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에 건국대에는 전체학생이 모이는 학생총회가 성사됐다. 좀처럼 모이지 않는 학생들이 학생총회의 성원인 전체학생 10%인 1700명을 넘겨 2400명이 모였다니 그만큼 요구와 주장이 긴박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학교당국의 일방적인 학사구조개편과 학과통폐합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의견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건국대는 학사구조 개편안으로 소규모 전공과 유사 학과를 통합해 학과 규모를 키우고 교육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10개 유사학과를 통합하고, 세부 전공단위를 폐지하며 유사학과를 통합해 학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교육 내실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를 덧붙인다. 학과제 개편과 함께 진행된 학사개편에서는 학과 선호도, 연구 성과, 학내 교육역량 등의 학과별 경쟁력 평가를 통한 정원조정도 병행됐다. 또한 건국대 당국은 학과 평가제 시행도 예고하였다. 학과 선호도, 학과 소속 교수의 논문 발표 수,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개별 학과를 2년 마다 평가해 우위 학과의 정원을 확충하면서 동시에 열위로 평가된 학과는 정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나온 중앙대의 학사구조 개편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전국 대학가는 학과구조조정으로 갈등의 봄을 지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흐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대학과 사회 간에 그리고 대학 구성원 간에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학교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교육당국이 대학구조조정의 결과를 재정지원과 대학평가의 근거로 삼는 상황에선 대학당국 또한 막연하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성급하게 진행하는 대학구조조정이 대학 구성원간의 갈등을 부르고, 서둘러 진행하기 위해선 취업률이라는 표피적인 지표에 의존하면서 반목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교육당국과 대학당국이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구조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교육을 하나의 상품으로, 학생들을 교육 소비자로 여기는 사고의 연장선이다. 대학이 학생의 취업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교육당국의 정책은 대학에게 취업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심화되고 있는 취업난의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이강석 중앙대 교수협의장은 이미 지적대로 대학에서 취업률이 높은 학과에 인원을 증원해도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그 일자리로 갈 지원자만 늘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본교도 대학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최근 수 년간 정통대, 보과대의 전공과 학과의 통폐합을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대학구조조정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답은 대학 스스로가 대학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교 역시 대학교육, 나아가 대학의 발전방향을 연구해야 할 때다. 외부에서 강제로 구조조정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학과와 단과대학 그리고 전체 대학차원에서 변화의 방향을 찾고 합으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선 학교당국의 인내심 있는 태도와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대학의 정통성을 미래에도 지속하도록 하는 방안이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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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6 03: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