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는 요즘 밥약을 잡은 1학년들과 선배들로 북적인다. 첫 만남이거나, 많아야 두 세번 본 사이인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기대와 설렘이 보인다. 고려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 선후배의 관계가 가장 활발한 대학에 속한다. 입반식에서 밥약을 잡는 시간이 따로 있을 만큼 후배는 선배와 가까워질 기회를 많이 가진다. 이러한 밥약은 관례적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베푸는 작은 선의다. 하지만 과연 밥약은 정말 무상으로 후배에게 사주는 밥일까.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한 말 중 ‘공짜점심은 없다’란 말이 있다. 공짜처럼 보이는 것도 자세히 보면 이익관계가 연루되어 있다는 말이다. 밥약도 마찬가지다. 선배는 후배와 관계를 맺고, 이전에 자신의 선배에게 받은 만큼을 다시 베풀기 위해, 그리고 후배는 선배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밥약을 한다. 개인적으로, 후배가 선배에게 먼저 다가와 밥을 얻어먹었다면 밥약 이후의 관계를 유지하고 받은 만큼을 돌려주는 것은 후배의 작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친해지기 위해 밥을 사준 선배와 친분을 유지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정도는 마땅히 보여야 할 노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밥약 이후 연락이 끊겨 이후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는 애매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하물며 얼굴을 마주보며 밥을 먹은 사이라면, 인사가 어색한 사이가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밥약의 장점도 물론 있다. 과실에서 잠깐 잠깐 만났을 때 못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학교에 처음 들어온 1학년에게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만들어 주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는 말아야 하며, 이가 일회성인 약속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우리 학교만의 ‘밥약’이라는 문화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선 후배가 모두 어느 정도의 의식을 가지면 좋겠다.

김나영 (정경대 경제14)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6: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