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일간지에서 ‘달관세대’라고 하는 재미난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일본의 ‘사토리세대’를 직역한 것으로, ‘사토리’라 함은 ‘득도, 깨달음’이란 뜻이다. 그리고 ‘사토리세대’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장기불황 속에서 10대 후반-20대 중반을 맞은 일본의 젊은이 중 미래는 절망적이지만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란다. 즉, 안분지족 세대 정도가 되겠다.

위 달관세대의 생활을 요약하면, 1) 20-30대의 사회초년생이, 2)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3) 굳이 아등바등거리며 살지 않고, 3) 적은 급여에 만족하며, 4) 여유롭고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예를 들어, 연세대를 졸업한 20대의 젊은이가 한 회사에 취업했으나 오전8시에 출근하여 저녁9시에 퇴근하는 생활에 환멸을 느껴 5개월 만에 퇴사하고, 하루에 4시간 정도 일하는 학원 강사로 이직한 뒤 월급 60만원을 받고 여유로운 삶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에 대단한 만족 즉, “비록 경기 침체로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저가 옷을 입고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행복을 느낀다”는 것.

위 일간지의 기사를 보며, 스펙쌓기에 여념없는 자신을 반성하고 안분지족과 달관을 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자고 해야 할까. 저가 옷을 쇼핑하고 햄버거를 먹으며 대단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도 있는데, 대체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오늘도 경영학회 동아리를 기웃거리고 있는 것입니까!

지난 2008년, 88만원 세대 개념이 등장하여, 평균 월급여 88만원을 받는 20대의 현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이후,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인기를 끌며 각박한 현실 속의 20대를 위로하나 싶더니, 이내 ‘아프면 환자지, 청춘이냐’는 말로 반격을 받았다. ‘삼포세대’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것이다. 코미디프로그램에서는 ‘스펙전쟁’이라는 코너가 방영되어 학점, 제2외국어 등의 스펙은 물론 아부능력, 폭탄주 제조기술까지 경쟁하면서 최종면접에서 합격하려고 하나, 결국에는 회장 아들이 취업되었다는 과장된 이야기로 호응을 얻었다.

정책적으로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정은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성장을 저해하는 중요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위한 잠재적 노동인구 및 성장 동력의 관점과는 별개로, 어찌되었건 젊음은 힘들다. 미숙해서 방황하고, 불안해서 허덕이고,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덩달아 치열하게 하긴 하는데 나도 왜 하고 있는지 몰라 허무하기까지 하다. 대학생활의 ‘낭만’이 더 이상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10년 전부터 알았다.

그리고, 이렇게 아웅다웅 살아봤자 결국에 ‘미생’이라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자조적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내려놓는 이 현상에 대하여 ‘고리타분한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쿨한 젊은이’라고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달관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사회를 원망하고자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달관세대는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의 욕망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위로하고 응원한다. 마음 한켠에 다 포기하고 싶은 소망 하나 간직하고 오늘도 꾸역꾸역 가방을 챙겨 도서관에 향하는 발걸음을, 그리고 목요일에 소주 한잔 걸치는 청춘을.

반승혜 동인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23:3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