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잔디가 촉촉한 오후,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학교 럭비부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 투성이가 되면서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훈련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선수들 사이로 럭비부 김성남 감독이 악수를 청하며 다가왔다.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온 지 얼마 안됐는데 그래도 훈련을 멈출 순 없죠 (웃음)” 그의 한마디에서 정기전 승리를 향한 무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정기전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달려왔다고 하는 럭비부 선수들. 이번 고연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파죽지세 럭비부, 멈추지 않는 연승행진!

전국 7인제 럭비선수권대회 3위, 코리안 럭비리그 우승, 와세다 대학교 정기 교류전 승리, 서울시장기 우승, 대통령기 럭비 선수권대회 준우승. 우리 럭비부의 올 시즌 성적이다.

전국 7인제 럭비선수권대회에서는 상무와 한국전력 등 실업팀에게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코리안 럭비리그에서는 전승우승이라는 역사를 쓰며 막강 고려대 럭비부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은 바로 와세다 대학교를 상대로 한 승리이다. 와세다 대학교는 일본 열도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강팀이다. 김성남 감독(체교 94)은 “아시아에서도 탑으로 인정받고 있는 팀을 이겼다는 것은 우리도 그만큼의 실력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15 올 시즌 연세대와의 비정기전은 총3번이다. 코리안 럭비리그 결승전과 서울특별시장기 럭비대회, 그리고 대통령기 선수권대회까지. 각각 28:22 15:13 22:18로 승리를 거두면서 우리 팀은 기선제압에 성공한 상태이다. 서울, 원광, 부산, 경희 대학교를 상대로 코리안 럭비리그에서 질주하던 연세대도 고려대 호랑이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더욱 더 깔끔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 목표’라는 우리 선수들, 그들을 바라보면 정기전의 통쾌한 승리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Powerful Forwards, Speedy Backs!

김성남 감독은 우리학교 럭비부의 강점을 ‘포워드와 백스의 조화’라고 말했다. 과거 고려대는 백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워드가 강하다는 평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 하나가 강하다 약하다가 아니라 그 둘의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는 것이 우리 팀의 특징이다.

이러한 조화를 바탕으로 우리학교 럭비부는 훌륭한 팀 플레이를 구사한다. 연세대 럭비부가 개인플레이를 중요시하고 1:1 싸움에서 이기는 럭비를 강조하는 팀이라면 우리는 그 어느 팀보다도 조직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는 팀이다. 우리 럭비부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가능케 할 ‘럭비 시스템’을 계속해서 새롭게 도입했다. 김 감독은 이것을 ‘3년의 노력을 거친 결실’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굳세어라 럭비부!

상대와의 맞대결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파워’, 윙에서 재빠르게 돌파하여 트라이까지 연결시키는 ‘스피드’, 이에 더해 볼을 따내는 ‘센스’까지 모든 것을 완벽히 갖췄다고 우리 럭비부는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 팀이 가진 승리의 비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이다.

이러한 선수들의 정신력은 경기의 위기상황 때마다 잘 드러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럭비경기를 하다 보면 강한 상대를 만나 위축되기도 하고 초반에 실점이 많아 끝까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특유의 집중력으로 매 경기에서 위기 상황을 무사히 극복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나 대통령기 연세대전에서는 후반 31분 정연식의 극적인 트라이로 드라마와 같은 대역전 승리를 보여줬다. 우리 럭비부는 올 시즌 3번의 비정기전 모두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성숙한 이들인지를 잘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일관된 집중력으로 승부하라!

명실상부 대학리그 1위로 연승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 럭비부에게도 한 가지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주장 임준희 (체교12, Flanker) 선수는 “후반으로 갈수록 살아나긴 하지만 유난히 초반에 집중을 잘 못하는 면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서울시장기 연세대전에서는 킥커 류재혁의 활약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초반 연세대의 인골라인을 노리는 것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특히 이날 경기에는 트라이가 하나도 터지지 못하고 패널티킥과 드롭킥으로만 15점을 가져왔다. 선수들에게는 다소 뒷맛이 깔끔하지 못한 경기였다.

경기의 KeyPoint! 고연전의 KeyMan!

김성남 감독은 에이스 정연식 선수를 포함한 4학년 선수들의 강한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장 임준희 선수(체교12, Flanker), 스크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김민우 선수(체교12, Prop), 이에 강승구(체교12, Flanker) 김요한(체교12, No.8) 홍석호(체교12, S.H) 선수까지 더해져 게임을 튼튼하게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나 컨버젼 킥 성공률이 높은 류재혁 선수(체교12, F.B)에 대한 든든한 믿음을 나타냈다. 또한 조용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양 센터 김진혁(체교14, C.T.B) 이진규(체교13, C.T.B) 선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정연식 선수(체교12, W.T.B)는 명불허전 고려대 럭비부의 에이스다. 정연식 선수가 맡고 있는 포지션 '윙'은 상대편의 수비를 뚫고 상대편 진영으로 볼을 가지고 들어가 득점하는 역할이다. 따라서 모든 포지션 중 가장 스피드가 중요시되는 포지션이다. 정연식 선수는 매 경기 상대편 수비를 제치고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데드라인에 볼을 꽂아넣는, 그야말로 속시원한 트라이를 선보인다. 김성남 감독은 “정연식 선수가 이번 경기를 풀어주는 ‘키맨’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정연식 선수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정연식 선수는 출전한 경기 중 서울시장기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승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나 대통령기 연세대전에서는 총 22점 득점 중에 20점의 트라이를 정연식이 성공시키면서 일당백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냈다. 또한 지난 7인제 럭비대회 단국대전에서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상대편 데드라인에 볼을 꽂아 넣으면서 기선 제압 일등공신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고연전에서도 정연식 선수가 어떻게 2만 학우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할지 기대해보자.

김성남 감독은 정연식 선수에 견줄 연세대의 핵심 선수로 ‘장용흥 선수’(연세대 13, F.B)를 꼽았다. 스피드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장용흥 선수는 연세대의 핵심카드가 될 것이다. 돌파하는 움직임으로 우리 골라인을 쉴 세 없이 넘볼 장용흥 선수를 압박하는 것이 이번 경기의 핵심 포인트이다.

전투태세를 갖춘 럭비부, 이제는 완벽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 럭비부는 방학 중에 일본 ‘스가다이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스가다이라는 해발 1300m의 고지대로 일본에서 럭비선수들이 주로 훈련하는 곳이다. 우리 럭비부는 일본 대학팀과 연습 경기를 가지고 경험의 무기를 더욱 튼튼히 하고 돌아왔다. 김성남 감독은 “일본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상태가 매우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우리 럭비부는 정신력을 더욱 강하게 하는 면에도 주력하고 있다. 19일 럭비 경기가 치러질 목동 경기장은 잔디가 딱딱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고연전은 학우들의 응원소리 때문에 선수들이 자칫하면 집중력이 흐려질 수도 있는 상황에 있다. 김성남 감독은 “팀을 재정비하고 선수 전문 심리치료사를 통해 한사람 한사람을 심리적으로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장 환경, 관객에 대한 준비까지 우리 럭비부는 철저하게 무장하고 있다.

“감독님이 느끼시기에 올 시즌 가장 만족스러운 경기는 언제인가요?”

“아직은 없어요. 계속해서 완벽하게 하려고 하죠.”

파죽지세의 기세로 대학리그를 제패하고 있는 우리 럭비부이지만, 놀랍게도 김성남 감독은 아직까지 만족하는 경기가 없다고 말했다.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경기를 이번 정기전에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번 정기전 럭비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한마디였다. 김성남 감독은 현재 우리 럭비부에 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와세다전 승리에 40점, 그동안의 여러 경기에 40점. 이제 마지막 20점만 남아있다. 정기전 짜릿한 승리로 마지막 20점을 채우며 100점 만점에 100점 럭비부의 활약에 주목해보자!

강은 기자(qamis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