그리고 그 날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점프도 평소보다 높이 뛰어졌어요. 아직도 기억나는게 베이스라인에서 2점슛을 처음으로 딱 쐈는데 림 뒤로 거의 1미터를 넘어갔어요.(웃음)


Memories 대선배들이 기억하고 있는 최고의 응원가는?

문 : 연세대는 아파트죠. 경기를 뛰고 있는데 응원가를 듣잖아요? 가사가 하나도 안들려요(웃음) 그런게 응원가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일단 소리는 무지막지하게 커야하고  휘슬이 안들려서 본부석에서 경기를 중단시킬정도는 되어야 정기전한다는 생각이 들죠.
전 : 저희는 엘리제에요. 제가 선수 생활 때 동료들에게 물어보니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뛴 선수들이 몇 없거든요. 그 시끌벅적한 응원가 속에서 경기를 뛰어본 것 자체가 저희한텐 영광이에요.
김 : 막걸리 찬가죠. 선수들은 아마 막걸리 찬가 많이 좋아하지 않을까요? 저희 학교 다닐 때 항상 이 노래를 불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농구부 선배님들이 꼭 술을 드시면 그걸 시켰어요. 막걸리 찬가를 제일 많이 부른 것 같네요.

BEST MOMENT 그들이 기억하는 최고의 명장면

문: 4학년 때 마지막 정기전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 우리가 멤버도 좋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팀이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정기전에서 이 멤버로 정기전 무패가 깨지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이기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그 순간이 잊히지 않아요.
전: 저도 4학년 때 마지막 정기전이 기억에 남네요. 그때 정말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나섰고 경기에 이기고 나서 마이크를 잡고 응원 단상위에 올라갔던 게 기억에 남네요.

SCHOOL LIFE 스타플레이어 그들의 90년대 학교 생활?

김: 저희는 일반 학생들과 달리 학교 생활을 제대로 못했어요. 그게 좀 아쉽긴 했죠. 대표적으로 미팅이나 MT 같은 것들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걸 좀 해보고 싶어요.
전: 운동할 때 옆에서 일반 학생들이 막걸리 먹는게 그렇게 부러웠어요. 과거에 크로스컨트리 훈련이라고 이공대 애기능을 뛰어다니는 훈련이 있었어요. 우리가 그걸 하고 있으면 그 옆에서 놀고있는 일반 학생들이 막 박수를 치고 그랬어요. 사실 짜증도 나고 그랬죠. (웃음)
문: 다른 대학 농구부들은 여름 휴가 받아서 친구들끼리 놀러도 가고 했다던데 그런 추억이 없는건 아쉬워요. 하지만 그때 정기전 같은 경기를 뛰었던 추억이 아무에게나 있는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농구선수로 대학생활을 한 것에 후회는 없어요.

MESSAGE I 정기전 후배들에게 전하는 대선배들의 메시지

문: 연세대에서 박지원(연세대17)이 눈에 들어와요. 박지원한테 승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수들에게 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고려대한테 패배는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해요. (웃음) 준비 잘해서 후회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김: 고려대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정기전은 승패가 나뉘는 경기지만 절대로 질 수는 없는 경기에요. 잘싸워주고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는 박정현(체교16)인 것 같아요.
전: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금 고려대가 연세대에 비해 조금 열세인 것 같아요. 후배들이 들으면 약간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기 보다 도전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1 01:4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