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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북한학 박사학위 논문


북한과 쿠바의 혁명군부에 대한 비교 연구
-체제유지에 있어서 군의 역할을 중심으로


저자 이경화/북한학 박사



1980년대 후반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과 쿠바도 다른 사회주의 정권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이들이 머지않아 붕괴하거나, 적어도 기존의 고립적인 사회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였다. 북한과 쿠바에서 제한적이나마 개혁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종종 중국이나 베트남의 뒤를 따를 것으로 해석되었고 정권의 안정성보다는 불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담론을 압도하였다. 그러나 북한과 쿠바는 국제사회의 예상과 달리 경직된 체제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사회주의 정권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과 쿠바가 사회주의를 고수할 채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북한과 쿠바가 체제 유지를 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을 군부의 역할에서 찾고자 하였다. 두 정권의 체제 생존에는 강력한 통제체제, 이데올로기, 엘리트의 결속력 및 체제에 대한 충성심 등 다양한 배경을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쿠바의 체제위기에서 공통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군부의 위상 및 역할 확대이다. 북한과 쿠바 정권은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여 정치·사회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적 영역까지 군부의 역할을 확대하여 체제 및 정권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정권과 체제의 위기에서 군부의 다방면으로의 역할 확대와 부상은 정권에게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쿠바 군부는 혁명성을 바탕으로 정권에 위협이나 불안을 끼치지 않고 정권과 체제를 수호하고 보위하는 역할만을 담당하였다. 혁명군부는 혁명이라는 매개를 통해 정권과 정당성을 공유하며 혁명 추구에 최우선적 목표를 두어 군사적 역할 뿐 아니라 정권을 위해 대중선도와 동원 등 비군사적 역할까지 담당한다. 일반적인 직업군부, 즉 전문직업군부의 경우 군전문성을 추구하며 비군사적 영역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거나, 특정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보다 국익을 우선한다. 이들은 조직의 우월성과 응집력, 군부의 상징적 지위, 무기의 독점 등 군부의 우위적 이점을 배타적 권리로 삼는다. 반면 혁명군부는 정권이 추진하는 혁명에 초점을 둠으로써 군부는 조직적으로 응집되어 있으나 정권 및 인민과 구분되지 않고, 자신의 상징적 지위를 혁명적 영웅으로 내면화한데 만족하며, 전문가로서 무력의 독점 등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군사적 영역에서조차 자율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북한과 쿠바는 이러한 특성의 군부 역할을 체제 유지와 정권 수호를 위해 확대하였다.


물론 두 정권의 혁명군부 창출과 지속에는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도 크다. 쿠바에서는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경험을 통해 태생적으로 혁명성을 지닌 군부를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북한에서는 김일성 정권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혁명전통과 함께 후천적으로 혁명군부를 창출하였다. 두 사회주의 정권의 체제유지에 있어서 군부 역할을 둘러싼 공통점 및 차이점을 바탕으로 비교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혁명군부 활용이라는 공통성이다. 북한과 쿠바에서 혁명은 정권의 최대 정통성으로서 내부를 결속시키고 외부의 적을 만드는 주요한 기제였으며 혁명군부는 이러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북한과 쿠바가 사회주의권의 붕괴라는 체제위기에서 군부 역할을 확대한 것은 혁명적 성격을 지닌 군부가 체제 뿐만 아니라 정권 보위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믿을 수 있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1990년대 이후 체제위기로 인한 군부 부상에서 군부 역할 변화의 상이성이다. 체제위기로 인한 군부 부상 이후 군부의 역할은 북한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반면, 쿠바에서는 군부에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은 외형상 군부의 무력적 위상이 크게 향상되고 역할이 확대되었지만 군부는 정권의 보위수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쿠바 군부는 정권 창출의 주역으로서 체제위기를 맞아 새로운 역할을 통해 이권을 얻고 군비축소와 병력감소의 책임성을 발휘하면서 정권과의 일체성을 강화하였다.

  셋째, 위의 비교를 토대로 군부의 역할이 향후 체제유지와 정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전망해보았다. 북한과 쿠바 군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 군부는 쿠바 군부와 달리 우위성 확보를 위해 위기 국면 조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현 김정은 정권은 체제유지에서 군부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강경한 체제에서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북한 군부는 위기감을 조성함으로써 군부 우위를 지속하고자 노력하며 경직된 체제지속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미 군부가 기득권을 보장받은 쿠바에서는 정권이 개혁개방을 선택한다면 군부는 유연한 태도로 개혁개방 과정을 통제하고 추진하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군부는 자신과 정권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쿠바와 마찬가지로 제한된 개혁개방 영역에서 군부의 정치적 위상 강화와 함께 경제적 이권 확대현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개혁개방을 억제하고 강경한 노선을 추진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 인터뷰]

1. ‘북한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북한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에서 국제관계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부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의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들은 국내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방법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뿐 아니라 국제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핵 문제해결과 동북아다자안보협의체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보다 전문적인 연구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북한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은?

국제관계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다른 북한 연구자들에 비해 비교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현존하고 있는 사회주의 정권인 북한과 쿠바를 비교해 보고자 하였으며 특히 두 정권에서 두드러지는 군부의 정치경제적 역할에 주목하였습니다. 북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기존 연구 경향에서 벗어나 사회주의 정권으로서 북한의 특수성과 일반성을 재정립해보고자 하였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정치학이나 인문학에서 국가 간 비교 연구는 사실 상당히 어렵습니다. 공통적인 분모가 있더라도 각 국가별로 역사적 경험이나 지리·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의 목적과 방향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논문의 적실성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도교수님이 같이 고민해 주시고 방향 정립에 큰 길잡이가 되어 주셨습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논문작성은 시작과 마무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시작 단계에서는 본인에게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문 작성 과정은 연구의 목적과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여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는 긴 여정입니다. 연구 주제를 정할 때 본인의 관심분야를 잘 생각해보고 지도 교수님, 선배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글은 계속해서 읽어보고 고칠수록 나아지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 논문을 일찍 완성해 놓고 차근차근 수정하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11:5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