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기록물은 실용적이고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지만 아카이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에서부터 단과대‧과반 학생회에 이르기까지 전대 학생회의 업무와 사업을 기록으로 보관하는 아카이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회 관계자들은 매년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는 학생회의 특성상 아카이빙이 이뤄지지 않으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생사회 내부에서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부족한 과거 자료가 아쉬운 안암총학

47대(2015년)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 안암총학)는 부정선거 의혹으로 무효화된 47대(2014년) 안암총학에서 자료를 제대로 넘겨받지 못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효선언 이후 서둘러 일부 자료를 넘겨받긴 했지만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기록물로서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홍규 안암총학 집행위원장은 “총학사업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많은 현 총학의 특성상 전대 총학의 자료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효선언 이후 한정된 자료를 넘겨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락된 자료가 많은 점도 있었다. 총학생회칙은 사무처리세칙과 기록물관리세칙을 통해 모든 업무의 과정 및 절차를 문서로 남겨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인 규정일 뿐 사실상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무자들은 특히 피드백 자료가 없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세훈 안암총학 사회연대국장은 “어떤 사업이라도 계획대로 이뤄지진 않는다”며 “계획 실행 이후 아쉬운 점을 담은 사후 평가야말로 실무진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실제로 47대(2015년) 안암총학은 4.18 구국대장정 당시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국가보훈처와 행사진행시간이 겹쳐 곤혹을 치렀다. 박세훈 국장은 “해당 사건을 겪고 나서야 작년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던 것을 알았다”며 “과거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실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전에 의존하는 기층단위 학생회

단과대와 과반 등의 기층단위의 학생회도 부족한 과거 자료로 문제를 겪고 있다. 기층 학생회는 아카이빙 관련 규정도 없어 여러 사업의 계획과 진행과정을 말로 인수인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박래현 사범대 학생회장은 “몇몇 자료가 이어지곤 있지만 공식적인 자료축적이 진행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여러 대에 걸친 다양한 자료를 확인할 수 없어 학생회 사업 진행에 난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내기 새로배움터와 고연전 등 유사한 행사를 매년 준비하는 기층 학생회야말로 체계적인 자료 이월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종헌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사업을 기획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고려할 부분이 과도하게 많다”며 “매년 비슷한 고민을 처음부터 하는 것 보다는 과년의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좋은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과통폐합을 겪은 일부 학과의 경우 전대 사업 자료가 없어 사업 진행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서동권 바이오의공학부 회장은 “사업 진행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자료가 전무해 타 과반 집행부의 자료를 공유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해당 자료와 학과 특성이 맞지 않아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아카이빙의 필요성 공감 선행돼야

전문가와 학생들은 학생사회 내부에서 아카이브에 대한 필요성이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소장=박거용) 연구원은 원활한 아카이브의 조건으로 학생사회의 자치능력 회복을 꼽았다. 그는 “학생자치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는 현 학생회의 특성상 기록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기록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과 자치능력의 향상 등으로 학생사회 내부에서 기록물 관리를 자발적으로 감시하는 기능이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학생회 구성원 스스로가 아카이브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아카이브 수단인 구글드라이브나 드롭박스가 보편화돼 관계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후대에 기록물을 넘겨줄 수 있다”며 “현재 안암총학은 기획에서 피드백까지 모두 문서화해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의 활동을 담은 자료가 차후 역사적 사료로도 주요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생회, 동아리, 학회 등 학생사회 내부에서 발간된 모든 자료를 모으는 사업을 진행 중인 안암생활도서관 곽승찬 관장은 “사가가 따로 없는 학생사회의 특성상 역사를 보존하려면 스스로의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사회의 구성원들이 아카이브를 구축해 학생사회의 반복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역사적 기록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김범석 기자 conan@kukey.com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8 07:4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