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학보사 동대신문이 23일 발행예정이던 1561호를 예정보다 3일 늦은 26일에 발행했다. 신문제작 과정에서 동대신문 편집인이었던 동국미디어센터장 김관규(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와 동대신문 기자들 사이에 발생한 갈등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1561호 제작 과정에서 김 교수가 총장 선출에 대한 설문조사의 표본추출 방법을 문제 삼은 것에서 비롯됐다. 19일에 진행된 편집회의에서 김 교수는 정확한 조사를 위해 1000명 정도의 표본이 있어야 하며, 학적부 명단을 통해 무작위로 추출하는 랜덤샘플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대신문 기자들은 학보사의 사정상 큰 표본을 랜덤샘플링 하는데 한계가 있어 400여 명의 학생을 인위적으로 추출해 표본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에는 조계종 고위 스님들의 총장선출 외압 의혹,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보광 스님 논문 18편 표절 판정, 이사장실 점거 농성 등에 대한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김관규 교수는 ‘일면 스님의 결단을 기대한다’는 사설의 문체가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1일 교정을 보는 자리에서 편집회의 당시 문제로 삼았던 기사들이 실린 것을 알게 됐고, 발행 중지를 선언했다.

동대신문 기자들은 여론조사와 사설에 대한 김 교수의 발행 중단 요구를 언론탄압이라 간주하고 정상 발행을 위해 대자보를 붙이고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 상황을 알렸다. 동대신문 편집국장 이승현(동국대 국문08) 씨는 “표본추출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맞지만 보도를 하지 못하게 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이 지적한 문체는 반영했다”며 “하지만 글의 방향은 바꿀 수 없다고 말씀드렸고, 다른 방향의 사설을 함께 싣기 위해 교수님께 써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동국대 학생자치언론 ‘앞담화’ 편집장인 정진호(동국대 정외14) 씨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언론 출판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관규 교수는 학생들과 갈등을 빚은 점을 인정하며 보직에서 사퇴했다. 김 교수는 “편집자로서 학생들과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에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현 씨는 “사건이 마무리됐고 신문사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나 기자  ly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07: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