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회 논의가 길어지며 전학대회는 결국 오전 5시를 넘겼다. 회의가 길어지자 일부 대의원들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기도 했다.

2015학년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장=서재우, 전학대회)가 3월 29일 오후 1시부터 4.18기념관 지하대강당에서 총 16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지만 회의시간이 과도하게 지연됐다는 이유로 산회됐다.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총학 중앙집행위원회(집행부) 인준 △특별위원회 및 교지대 보고 △특별기구 재심의 △수직적 대학운영 규탄 결의문 논의 △체육국 개편 논의 등이 진행됐다. 이날 100여 명의 대의원이 참석했으며, 단과대 등 산하기구의 예‧결산 심의는 미뤄져 5일 임시전학대회에서 진행됐다.

재인준 난항 겪은 총복학생협의회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특별기구 재인준이 이뤄졌다. 총학생회 회칙에는 3월 이내에 중앙운영위원회(의장=서재우, 중운위)에서 특별기구를 재인준하도록 돼있지만 중운위가 해당 회칙을 확인하지 못해 시일 내 이를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인준 대상 중 7개 특별기구는 무리 없이 재인준됐지만 총복학생협의회(의장=박범진, 총복협)는 재인준을 재심의하는 과정(2차 표결)까지 거쳐야 했다. 일부 대의원이 총복협의 기능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해 1차 표결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 표결 직후, 총복협에게 개선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징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래현 사범대 학생회장은 “총복협이 차후 분명한 사업방향을 결정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2차 표결 결과 찬성 68표, 반대 7표, 기권 23표로 총복협은 재인준됐다. 박범진 총복협 의장은 “총복협의 본래 취지인 민중열사를 기리는 선 안에서 어떻게 복학생의 복리증진을 위해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학교행정 규탄 결의문’ 통과

‘수직적 대학운영 규탄 결의문’을 전학대회 명의로 발표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해당 안건은 찬성 77표, 반대 2표, 기권 5표로 가결됐다.
안건은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 △공간관리위원회 △이공계 주차장 신설 △블랙보드 시스템 전환 △중앙광장 입점업체 선정 △해송법학도서관 열람실 축소 등 올해 발생한 7개 사례를 학교 당국의 비민주적 행정처리 사례로 규정하고 결의문을 전학대회 대의원 명의로 발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세훈 안암총학 사회연대국장은 “규탄 결의문 발표를 통해 학교의 일방적 행정을 막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학이 제시한 사례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총학이 제시한 7개 사례 중 현재 학교본부가 진행한 사안은 대학평의원회 하나밖에 없기에, 과거 사례를 근거로 현재 학교본부를 규탄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강민구 안암총학 부총학생회장은 “소통의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학교본부의 변동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는 아니다”며 “규탄 결의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생이 학교행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이라고 말했다.

특별기구로 개편되는 체육국

총학생회 집행부 산하 국서인 체육국을 특별기구로 개편하는 논의도 진행됐다. 해당 안건은 학생자치에 관한 문제를 심사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학생자치특별위원회(위원장=고준우, 학자특위)의 제안으로 중운위의 의결을 거쳐 전학대회에 상정됐다.
학자특위는 체육국이 집행부 산하 국서가 아닌 특별기구의 지위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회칙이 ‘특수한 영역과 기능’을 담당하며 ‘전문적 영역을 갖고 활동을 꾸준히 수행’하는 단체를 특별기구로 규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체육국은 전통성과 업무용이성을 근거로 특별기구로의 개편을 반대했다. 이주현 체육국장은 “교내경기를 주관하고 고연전 등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체육국 특성상 총학 국서가 아닌 특별기구로 개편되면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안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돼 특별기구로 전환 53표, 현행유지 26표, 기권 6표로 마무리됐다. 총학은 체육국의 개편에 대해 구체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결국 ‘산회’, 회의진행 문제 없었나

이번 전학대회는 산하기구의 예‧결산 심의를 남겨둔 채 30일 오전 5시 30분 결국 산회했다. 특히 △출석대의원 파악 △산회 논의 등이 길어져 회의체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의사조정위원회가 수차례 소집된 가운데 회의진행 미숙에 대한 비판여론도 일었다.
총복협 재인준 2차 표결 당시 출석 대의원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회의가 장기간 지연됐다. 투표는 카카오톡 투표기능으로 진행됐는데, 총학생회장단은 해당 표결 집계 당시 단체 대화방에 있는 총학 집행국원을 대의원으로 착각해 출석 대의원수와 투표 대의원수가 맞지 않다며 해당 투표를 무효 선언했다. 이후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며 무효 선언을 무효화하는 것을 두고 대의원간 논쟁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회의는 1시간가량 지연됐다.
장기간 회의가 진행될 것을 우려해 산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2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3월 30일 오전 3시 30분 “지금부터 산하기구 예‧결산 심의가 진행되면 사실상 회의가 오전 10시를 넘겨야 마무리된다”며 산회를 제의했다. 하지만 산회 여부와 산하기구 예‧결산 심의를 처리하는 방식을 놓고 논의가 진행되며 결국 전학대회는 5시 30분 최종 산회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의원은 “길어진 회의시간을 이유로 산회를 제의했으면서 산회 여부를 따지는 논의로 2시간을 소비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암총학은 투표방법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산회 논의의 장기간 진행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카카오톡 투표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며 “산회 결정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안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또 서재우 회장은 길어진 회의시간의 주된 이유로 논의안건이 많았다는 점을 들며 회의시간 단축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범석 기자 cona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1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