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등심위에서 학생위원들은 360억의 추가 이월적립금 발생했음을 지적했고 이에 교육비 인하가 가능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동결안을 고수하며 동결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등심위의 구성 자체가 파행적이고 비민주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의 등심위 제도에 대해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사전에 이미 전국 대학들은 인상‧동결 여부 등에 관해 ‘대학교육협의회’, ‘전국처장단회의’ 등을 통해 정권과 공모를 하고 들어간다.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등심위에서 얼마나 웅변을 잘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실망스러운 결과에 지나치게 분해할 필요도 없고 무력해할 필요도 없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등심위 제도를 바꿔나갈지가 관건이다.
법과 제도는 기득권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방패막인 동시에 사회적 갈등의 산물이기도 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2010년 한대련 중심의 반값등록금시위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1년에도 반값요구가 더 격화되자 학생이 등심위의 최소 10분의 3이 되어야 한다는 룰이 추가되었다. 이처럼 등심위는 학생들의 치열한 투쟁의 산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등심위 제도는 (불평등한 구성을 용인하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학생들이 반대하는 등록금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측면도 있다.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등심위를 강행한다면 학생들은 그러한 요식행위에 들러리를 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등심위 시즌에는 법과 제도의 개선요구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가 부각되는 국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올해에도 세종‧안암‧대학원 대표는 학생위원도 전문가를 추천할 수 있도록 요구했고, 또 실제로 전문가 후보(참여연대 김경율 회계사)를 추천하고 자문을 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처럼 학교와 학생이 실질적인 동수구성을 이뤄내는 것에 더해, 경영상의 비밀과 비공개의 원칙을 폐지하는 것이 등심위 개혁의 첫걸음이다. 많은 학교들은 등심위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경영상의 비밀’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경영상의 비밀’ 때문에 학생 등심위원들에게 회계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는 기업이 아니고 교육은 장사가 아니다. 등심위의 입법취지는 대학재정과 운영을 투명히 하겠다는 데 있다. 이러한 입법취지를 왜곡하는 경영상의 비밀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향후 7월에 등심위 구조개선을 위한 등심위가 열린다. 첫 번째 관건은 학교와 학생의 동수구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 관건은 ‘비공개’ 원칙을 학생들의 실력행사로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애초에 등심위 공개여부는 공손하게 허락을 구할 사항이 아니다. 2010년에 만들어진 등심위 제도도 학생들이 공손하게 요구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고려대에서 2006년 본관점거가 실패한 이후 학교는 더 이상 학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학교가 학생의 힘과 목소리를 두려워하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 관건이다.
박원익 대학원총학생회장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5:05: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