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직 기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얘기 된다'라는 게 있다. 꽤나 자주 사용한다. 무슨 단어로 바꿔 쓸 수 있나, 잠시 생각해 봤는데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용례를 살펴보는 게 낫겠다.

나: 선배, 관악서 교통사고조사계에서 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캡: 얘기되니?
나: 칼치기 수법 쓴 보험 사기범들 검거했다는 내용인데, 얼마 전 보험사들이 냈던 통계자료도 있고...
캡: 그때 안 쓴 자료화면 중에 얘기되는 것 남아있나? 관심 있는 소재니까 얘기되게 잘 만들어 봐.

얘기 되다= 세간에 회자 되고, 화젯거리가 될 정도로 주목받다. 사실 이 '이야기 되는' 화젯거리를 찾아내는 게 기자의 업무요, 언론사의 존재 이유다. 요즘처럼 모바일 앱과 포털 사이트, SNS 같은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선별해' 보는 흐름 속에 많이, 그리고 쉽게 선택받기 위해서라도 기자는 한 문장의 헤드(제목)로 승부 볼 수 있는 뉴스를 찾는 데 집중한다.

2. 근래 썼던 기사 가운데 얘기되지 않을 게 뻔한,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고민이 많았던 것들은 모두 세월호 1주기에 대한 기사였다. 쓰고 갈아엎고, 쓰고 갈아엎고를 반복했다. 지금도 선체 안, 혹은 바다 어딘가에 있을 실종자 9명과 매일같이 땡볕 아래 광화문 광장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유족들, (처벌로부터 자유로웠지만)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구조 상황, 이후 처리 과정까지 결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을 두고 전면적인 추모의 분위기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엇보다 가슴을 서늘하게 한 건, 대중의 반응이었다. 어느 샌가 논의는 가족이나 지인을 잃은 황망함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제3자인, 생판 '남'들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보상금 수억을 받게 됐으니 유족들은 이제 그만 울부짖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떼쓰듯 시행령 개정 운운하지 말고 정부가 제시한 안을 받아들이라고, 세월호 참사를 철저히 타자화, 대상화한 목소리만이 모두의 생각인 것처럼 도배됐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무관심했다. 안전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하지 못했는데도, 관련한 모든 논의를 1년이나 반복된, 지긋지긋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3. 그 속에서도 몇몇 소신 있는 언론사들만이 꾸준히, 때론 날카로운 취재로 기사를 발굴해내 세상에 소개했다. 하지만 이를 언론사의 소신에 기반한 선택에만 맡겨둘 것인가. 소위 업계에선 얘기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세월호 참사를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 당위를 기자 혼자만 찾아가야 하는가. 1주기가 이 정도였는데, 2년, 3년 뒤에도 우린 계속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정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고인들을 진심으로 추모했다고 생각하는가. 지면을 빌어 지난 한달 간 나를 괴롭혔던 질문에 대해 고백해 본다.

류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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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4 10: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