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학(Problematology)을 주창한 언어철학자 Michel Meyer는 모든 문장은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한다. 배우고 묻는 학문(學問)은 이 점을 시사한다. 교수의 서재에 학생들을 위해 한권의 책을 남긴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교수들은 나름의 사연과 이유를 들어 다양한 관점에서 한 권의 책을 추천할 것이다. 나는 위의 질문에 대해 1971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위수령 사태 때 모교 시계탑 건물 안으로 군인들이 발사한 가스를 마시고 몹시 다쳐 인생을 방황하던 대학시절과 1993년 암 투병 고통의 젊은 교수시절을 함께 한 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암 정책과 생활행정학을 연구하며 살아온 나의 학문과 삶에 등불과 빛으로 큰 영향을 미쳐왔으며 누구에게나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 책은 바로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성경(Bible)이다.

  거룩한 경전 또는 책을 의미하는 성경(聖經)은 라틴어 biblia sacra와 그리스어 τὰ βιβλία τὰ ἅγια ta biblia ta hagia에서 유래된다. 그 영역인 Holy Bible을 간단히 표현한 Bible은 책들을 의미하는 라틴어 Biblia와 그리스어 βιβλία에서 나왔다. 종이와 책을 의미하는 단수인 βιβλίον biblion은 쓰기 재료로 사용된 파피루스를 나타내는 βύβλος byblos의 지소사(指小辭)이다. 성경은 그 자체 책이라는 뜻이 있고 역사상 베스트셀러이므로 책 중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을 구성하는 책들의 수는 개신교와 유대교, 가톨릭과 동방정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개신교는 구약 39권 신약 27권에 한정하나 가톨릭은 여기에 12권을 더 추가한다. 성경의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의 66권의 책은 두 교파의 공통분모이다. 개신교와 유대교의 구약 39권은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모세오경으로 일컫는 율법서, 여호수아부터 에스더까지 12권의 역사서, 욥기와 시편과 잠언 등 5권의 시가서, 이사야부터 말라기 까지 17권의 예언서로 나누어진다. 신약은 27권으로 마태·마가·누가·요한의 4권의 복음서, 사도의 행적을 기록한 사도행전인 1권의 역사서, 바울· 베드로·요한 등이 쓴 21권의 서신서, 요한계시록인 예언서가 있다. 성경은 약 40명의 저자에 의해 1600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기록되어 완성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예수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일관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신약과 구약은 1189장(chapter)과 30,993 구절로 구성되어 있고 창세기 1: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에서 시작하여 요한계시록 22:21절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자에게 있을 찌어다 아멘”으로 끝난다. 성경은 천지만물과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든 인간의 창조와 타락 및 예수를 통한 인간과 세상의 구원을 다룬다.

   이러한 성경은 곳곳에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서양의 사상과 정치와 문화와 예술 및 복지에 영향을 미쳐왔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 졌고 천하보다 귀한 인간이라는 성경의 사상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인권 및 평등이 확립되고 노예제도가 폐지되었다(창세기 1:26,27; 마태복음 16:26; 빌레몬 1장). 윌버포스, 아브라함 링컨, 마르틴 루터 킹은 이러한 성경의 공적 가치에 헌신한 사람이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막강한 교황권의 비판적 성서해석을 통하여 교회의 권위와 국가의 권위가 대등한 것으로 주장하여 근대민주주의 확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마태복음 16:18-19,18:18; 요한복음 20:23). 강도 만난 고통 받는 이웃을 돕고 고난 중에 있는 고아와 과부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도우라는 사상은 이 땅의 복지제도의 초석이 되었다(누가복음 10:30-36; 야고보서 1:27). 마더 테레사는 예수의 사랑을 이 땅에 실천한 사람이다. 이 외에도 을 쓴 막스 베버, 를 쓴  파스칼, 을 쓴 도스토옙스키, 하버드 대학을 세워 교육에 영향을 미친 요한 하버드 목사는 성경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인물들이며 이런 인물들은 역사상 수 없이 많다. 한국사회의 평등, 교육, 문맹퇴치, 의료, 인권회복에 성경의 사상이 미친 영향은 크다.

  성경을 보면 “인생의 가장 큰 가르침이 무엇입니까?” 라고 어떤 청년이 예수님에게 묻는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예수는 답한다(마가복음 12: 30, 31). 따라서 성경이 담고 있는 삶의 핵심가치는 참사랑, 즉 전인격적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 및 자기사랑이다. 인간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기에 하나님 사랑은 선택적 가치다. 이웃사랑과 자기사랑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다. 성경은 모든 사람을 향해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며 2014년 현재 6500개 언어 중 28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계속 다른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러한 베스트셀러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신앙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읽어야 할 가치가 있는 인생의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조무성 공공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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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5 17: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