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과거 2년(2008~2009)동안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 국외연수지원비를 받아 미국 남가주대학(USC) 종교시민문화연구소(Center for Religion and Civic Culture)에서 포스트닥 연수를 받았다. 특히 USC에서 연수하면서 연구소 소장이신 도날드 밀러(Donald E. Miller)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밀러 교수는 종교를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국제적인 모임인 종교사회학회(Society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의 회장을 역임(2005~2006)했던 분으로, 그의 저서 중에 몇 권은 우리말로 번역되어 한국의 종교연구자들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다. 여기서는 그의 저서 (Reinventing American Protestantism, 이원규 옮김)에 대해 소개를 하려고 한다.

는 미국의 개신교 독립교회들 중 갈보리, 빈야드, 그리고 호프의 세 교회를 중심으로 이들 교회들이 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고, 그 교회들이 갖는 동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집중적인 고찰을 통해 새로운 교회 패러다임의 모델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가 분석한 바로는 그 교회는 교인들 사이의 관계가 매우 친밀하고, 소그룹 모임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평신도를 사역의 파트너로 삼아 그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권위주의나 관료주의를 배격한다. 특히 이들 교회는 평신도 지향적인 조직 구조를 가짐으로써 구성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당시 포스트닥 연수를 받으면서 종교와 대중문화의 관계 연구를 수행했던 필자는 이 책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교회들은 중산층의 폭넓은 경험을 반영하는 음악적 표현방식으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부르는 음악은 현대적이며 대중문화의 음악적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종교가 신자들의 강렬한 대중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중음악을 도입하되 그 기능과 표현 방식을 교회에 알맞게 변형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예배 방식을 고집하는 교회는 쇠퇴하는 반면, 신자들의 변화된 기호와 취향에 맞춰 전통적 의례와 현대의 대중문화 프로그램을 적절히 사용하는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문화 수용이 종교의 생존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밀러 교수의 책은 현재 양적 질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교회의 입장에서는 그 교회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만 19세 이상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독교(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9.4%에 그쳤다. 이는 그만큼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크다는 것으로 교회가 신자들의 종교적․영적(spiritual) 욕구와 갈증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회의 기업화와 세속화, 물량주의,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적 태도, 불투명한 재정 사용, 교회성장제일주의 등이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자주 거론된다.

무엇보다 필자가 밀러 교수의 책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종교의 자기갱신의 노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종교의 이념이나 가치는 예나 이제나 변함없지만 종교는 인간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인간과 그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이 책은 종교가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으로보다는 우리의 고민을 들어주고 즐거움을 나누는 동반자와 같은 관계에서 유연하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전명수 인문대 교수·사회학과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