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집들은 피해가 심했다. 집 안 벽에 균열이 생겨 시멘트를 발라 보수한 상태다.


올해 3월 완공된 하나과학관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사성 소음과 진동으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학교와 시공사는 공사과정에서 주민 피해가 있었음을 인정하나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대한 주민의 민원을 경청하지만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주민들 “피해 보상 미미해”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5개월 동안 소음과 진동에 시달린 것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적었다고 말한다. 2013년 8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부지의 땅을 파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굴삭기로 암석을 깨는 소음과 발파의 진동이 주변 지역에 전달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바닥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파르르 떨리는 등 집 전체가 울려서 견디다 못해 근처에 따로 집을 구해 나와서 살았다”고 했다. 공사로 인해 집안에 균열이 생기는 등 물질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도 있다. 주민 윤희찬 씨는 “집안 곳곳이 갈라지고 뒤틀려 대문이 닫히지 않았고 보일러관이 터지는 등 손해가 컸다”고 했다. 지속되는 소음에 학교와 시공사, 서울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한 경우도 있다.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위원회에 개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위원회의 결정과정을 거쳐 피해 보상금을 받은 다른 주민은 “시공사로부터 가족 구성원 1인당 10만원씩 총 50만원을 받았다”며 “몇 달 동안 소음에 시달린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라고 주장했다.

시공사 “최대한 다 해줬다”
시공사는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정훈 대우건설 관리부장은 “안암(安岩)이라는 지명처럼 이 지역은 땅을 파기만 하면 암석이 나와 돌을 깨는 작업 없이는 공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공사했지만 법적인 기준을 충족했고, 민원 접수와 관계없이 물질적 손해에 대해 전부 배상했다는 것이다. 이승찬 대우건설 하나과학관 현장소장은 “공사 현장 개설 전 주변 환경 조사에서 가옥의 주요 구조 부위에 금이 간 정도를 측정하는 크랙 게이지를 부착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사과정 중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했으며 피해가 발견된 집에는 원래의 사용성을 유지할 정도까지 원상복구했다”고 했다.
한 주민은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시공사 측에 요구했지만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애초에 암반 지형이라 공사 중에 문제가 있을 것을 알고 보험에 가입했을 텐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최정훈 관리부장은 “대부분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들이라 보험사에서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보았던 것”이라며 “실용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라 할지라도 경제적 가치가 없으니 손해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사에 법률적인 문제는 없어
학교와 시공사는 공사에 법적인 문제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흥덕 시설부 과장은 “시공사가 법적인 기준 안에서 공사를 진행했지만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있는 주민들에게 아무래도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최정훈 관리부장은 “건축법을 지켜 공사를 시행했고,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지만 소음과 진동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개선했던 사항을 설명했다. 그는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방음펜스와 소음저감장치를 부착한 굴삭기를 이용했다”며 “발파 작업횟수를 줄이고 사용되는 폭약의 양도 조절해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민원을 줄이기 위해 감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심리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은 그 산정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보상받기가 어렵고 그 금액도 미미하다. 서울대에서 건축법을 강의하는 이광환 해안건축 소장은 “정신적 피해에 관한 내용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보상에 관한 법적 근거가 뚜렷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양측의 합의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피해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생의 자세 필요해
주민들은 학교 측이 민원에 대응하는 적극성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려는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또 일반 거주지역 경계까지 밀어붙여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권과 이공계 학문 융합을 위해 하나과학관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흥덕 시설부 과장은 “자연계 캠퍼스 구성원들의 폭넓은 교류를 위해 보과대를 이전했고, 마스터플랜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했다”며 무분별한 팽창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광환 소장은 학교, 시공사, 주민 간 상생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물이 들어서서 피해를 입게 된 사람이 생길 수 있지만 학교도 건물을 지을 권리와 재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며 짓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민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승찬 현장소장은 “공사로 인해 발생한 민원은 시공사가 책임져야 하지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큰 틀에서 움직이는 것은 학교의 몫”이라며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 전체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서동재 기자 awe@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13: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