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영어시험을 보는 학생들. 본교는 국내대학 중 입학금이 가장 비싸다.

사립대학의 ‘비싼’ 입학금이 올해도 반복돼 신입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사립대 중 입학금이 90만 원이 넘는 대학은 18곳이며, 그중 본교는 평균 입학금이 103만 1000원으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았다.

구체적인 법적 근거 없는 입학금

입학금은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산정기준과 금액 등을 대학이 재량적으로 책정해왔다. 입학금에 대해 명시된 규정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17조 ‘입학금은 대학 신입생에게 받는다’와 고등교육법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 제4항의 ‘입학금은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가 전부다. 등록금이나 입시전형료에 대해선 법률과 시행령으로 그 용도와 산정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회에서는 입학금을 규정하는 기준을 세우고 무분별한 입학금 징수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2013년에 입학금이 직전 학기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의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또한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항의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수업료와 입학금 및 그 밖의 납부금’으로 변경해 입학금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사립대가 3년의 경과 기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폐지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정안은 현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유기홍 의원 측 안태호 비서관은 “과도한 입학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입학금 감축은 곧 대학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본교 유원종 예산팀 부장은 “입학금이 줄어든다면 학교의 전체적인 예산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며 “예산을 절감한 부분만큼 학생들에게 다른 형태로 징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예산팀 서진원 씨는 “입학금을 감축하면 기존에 입학금으로 충당한 재원을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해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입학금에 대한 학교와 학생의 인식차

입학금의 성격을 두고 학교와 학생이 입학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박종성(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입학금은 조직에 들어갈 때 명목상 사례를 표하는 일본의 입회비적 성격과 입학 관련 행정에만 쓰이는 서구의 입학행정비용 성격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대부분 입학금을 입학행정비용의 일종으로 인지한다. 올해 본교에 입학하는 이소민(공공행정15) 씨는 “말 그대로 입학금인데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남경(보과대 바이오의공학부12) 씨도 “입학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만 징수한다고 보기엔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신입생의 학부모 정금순(여·47) 씨는 “이렇게 비싼 입학금을 어디에 쓰는 건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입학금을 등록금과 별개로 보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유원종 부장은 “입학금은 인건비, 신입생 장학금, 학생경비 등 전반적인 학교 운영에 사용된다”라며 “등록금과 입학금을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 예산팀 직원은 “입학금과 수업료가 명목상으로만 분리돼 있지, 결국 둘 다 등록금 용도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입학금의 책정근거가 없다는 말은 학교가 입학금을 별다른 근거 없이 걷고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의 관여도 제한적

입학금의 액수와 용도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크지만, 일각에서는 대학의 재정적 자율성을 제한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의 한 주무관은 “교육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입학금에 최고점 상한을 두는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기에 교육부가 그 이상으로 간섭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입학금을 왜 걷고 있는 것인지 교육부에서라도 나서서 밝혀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런 태도는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으로밖엔 비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학금도 등록금과 마찬가지로 물가인상률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최근 3개년 물가소비상승률 평균값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입학금에 대한 물가인상률 상한제도 ‘비싼’ 입학금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사회적 공동 인식 이뤄져야

입학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입학금의 성격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종성 교수는 “입학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입학금의 성격에 대해 사회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학교 모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은희 연구원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지원은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의 교육비 지출이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입학금은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징수하는 돈인 만큼 사용처의 투명성과 공개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 강수환 기자 swan@kukey.com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7:4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