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암컷이라 쫓길 뿐/숫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싱그러운 5월이다. 시인 김영랑은 그의 시 “오월”에서 봄날의 아름다운 정경을 표현하였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김영랑과 같이 영롱한 영혼의 목소리로 찬란한 봄을 노래할 수 있는, 그런 정서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는 최근 대학교수 중 일부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대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대 모 교수가 수년간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성추행하였다는 기사를 보고 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얼마 전에는 순천 소재 모 대학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하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였다. 지난달 9일에는 미성년자와 장애인 대상 성매매 행위와 성폭력을 저지른 국공립 교사와 교수 등에 대해 최소 해임부터 파면까지 징계를 주는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하였다.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범죄자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는 것은 법치주의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위 규칙 개정 등을 포함한 일련의 사건들이 대학교수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한층 더 부정적으로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즉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은 하나만 보고도 전체가 그럴 것이라 여기는 비논리성과, 쉽게 타인에게 전달되는 전파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련의 사건들로 확대된 대학교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한평생 진리를 연구하며 제자들을 양성해온 참스승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히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나아가 스승들 중 일부는 대학내·외부로부터 대학교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외에 대학평가에 반영되는 취업률, 연구지표를 올리라는 압박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학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기관이지 상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고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의 경영방식과 같이 성과위주의 운영을 택한 것이 현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경쟁구조 속에서 스승들과 제자들은 생활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사제간에 학문을 논하고 인연을 쌓아가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 옛날 공자는 제자 안회가 죽자 “슬프다.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라며 통곡할 만큼 제자 안회와 사제간의 인연을 깊게 쌓았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가 드물어졌다.

스승이 제자에게 베푼 은혜는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아니하고, 그 은혜를 입은 고마움은 뼈에 깊이 새겨져 잊혀지지 않는다. 각박한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승들에게, 제자들이 나서서 존경을 표시하고 따뜻한 응원을 해드리면서 사제 간의 인연을 쌓고 나아가 스승들의 자긍심을 회복시켜드리는 것은 어떨까.

김성엽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15: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