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대신문 DB

제1회 정기고연전, 1965년 10월 22일과 23일 열려

즐거운 고연전 날에 연대생 울음소리는 1965년도부터 들렸다고 한다. 제1회 정기고연전(定期高延戰)이 1965년 10월에 개최됐다. 고연전의 후끈한 열기는 젊은 청춘들의 열정을 불태웠다. 이때부터 고려대에 울려 퍼졌던 우리의 함성은 그렇게 50년의 신화가 됐다.





격동의 1960년대 초중반

제1회 정기전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1956년에 양교가 5개 종목을 기본종목으로 채택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기틀을 마련했지만, 제1회 정기고연전 개최일 채택은 차일피일 연기됐다. 한강빙구부사건, 본교의 대한체육회 탈퇴, 5·16 군사정변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기전이 개최되기 6개월 전인 65년 4월 3일엔 한일협정이 가조인됐다. 이에 본교 학생운동 단체들은 여러 대학과 시내 한일협정 반대투쟁 시위를 계획했다. 4월 13일에는 2000여 명의 본교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고, 6월 18일부턴 연속적인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그로부터 4일 뒤인 6월 22일 한일협정이 정식 조인됐다. 이에 본교생들은 한일협정비준 반대와 무효화 시위를 잇달아 벌였다. 한일협정반대운동 구술사료수집사업에 참여한 오충수(국어국문학과 62학번) 교우는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혈서도 썼으며, 4000여 명의 학생이 비준 반대 데모를 하는 등 시위가 극렬했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된 시위에 조기방학 조치가 취해졌다. 개학 직후인 8월 25일과 26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2500여 명이 모여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이 오전 11시경 안암동 로터리에 진출했을 무렵, 군 트럭에 대기하고 있던 300여 명의 무장군인이 다가왔다. 무장군인과의 격렬한 투석전, 최루탄, 연막탄 공방이 20여 분간 벌어졌다. 오후 1시 30분 20여대의 군 트럭에 나눠서 탑승한 무장병력이 학생들의 투석을 빌미로 본교 정문으로 밀고 들어와 캠퍼스를 샅샅이 뒤졌다. 군인들은 도서관 정문 유리창을 깨뜨리고 자유열람실 안에 최루탄을 투척했으며 여학생회관인 금란실 근처에도 세 발의 최루탄을 쏘았다. 이학부 실험실에 난입해 실험기구를 파괴했으며, 캠퍼스 내에 있던 학생들과 조교를 포함한 50여명을 연행했다. 오충수 교우는 “당시 양일간 무장군인이 고려대에 난입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학생들을 구타해 피를 흘리게 하는 등 전대미문의 난동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수회는 즉각 ‘항의문’을 냈고, 고려대 교우회는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태가 긴박해지자 정부는 8월 26일 위수령(衛戍令)을 선포했고, 학교당국은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이어 9월 6일 문교부(현 교육부)는 본교와 연세대에 무기휴업령을 내렸다. 오충수 교우는 “이른바 정치교수와 정치학생에 대한 징계지시에 불복했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과 고려중앙학원 재단은 연일 수습책을 논의한 끝에 3명의 교수를 해임하고 6명의 학생을 자퇴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만 15일 만인 9월 20일 고려대에 내려진 휴업령은 해제됐다.



정기전의 첫 단추, 제1회 고연전

마침내 10월 15일과 18, 19일 고연전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자 회담의 자리가 마련됐다. 이 회담에서 양교 실무자들은 경기개최의 전반적인 문제에 합의하고 선수명단을 교환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정기 고연전은 1965년 10월 22일과 23일 이틀간 서울 운동장(동대문운동장), 장충체육관, 스포츠센터에서 열렸다. 농구는 22일 오후 7시 장충체육관, 빙구는 22일 오후 7시 스포츠센터, 야구는 23일 오전 8시 30분 서울운동장, 럭비는 오후 1시 서울운동장, 축구는 오후 3시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다.

1965년 고연전에서도 응원전이 있었다. 양교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연신 쏟아졌고 경기장엔 응원단 기수부가 깃발을 휘저으며 화려한 동작을 선보였다. 고연전을 위해 응원단 기수부에서 열심히 응원을 준비했던 전병규(임학과 65학번) 교우는 “대운동장 스탠드에 모여서 학생들과 함께 응원 연습을 해서 열정적인 응원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고려대는 1승(농구 89:84) 2무(축구 1:1, 빙구 4:4) 2패(야구 2:3, 럭비 3:11)로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하지만 본교생들은 울적이긴 커녕 밝은 모습들이었다. 한상락(심리학과 65학번) 교우는 “정기전에서 져도 진 것이 아니다”라며 “마음속에선 우리 고려대가 항상 승자라고 말했다. 최창희(의학과 65학번) 교우도 “지든 이기든 고려대 전승을 외쳐대며 어깨동무를 하고 명동으로 질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막 내린 제1회 고연전

고연전이 폐막하자, 양측 대학생들은 종로와 을지로에서 갈라졌다. 무교동의 술집은 양교생들이 모두 차지해 다른 사람들은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교우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은 무교동 낙지골목이다. 김종서(영어영문학과 65학번) 교우는 “경기가 끝나고 응원에 참가했던 학생 일부는 스크럼을 짠 상태로, 일부는 스크럼을 안 짠 상태로 무교동까지 걸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뒤풀이 장소로 향하는 동안 응원가, 교가, 교호 등을 부르며 행진했다. 최창희 교우는 “목이 터지도록 외치며 시내 거리를 휩쓸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들은 식당에 들어가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역시 응원가, 교가, 교호를 외치면서 자축연을 벌렸다고 한다. 김종서 교우는 “술집 안뿐만 아니라 술집 밖 거리에서도 둥그렇게 모여서서 노래를 새도록 불렀다”고 말했다. 술집 안에서 고연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종서 교우는 “술집 안에서 연대생들과 마주쳐서 싸움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선‧후배 관계는 아주 끈끈했다. 최창희 교우는 “거리를 지나가면서 ‘고려대가 이겼다!’고 외치면 술집 안에 있던 선배들이 달려 나와 안으로 인도했다”고 말했다.

제1회 안암골 호랑이와 신촌골 독수리의 경기는 23일 저녁 짙어가는 어둠 속에 성대히 폐막했다. 치열한 경기, 화려한 응원, 이것은 당대의 젊은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낭만이었다. 제 1회 정기 고연전은 휴업령 등으로 인하여 위축됐던 젊은 지성의 울분을 모조리 발산하고 내일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었다.




참고: , , , ‘오충수 비망록’

김진철 기자  steel@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5: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