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년 만의 정기전 승리의 기쁨을 선사해준 아이스하키팀. 올해 성적은 놀랍게도 대학 팀을 상대로 4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동계체육대회와 대학 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껏 기량을 끌어올린 우리 학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이번 정기전에서 다시 한 번 연세대를 꺾고 승리할 수 있을까?

올해의 승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포인트

1. 고려대만의 탄탄한 조직력

김희우(체교 85) 감독과 선수들에게 우리 학교 만의 강점을 꼽으라고 하면, 하나같이 조직적인 플레이를 얘기한다.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뽐내려 하기보다는, 팀 전체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치러진 한양대전에서 김도형(체교14, FW) 선수가 상대 골리의 시야를 가리며 우리 선수들의 슈팅을 유도한 플레이가 좋은 예시이다. 또한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은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역습으로 골을 허용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수비에 공백이 생기면 다른 수비수가 바로 그 자리를 채우는 백업 플레이를 능숙히 구사한다. 지난 정기전의 두 번째 골처럼 상대의 역습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이끌어 나가 득점에 성공하는 경우도 기대해볼 만하다.

2. 균형있게 짜여진 라인

아이스하키팀은 골리를 제외한 5명의 필드 플레이로 총 3~4개의 라인으로 구성된다. 체력적으로 선수가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이 30초에서 2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 라인의 선수들의 교체가 빠르다. 그래서 한 라인 내의 선수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하나의 라인에만 포진시킨다면, 다른 라인들이 뛸 때의 경기력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연세대의 경우 고르지 못한 선수 간 라인 분배로 인해 지난 정기전에서 4라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했다. 김희우 감독은 “밸런스 있는 라인을 갖춘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빠른 공격의 핵심인 유신철을 필두로 한 파워플레이 스페셜 라인도 두 라인 운영된다. 4개의 라인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만큼, 정기전의 승리도 기대된다.

3. 꾸준한 그리고 전략적인 훈련

우리 학교 아이스하키팀은 지난해부터 미국 LA에서 약 한 달간의 전지훈련을 시행했다. 김 감독은 “기존의 전지훈련 방식은 외국인 코치를 고용해 대부분의 훈련을 전담시키는 방식이었다”라며 “그러한 방식으로는 각 선수들의 포지션과 전략에 따른 훈련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감독은 골리 전담, 수비 전담, 전술 전담, 개인기 전담 등의 다양한 전담 코치 6명을 기용해 전지훈련에 투입했다. 전지훈련을 통해 조직적인 팀플레이뿐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체력과 기본 스케이팅 훈련에 중점을 두고 2주 가량의 합숙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다. 재작년 김 감독의 부임 이후로 체계화된 전술 훈련과 꾸준한 기본기 훈련의 효과가 정기전 당일에 충분히 발휘된다면, 우리 학교가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전을 승리로 이끌 주요 선수들

1. 수문장 이연승 선수 (체교 14, GK) – 박계훈(체교 11, GK) 선수의 졸업으로, 우리 학교의 골문은 이연승 골리가 지키게 됐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기전 이후 경기당 세이브율 95% 이상을 자랑하며 출중한 실력을 보여줬다. 이연승 선수에게 이번 고연전은 처음 출전하는 정기전이다. 하지만 “실점을 하고도 금방 활기차 보일 정도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한다.”고 이연승 선수 본인이 말한 만큼, 부담감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 우리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2. 주장 유신철 선수 (체교 12, FW) – 올해 주장으로 발탁된 유신철 선수는 우리 공격의 핵심이다. 유신철 선수의 강점은 빠른 스피드와 주장다운 노련한 개인기이다. 유신철 선수는, 지난 정기전에서 우리가 불리한 쇼트 핸디드 상황에 놓이게 됐음에도, 상대방의 퍽을 빼앗아 골로 연결한 경험이 있다. 공격수로서의 센스와 주장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수월히 경기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3. 국가대표로 발탁된 골 넣는 수비수, 서영준 선수 (체교 14, DF) – 아이스하키는 공수 전환이 빠르고, 수비의 공격 가담이 큰 종목이다. 수비수로 뛰는 선수가 골을 넣는 경우도 간혹 보게 되는데, 서영준 선수가 그러하다. 지난해 수비수 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선수권에서 최다포인트를 기록한 서영준 선수는 세계 선수권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귀추가 주목되는 선수이다.

4. 신입생의 패기! 최진우(체교 15, DF), 김세형(체교 15, DF) 선수. – 지난해 정기전에서는, 장용원(체교 14, FW), 서영준(체교 14, DF) 선수 등 신입생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해 또한 신입생인 최진우 선수와 김세형 선수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배 선수들로부터 강한 힘과 안정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라고 손꼽힌 두 선수가, 이번 정기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연세대 선수들은?

연세대는 스카우트 시스템이 잘 돼있어서, 고등학교 시절에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을 많이 데려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대학 팀은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조직력이 우선시 되는 경기 운영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이동근 선수(연세대12, FW)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뛰어난 공격력을 보이며 공격수로서 각광받는 선수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기전에서 우리의 조직적인 수비에 갇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 했다. 이총재(연세대13, FW)-이총현(연세대15, FW) 형제도 주목할 만 한 선수들이다. 특히 올해 신입생이 된 연세대의 이총현 선수는 국내 최초로 미국의 주니어 하키 리그 USHL(The United States Hockey League)에 입성할 정도로 공격수로서 기량이 뛰어나다. 그러나,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선수들이지만, 이번에도 우리 선수들의 탄탄한 수비망 속에서 공격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연세대의 골리 김권영(연세대 14, GK) 선수는 지난해의 정기전에서 연세대의 골문을 지킨 경험이 있다. 지난 해의 경기에서 1피리어드에서 3골을 실점했지만, 이어진 두 피리어드에서는 침착히 경기에 임하며 긴장감 속에서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의 이연승 선수가 정기전에 출전하는 첫 경험임에 비하면, 김권영 선수는 두 번째로 참여하는 정기전인 만큼 노련히 경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의 공격진에 있는 황예헌(체교 13, FW), 황두현(체교 13, FW), 윤재현(체교 13, FW) 등 대부분의 선수들도 정기전에 참여 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정신적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한 번의 기록이 아닌 이어지는 이야기다. 아이스 하키 선수들은 17년 만의 승리라는 기록을 넘어, 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빙판 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의 노력을 엿보니, 올해도 시원한 승리를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진 기자 (kyj566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