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지체장애 2급 뇌성마비를 갖고 있는 최지연(생명대 생명과학13) 씨는 매년 고연전에 참석했지만, 경기장 시설의 수많은 계단 앞에서 늘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뱃놀이’나 ‘석탑’ 같은 역동적인 응원은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위험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 고연전에 중증장애인 단 1명 참여해


본교 장애인권위원회 ‘KUDA’에 따르면 작년 정기고연전에 참여한 중증장애인 본교생은 단 1명이다. 본교에 등록돼있는 장애인 학생은 휴학생을 포함해 모두 137명이고 이 중 20%(28명)는 중증장애인이다. 중증장애인은 장애급수가 1급, 2급, 중복 3급인 경우를 말한다. 이들은 경증 장애인 학생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무리 없이 생활하는 것과 달리, 본교생의 대표적인 축제인 고연전 참여마저 쉽지 않다.

중증장애인 학생의 대부분은 정기고연전을 관람하기가 불편하고, 주변에도 피해를 준다고 생각해 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반신 마비 지체장애가 있는 황은주(문과대 국문13) 씨는 “휠체어를 타면 경기장 입장부터 어려움이 있어 기본적으로 관람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불편은 뒤풀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본교 주변 안암동 가게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이 드물다. 건물 내 화장실에는 좌식 변기를 사용하는 등 장애인들이 뒤풀이를 즐길 여건이 모자라다. 뇌병변 2급인 김민성(연세대 정외14) 씨는 “뒤풀이를 할 때도 음식점 자체가 장애인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음식점이 2층에 있는 경우엔 이동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의 정서 고려한 제도 보완 필요

중증장애인 학생들이 고연전을 즐기기에는 경기 장소 선정부터 그들의 편의가 반영되지 못한다. 정기고연전을 진행하는 잠실경기장과 합동 응원을 진행하는 녹지운동장, 노천극장 모두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 잠실야구경기장에는 장애인 지정석이 구석에 자리 잡아 매우 좁고, 농구장에는 장애인석이 없다. 녹지운동장과 노천극장은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의 경우 이동에 제약이 있기도 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애당초 전통적인 고연전은 비장애인 학우들만 기준으로 한 축제”라며 “행사장이 장애인이 접근하고 이동하기에 쉬운지 확인하고 자격이 미달되는 장소에선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학생도우미제도의 지원범위를 고연전 등 문화행사로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은 정기고연전 시기에 중증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장애학생도우미제도 활성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정해영 씨는 “보통 장애학생지원센터는 교육과 관련된 도움을 제공하지만, 정기고연전 같은 학생문화 활동에도 장애인 학생들이 도우미를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지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장애인 학생들은 도우미의 도움보다는 평소 교류하는 과반 학생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최지연 씨는 “직원이나 선생님 등 도우미와 가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가는 것이 편한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도움에 앞서 정서적인 교류가 필요하므로 도우미 제도의 확장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고연전엔 장애인 지정석 신설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 안암총학)는 장애인 학생들이 시설적인 측면에서 방해를 받지 않도록 올해부터 장애인 지정석을 배치한다. 학과 내에서 경기를 즐기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배려한 것이다.

작년 정기고연전 아이스하키 경기의 경우, 장애인 학생들이 관람하기로 했던 자리에 음향설비와 방송장비가 설치돼 학생들이 경기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안암총학 산하 장애인권위원회(회장=이정진)와 연세대 장애인권위원회(회장=윤태영)는 서로 합의하에 잠실, 목동 경기장에 약 30석을 장애인석으로 지정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니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제도적인 측면에 앞서 정기고연전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모두 함께하는 문화라는 인식도 중요하다. 신홍규 안암총학 집행위원장은 “장애인 지정석은 이제까지 정기 고연전 문화를 누릴 수 없었던 장애학생들이 참여하게 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며 “다수의 학생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장애인 학생이라면 장애인 지정석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질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연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말고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행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언 기자  bigword@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15: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