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XXX은 사실 말이지….”
십여 년 전, 모 스포츠신문 기자가 되어 나타난 동아리 선배가 후배들을 학교 앞 호프집에 모아 두고 영웅담을 펼치듯 연예계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유명인들의 사생활과 TV 속 화려함과 괴리된 그들의 이면은 묘한 기분으로 그 시절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한 짜릿함에 귀를 쫑긋 세우고, “서태지는요, 신승훈은요?”하며 선배의 무용담에 맞장구 쳤던 기억이 있다.
“순식간이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요즘 카톡(카카오톡)은 나보다 남의 이야기를 전하느라 분주하다. 그 녀석이 전하는 소식에는 보통 ‘받은글’이라는 말머리가 붙어 다닌다. ‘받은글’의 또 다른 이름은 ‘찌라시’다. 과거 증권가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공유되던 정보지보다 한 층 ‘날 것’의 느낌이다. 최근 두 여성연예인의 싸움에 관한 찌라시는 가히 ‘실시간’ 스포츠 중계 수준이었다.
‘찌라시’는 더러운 눈밭을 구르는 눈덩이 같다. 돌면서 양이 불어나고, 없던 내용이 더해진다. 최근에는 이런 경험을 했다. 한 지인이 보내준 각기 다른 찌라시 3개가 연달아 나의 카톡 창에 들어와 있기에 생각 없이 이를 하나로 이어 붙였다. 그러고는 다른 친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 글이 또 다른 친구로부터 ‘이거 봤니’하며 돌아왔다. 5분이 채 안 걸렸다. 본의 아니게 ‘유포자’에서 ‘생산자’가 되어 버린, 무서운 경험이었다.
같은 내용의 ‘찌라시’가 시간을 거쳐 구체화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오전에 전송된 ‘찌라시’ 속 주인공은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이 아니었다. 모 대기업 홍보실에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김모 과장이었다. 그가 출입기자와 통화를 마치며 전화를 제대로 끊지 않고, 혼잣말로 기자에게 욕설을 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다소 시시한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김 과장이 내뱉었다는 구체적인 욕 내용도 상세히 담겨 있었다. 주인공의 실명은 드러나지 않았다. 문제는 오후에 전달된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거기에는 김 과장의 이름 석 자가 들어 있었다. 놀라운 건 그가 얼마 전 연락을 주고받은 학교 선배였다는 것이다.
걸러지지 않은 미확인 정보를 누군가에게 퍼뜨리기 쉬운 시대다. 가끔은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재생산된 내용도, 뭔가 있어 보이게끔 원래보다 과장한 것도 있다. 순식간에 퍼지기에, 같은 내용의 찌라시가 여러 사람에게서 한꺼번에 들어올 때도 있다. 이런 경우 가장 늦게 찌라시를 전송한 사람은 ‘소식이 느린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난 잘 몰라~ 그냥 받은 거야.”
방금 누군가에게 ‘찌라시’를 돌리지 않았는가. 여차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자신이 생산하고, 공유하는 콘텐츠에 책임감을 갖는 성숙한 인간이 되길 바란다. 나는 어떠냐고. 위의 일들을 겪은 뒤론 ‘소비’만 한다.
참고로, ‘찌라시’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맞는 표기는 ‘지라시’다.

김근영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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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6 12: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