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동재 기자 awe@kukey.com

“인생이라는 게 억겁의 우주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니까 오히려 빨리 잊어 달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웃음).” 퇴임 후 어떤 교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자 여유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3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하는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를 반평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연구실에서 만났다.

김문조 교수는 1982년 본교 사회학과 교수로 임용돼 정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강단을 지켜왔다. 수업에선 체계적인 이론과 실생활의 예시를 적절히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았고, 뛰어난 연구실적으로 ‘제1회 고려대학교 교우회 학술상(인문사회분야)’, ‘제63회 서울시 문화상(인문과학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그에게도 아쉬움은 남아있다. “교육자임에도 연구를 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더 자상하게 대해주지 못한 게 아쉬워요.”

김문조 교수는 33년간의 교수 생활을 반추하며 이를 정중동(靜中動)에 비유했다. “교직이 풍파가 없고 편안해 보이지만 생각할 것도 많고 바삐 돌아갈 때도 많아요. 사회가 빨리 변하는 만큼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대응을 잘해야 하죠. 지난 33년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움직이면서 사는 기간이었습니다.”

사회학을 연구하는 교수로서 그는 대학생과 한국 사회를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요즘 학생들은 사회적 사명보다 개인적 욕구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자기중심적인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불어’라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될 거에요. 개인적 욕구를 공적 가치로 환원시키는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덧붙여 김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예전에는 당장 어려워도 앞으로 잘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요새는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회의감이 더 강한 것 같아요. 확신이 없으니까 될 일도 안 되는 거죠.”

김문조 교수는 퇴임을 앞둔 순간에도 학교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민족고대’라는 슬로건이 ‘세계고대’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은 세계 속의 대학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족적 가치 또한 상당히 중요해요. 민족의식에 기반을 두고 세계로 나아간다면 고대가 대(大)민족대학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김영상 기자 video@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1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