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철환(인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연구실은 책장 사이로 켜켜이 쌓인 책과 상자들로 가득하다. 책상 위에 높이 쌓인 문서 뭉치들은 그가 본교에 몸담은 34년의 세월을 보여주는 듯했다. 우철환 교수는 안암동에서 태어나 종암초, 경동중을 거쳐 본교에서 학부, 석사, 박사과정까지 마친 ‘고려대 토박이’다. “군대를 제외하면 고려대와의 연이 끊어진 적이 없어요. 고려대와의 각별한 인연은 지금 생각해도 참 특별합니다.”

가르치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우철환 교수에게 기억에 남는 학생을 묻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80학번에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어려웠던 서술형 문제를 기가 막히게 답안지에 써내 감탄했던 적이 있어요. 그 답안지는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웃음). 02학번에 한 여학생은 처음에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가르친 걸 제대로 숙지해 점점 실력이 좋아졌죠. 이렇게 노력하는 학생을 볼 때만큼 보람찬 일도 없습니다.”

우철환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20~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영문학 전공자인 학생들의 학문적 깊이가 매우 얕아진 것 같아요. 전공필수 과목이 줄어들어 영문학의 전반적인 커리큘럼을 살피기보다 필요한 만큼 선택적으로 이수하고 졸업하니까요. 학점관리를 위해 쉬운 과목만 골라서 수강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더불어 우 교수는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학점 세탁을 위해 악용되는 재수강 제도는 폐지됐지만, 상대평가 과목이 많아진 만큼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가 지속되는 것도 안타까운 문제라 생각해요. ‘이 정도면 B 아니에요? 성적 올려주세요’라고 쉽게 말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어요. 학점 인플레이션이 굳어져 나온 폐해죠. 하지만 퇴임을 앞두고 보니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우철환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계속 강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학생들이 성적을 짜게 준다고 내 강의를 꺼리기도 하는데 폐강되지 않고 학생들이 오는 이상 계속 강의하려 합니다(웃음). 가끔은 그동안 못한 여행도 소소하게 다녀오고 싶고요.”

▲ 글·사진| 심정윤 기자 heart@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1:3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