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주재민 전문기자

다차원적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사회의 ‘융합형’ 인재 배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본교는 시대변화에 발맞춰 올해 ‘융합전공’을 추가적으로 3개 신설했다. 신설된 과는 △다문화 한국어 교육 △메디컬융합공학 △융합보안이다. 융합전공은 2개 이상의 학과와 학문분야가 융합된 전공으로, 간 학문적이고 학제적인 교육을 목표로 한다. 2014년도에는 총 830명의 학생이 융합전공에 합격했다. 2004년 도입 후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 본교 융합전공의 현황을 짚어봤다.

<b>14개의 전공이 결합된 융합전공도 있어</b>

현재 본교에 개설된 21개(안암 18개, 세종 3개) 융합전공은 2개에서 14개까지 전공이 융합돼있다. 그 중 ‘인문학과 정의’ 융합전공은 국어국문학과, 한국사학과, 한문학과, 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등 14개의 전공이 융합돼있다. 학생들은 융합전공의 장점이 바로 이 ‘다양한 전공을 들을 수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 융합전공을 선택한 이상미(공공행정13) 씨는 “융합전공을 통해 패션 관련 전공과 더불어 경영학 전공 수업도 함께 듣는다”며 “다양한 학문을 통해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것이 융합전공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융합전공이 단순히 학문의 결합으로만 구성돼 있고, 본래 목적에 걸맞는 학문 융합의 교과과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PEL(Politics, Economics and Law)’ 융합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김두래(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융합전공에는 분야별로 강좌가 산재돼 있고 그 수도 너무 많은 편”이라며 “앞으로는 기존 학사단위(학과/전공)의 과목 수를 조금 줄이고 융합전공만의 특색 있는 교과과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b>융합전공 선택, 이유도 다양해</b>

일부 학생들은 특정 융합전공에서 제공하는 혜택에 끌려 융합전공을 선택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기술과 산업’ 융합전공은 △학생 전원에게 최소 반액 장학금 지원 △창업비용 지원 △뉴욕주립대 방문 기회 제공 △교수 및 산업체전문가와의 멘토링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기술과 산업’을 융합전공하고 있는 박재성(정보대 컴퓨터11) 씨는 “다양한 혜택에 이끌려 지원했다”며 “실제로 들어보니 경진대회나 다양한 프로젝트로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새로 개설된 ‘융합보안’ 융합전공은 대학원생에게서 전공에 관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겨울방학을 이용해 약 한 달간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혜택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중전공의 경쟁률이 높아 그 차선책으로 융합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본교생은 졸업 전 제1전공과 아울러 심화전공 또는 제2전공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제2전공의 종류에는이중전공, 융합전공 그리고 학생설계전공이 있다. 그중 이중전공은 미디어학부, 경영학과 등 인기 학과에 지원자가 쏠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이에 일부 학생은 경쟁률이 높은 이중전공 대신 융합전공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문과대 소속 EML(Emerging, Market & Latin America) 융합전공을 하는 윤종진(문과대 서문13) 씨는 “이중전공을 지원하려는 학생 중 상경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다”며 “상경계열 이중전공은 경쟁률도 높고 학점 제한이 있는 편이라 비교적 경쟁률이 덜한 융합전공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일부 학생들은 법학전문대학원이 참여 학과로 포함된 ‘공공거버넌스와리더십’과 ‘법과행정’ 융합전공을 선호하기도 한다. 백시운(문과대 서문13) 씨는 “로스쿨 진학 전에 법 관련 수업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 공공거버넌스와리더십 융합전공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b>예산지원과 학과홍보는 아직 부족해</b>

융합전공은 독자적인 교육과정으로 구성되기보다는 기존 학사단위(학과/전공)의 협조로 운영된다. 따라서 별도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다. 사회복지학 융합전공의 황명진(인문대 사회학과) 주임교수는 “융합전공은 학과단위가 아니므로 행정과 예산상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융합전공 홍보를 위한 팸플릿 제작조차도 어렵다”고 말했다. ‘디지털매체문화(DMC)’ 융합전공 학생회 회장직을 맡았던 조은혜(인문대 영문12) 씨는 “학교 측의 재정적 지원이 부족해 융합전공 학생 집행부들이 융합전공 설명회를 진행했었다”고 말했다. 융합전공은 2004년에 도입돼 시행 10년이 넘었지만 현재 기존 학과처럼 학과 사무실를 포함해 전임 직원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행정적 지원과 학생 커뮤니티 형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과행정’ 융합전공을 하는 장하늘(문과대 사회11) 씨는 “융합전공생들을 하나로 묶을만한 구심점이 없어 아쉽다”며 “융합전공생만의 행사나 엠티 등을 마련해줄 학생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미 씨도 “융합전공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있지 않아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않다”며 “학교 측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해주고 학과 측에서도 융합전공 학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두래 교수는 “융합전공이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효과적인 교육과정으로 인정받는다면, 기존 학사단위에 상응하는 정도의 독립적 예산이 배정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b>심정윤, 이영나</b> 기자  new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5 1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