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있다. 우리나라의 입학금 제도는 여러 정황상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해방 이전 양국의 자료에서 입학금이라는 용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그 맥락이다. 입학금은 일본 고유의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생겨났다고 할 수 있는데, 보통 ‘입학’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어느 한 조직에 속하여 소속감을 갖게 되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보호받게 된다는 점에 감사하는 표시로 지불하는 사례금의 성격이 강하다.
입학금 제도의 타당성 논쟁은 입학금을 이와 같이 일본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입장과, 용어 그대로 입학 관련 제반행위에 사용하는 금전인 행정 수수료로 보는 입장 간의 관점 차이가 작용한 바가 크다. 즉, 입회비 개념과 행정수수료 개념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인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등록금과 더불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입학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입학금 축소나 폐지가 입학금 자체에 대한 관심 보다는 ‘반값등록금’ 정책 실현 수단의 하나로 대두된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반값등록금이라는 것은 학생이 납부할 금액을 절반으로 하겠다는 것이지, 학생 1인당 필요한 교육비를 절반으로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재원의 부담주체가 달라질 뿐, 총액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즉, 만약 입학금이 폐지된다고 해도, “입학금”이라는 명칭이 사라지는 것이지, 그만큼의 납부액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책의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대학의 예산 담당자들이 예견하듯, 입학금의 축소나 폐지를 통해 현재 수준보다 대학의 수입이 감소할 경우, 그만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원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학금 제도에 대한 논쟁은 존폐여부를 결정한다고 해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앞으로 정부의 재정투입 규모나 방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결국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방법은 두 가지다. 입학금 제도를 유지할 경우에는 그 근거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의견수렴과 회계절차 검토와 같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입학금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대학의 재정적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고 대학 재정구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에 개선될 사항이 아니므로 우선은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입학금을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입학금은 입회비의 성격과 행정비용 수수료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나 구체적 지침 없이 기존의 입학금을 일시에 수수료로 전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며, 대학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경쟁력이나 교육의 질을 고려한 중·장기적 정책검토에 기반하여야 입학금 경감을 통한 학자금 부담 완화라는 본질적 목표에 효과적으로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송선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1:3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