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교내에 추모열기 이어져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학내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학생들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진 앞에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는가 하면, 추모하는 글귀를 직접 남기며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지난 한 주간 학내에 있었던 세월호 추모 행사의 모습을 담았다.


▲ 세월호 추모 300일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폭풍의 언덕에서 한 학생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정경관 1층에 걸린 노란 리본에는 학생들의 메세지가 적혀있다.

47대(2015년)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는 9일부터 16일까지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주간’으로 지정하고 ‘세월호 참사 300일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정경대 후문에서 언덕으로 이어지는 사진에는 지난 300일 동안 우리 모두가 그토록 안타까워하고 비탄했던 순간들이 담겨있었다. 옆으로 뒤집힌 채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세월호, 체육관에 다 같이 모여 실의에 빠진 가족들, 친구들의 장례식을 찾아 울먹이는 교복 입은 학생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찰이 등장하고 시위를 하고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아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 아직 그 날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사진 옆으로 나붙은 여러 대자보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그동안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줄었어요.” 대자보를 읽던 최다희(문과대 영문15) 씨는 안타까운 현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찬찬히 대자보를 살펴보던 박정규(보과대 물리치료13) 씨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기는 어렵잖아요. 이렇게 다시 한 번 세월호를 생각하도록 하는 기회가 있어 좋네요.” 김정엽(경영대 경영11) 씨는 명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를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돈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죠. 일부에서는 ‘언제까지 세월호 얘기를 하느냐’며 유가족들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에요.”

정경대 1층 한편은 온통 노란색 물결이었다. 정경대는 10일부터 16일까지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주간’으로 지정하고 노란리본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복도에는 노란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그 노란 줄에는 학생들이 달고 간 수십 개의 노란 리본이 매여 있었다. ‘416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노란 리본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중 하나의 리본을 매단 김태훈(정경대 경제14) 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세월호에 관한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기를 바랐다. “세월호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이고 인륜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4월 16일이 6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저녁, 민주광장에서는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또 하나의 움직임이 있었다. 정경대학 학생회(회장=설동연)와 애기능생활도서관은 ‘세월호 1주기 추모 영상제’를 열고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무료 상영했다. 사회를 맡은 장태경 애기능생활도서관 운영위원은 영화를 보기에 앞서 이번 영상제의 취지를 밝혔다. “세월호 사건 1주기를 맞아 세월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 및 주류언론과 유가족의 입장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다이빙벨’이 모두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이야기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영상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20여 명의 관객은 영화를 통해 1년 전 그날로 돌아갔다.
진지한 눈빛으로 영화를 보던 유시영(보과대 보건정책12) 씨는 단원고 학생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고생하신 잠수부들이나, 일반인 희생자 중에도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분들에게도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교복을 입고 캠퍼스를 구경하던 고등학생들이 스크린 옆에서 발걸음을 멈춰 세우기도 했다. 신보경(여·17) 씨와 임주연(여·17) 씨는 언니, 오빠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다 같이 리본도 달고 많이 생각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 말미에는 세월호 사건 희생자 강승묵 학생의 아버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하게 아들을 잃게 된 그의 토로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바람은 이뤄졌을까. 77분간의 영화 상영이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설동연 정경대 학생회장의 말은 아버지의 마지막 토로와 오버랩되며 아직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음을 보여줬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때까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글│김영상 기자  video@kukey.com
사진│서동재 기자  awe@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6 11:5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