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수(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사무국장)


해마다 대학가에선 신입생 입학시즌이 되면 음주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매년 비슷하게 일어난다. 올해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한 명의 여학생이 신입생 오티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신 뒤 의식불명상태에 빠져있다고 한다. 과음으로 쓰러졌을 때는 몸을 옆으로 눕히는 게 기본이다. 취해서 잠든 학생을 똑바로 눕히면 의식없는 상태에서 구토를 하다 기도로 구토물이 들어가 의식을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허망하고 안타까운 음주사고가 벌어지면 각종 매체에서 꾸준히 문제와 대안을 제시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대학 구성원의 자정노력으로 대학생의 음주 행태는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학기 초 각종 신입생환영회를 시작으로 지속해서 이어질 축제, MT, 체육대회 등과 같은 많은 학교 행사에서는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눈에 보이는 수는 줄어들었지만 학과와 학교의 전통이라는 이유로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강압적인 ‘사발식’같은 통과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무사히 넘긴 선배나 대학을 졸업한 성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재미있던 기억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주량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이 상황을 맞이하는 당사자 즉, 신입생의 입장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통과의식으로 받아들이는 신입생,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겁을 먹은 신입생, 때론 개인에 대한 존중 없는 불합리에 화가 나는 신입생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불합리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무사히 의식을 마친 신입생들이 이후 선배가 되었을 때, 이런 문화를 개선하기 보다는 여전히 전통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반복한다는 것이다. 신입생환영회, MT, 축제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음주문화는 이렇게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겹겹이 퇴적되어 형성되었다.

술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폭음(한자리에서 2시간 이내 5잔 이상 음주)과 과음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정량의 음주(남자 4잔, 여자 2잔)는 신체적인 유익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즐거움을 주고, 인간관계에 윤활유가 된다. 대학에서 합법적으로 술을 처음 접하는 대학생들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술이 주가 아닌 사람이 주가 되는 관계의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면, 더 나아가 때와 장소를 가려서 음주를 하는 습관이 만들어진다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술은 순기능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일상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 술 말고도 다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기성세대가 인식하고 변해야 할 몫이다. 대학생은 대학입학 이전 이미 자신의 부모와 성인들을 통해 음주문화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대학생의 음주문제를 꼬집기 전에 과연 성인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어른들은 여가시간 어떤 놀이를 하고, 언제, 어떻게 술을 마시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크게 자랑거리가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성인의 놀이문화를 보면 다양해 보이지만 그 마지막은 늘 과한 술이 함께 하고 있다. 신입직원환영회, 회식, 워크숍과 같은 행사를 보더라도 그 양상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술과 함께 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셈이다. 대학생은 이런 기성세대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대학생의 음주문화를 비판하기 이전에 전반적인 음주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기성세대의 변화노력 또한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대학생과 성인들의 음주문화는 거기서 거기다. 기형적이고 잘못된 음주문화에 대해 충분히 인식했다면 가능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인 노력과 병행한 개인의 노력이 있지 않는 이상 과거, 현재 그리고 경험하지 않은 미래에도 음주는 지속해서 지금과 같은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 잘못된 음주문화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계승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민족고대’는 어떠한가? 선택과 결정은 당연히 고대인의 몫이다.

김승수(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사무국장)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20:2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