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현제 기자 aleph@

근로장학생을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대자보가 정경대 후문에 게시되면서 본교 근로장학생 제도를 되짚어 볼 계기가 마련됐다. 근로장학생은 근로의 대가로 장학금을 받지만, 업무의 성격상 ‘장학생’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근로장학생은 교내 규정으로도, 근로기준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저소득층 대학생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할 목적으로 2004년부터 국가 근로장학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별개로 각 대학은 교내 근로장학제도를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두 제도는 운영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가 근로장학제도는 구체적인 근로 내용과 조건이 담긴 지침과 교육 자료로 운영된다. 반면 교내 근로장학제도의 경우 모집절차, 업무내용, 근로조건이 모호한 상황이다. 2014년 3월 제정된 본교 근로장학생 관리지침에 의하면 시급은 매학년도 기준으로 책정하며, 업무내용은 당해 기관에서 정한다는 정도로 적혀있다. 교육부 대학장학과 권순원 주무관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교내 근로장학제도에 대해 교육부는 규정이나 지침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근로장학생이 말하는 만족도

교내 근로장학생은 당사자가 속한 환경에 따라 근로장학제도에 만족했다. 근로장학생은 근무지가 학교여서 체력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일부 근무처를 제외하면 업무량이 많지 않은 것이 장점이라 말했다. 또한 본교생이라서 상사인 직원이 근로장학생을 배려하는 편이라 했다. 2년 동안 본교에서 일했던 남가현(공공행정12) 씨는 “직원들과 관계가 좋아서 간식이나 명절 선물을 챙겨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완종 에너지안전팀장은 “근로장학생과 직원 관계를 고용관계로 보지 않았다”며 “근로시간이라도 딱히 업무가 없으면 취업 준비나 고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근로장학생은 월급 지급 날짜가 일정하지 않고, 각종 수당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근로장학생 월급 지급일은 정해진 날짜가 없어 결재 과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과거 도서관에서 일했던 근로장학생 한 모씨는 “월말 정산 후 20일 뒤에 월급이 지급된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각종 수당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불만으로 나왔다. 작년 근로장학생이었던 이 모씨는 “연장된 시간에 대한 대가를 원래 시급으로 받았다”며 “초과수당을 기본 시급의 1.5배로 지켜 챙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부서별 업무 강도가 다른데 시급은 동일한 점이 부당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학기부터 수료생이 근로장학생 선발 가능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혼란이 있었다. 교육부의 2015년 장학금 통계조사 지침에서 수료생에 대한 장학금이 장학금 지표 대상에서 제외됐고, 학교는 이에 따라 근로장학생 선발 방침을 변경했다. 기존 근로장학생에 한하여 올해 12월까지 근무할 수 있게 했고, 원칙적으로 수료생을 더는 선발하지 않는다. 여름방학에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했던 수료생 최 모씨는 “방학 중반에 수료생은 근무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방학 끝 무렵이 되자 12월 말까지 근무 할 수 있다고 전달받았다”며 당시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장학생’ 지위에 대한 합의 부족해

현재 근로장학생의 공식 지위는 장학생이지만 업무 성격상 근로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근로자와 달리 근로장학생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아 월급 지급 기일과 초과수당 등을 담은 근로조건이나 해직절차를 규정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

근로장학생 사이에서도 자신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도서관 근로장학생이었던 강 모씨는 “근로자라면 업무의 강도가 더 높고 전문적이었을 것이라고 본다”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장학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학생이라는 지위에 공감하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 열람실 게이트 근로장학생 이 모씨는 “근로에 대한 대가가 장학금이라 불리며 본교의 장학금 수혜액에 포함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교 직원 역시 근로장학생을 근로자인지 장학생인지 규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과행정실 직원은 “업무의 강도와 시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일반 근로자와 다르다”며 “그렇지만 학업을 장려한다는 장학금의 목적을 생각하면 장학생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현재까지 근로장학생을 근로자로 보지 않고 있다. 근로장학생의 경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와 관련된 10여 개의 항목을 고려할 때 인정할 수 없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2004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대학 내 장학사업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장학금은 일반적인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음을 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근로장학생이 근무 현장에서 느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집절차, 업무내용, 근로조건을 담은 규정을 교칙 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노동전문 커뮤니티 ‘노동OK’ 소속 변호사는 “근로장학생은 문제상황이 발생해도 근로자가 아니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어렵다”며 “학교마다 교칙을 통해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대학 행정실 직원은 “근로장학생의 업무와 근로조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면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요세피나, 이지영 기자  new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13:5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