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5년부터 4년간 본교를 이끌어나갈 제19대 총장으로 행정학과 염재호 교수가 선임되었다. 본교 총장 선출과정의 핵심적 주체들은 교수들과 재단이다. 신임총장 후보 3명을 추천하는 총장추천위원회의 절반이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신임총장의 최종적 결정은 이사회가 한다. 스스로 넓은 시야를 견지하지 못한다면 총장은 재단과 교수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짓는 우를 범할 우려가 크다. 누가 대학에 있는지 총장은 항시 기억해야 한다.


먼저 학생의 처지를 헤아려야 한다. 대학의 존립근거는 학생에게 있으며 그 진실은 사립학교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오포세대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 한국의 대학생들은 청춘의 낭만도 포기하고 스펙 쌓기에 전력을 다해도 번듯한 정규직 일자리 하나 구하는 것조차 녹록치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2014년 2월 통계에 따르면 본교는 삼천사백억 원 가량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등록금 납부를 요구하며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가의 장학금 지원만으로는 대학생들의 학비부담을 해소시킬 수 없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도와주고 그들에게 더 많은 사회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이 바로 등록금 인하다.


두 번째로 학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돌아봐야 한다. 강단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시간강사들이 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2013년 본교 강의의 48.4%를 비전임교원들이 담당했다. 절반에 가까운 강의를 실질적 교원지위가 없는 강사들이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임교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 대학원생의 미래이기도 한 시간강사의 임금인상 및 고용안정성 확보, 나아가 실질적 교원지위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화·주차 노동자들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본교는 미화·주차 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겼다. 최저가 입찰을 통과해야 하므로 용역업체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및 저임금 문제를 다룰 여유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간접고용이 아닌 직접고용에 있다.



교외에서는 본교를 대표하고 교내에서는 교무를 관장하게 될 총장에게는 경영자의 수완과 행정가의 안정감이 요구된다. 나아가 존경받는 총장에게 필요한 것은 대학을 하나의 열린 공동체로 이해할 수 있는 유대와 포용의 덕목,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낼 수 있는 신념과 정치력이다. 4년이 지난 뒤 염재호 신임총장이 학내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얻은 스승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9: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