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토), 목동종합운동장에서 2016 정기 고연전 럭비 경기가 열린다. 럭비는 고연전에서 4번째 순서로 진행되는 경기이며, 첫날 열세였던 학교에는 반전의 기회가, 우세했던 학교에는 승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2015년에는 첫날 1승 2패로 패색이 짙던 연세대가 럭비 경기를 승리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2014년에는 고려대가 첫날 3승의 상승세를 럭비 경기에서 그대로 이어가 종합전적 5전 전승으로 연세대를 꺾었다.


#최근 6년간 3승 3패로 접전... 이번에 승부 낼 수 있을까

역대 정기 고연전에서의 상대 전적은 19승 4무 22패로 매우 치열하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6년으로 좁혀본다면 3승 3패로 더욱 박빙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점수 차 역시 2010년을 제외하면 10점 차도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올해도 5점 차 이내의 접전 속에서 아슬아슬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된다.    

연대와의 승부를 비정기전으로 넓혀보면, 2014년도부터 최근 3년간 6승 1패를 기록한 고대가 완벽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 큰 흐름 속에서 봐도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연대에 크게 열세였던 전적이 2013년 서울특별시장기 럭비대회에서의 승리를 기점으로 고대의 우세로 넘어왔다. 특히 작년 비정기 고연전에서는 3연승의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정점을 찍었다. 당시 정기 고연전은 패했지만 경기력은 우세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올해 연대와 고대의 승부는 1승 1패로 동률이다. 춘계럭비리그대회 2차전에서 맞붙은 올해 첫  비정기전은 19-18의 짜릿한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연대와의 맞대결이었던 서울특별시장기 럭비대회에서 고대는 14-28 더블스코어로 패배했다. 비록 아쉽게 졌지만 이날 경기에서 이진규(체교13, C.T.B), 최임욱(체교14, Lock)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정기전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했고 출전 가능성이 높아 승리를 기대해봄직 하다.  


# “고연전은 선수, 스텝 모두에게 중요한 게임... 컨디션 올라왔다”

이번 정기 고연전은 우리학교 럭비부의 올해 마지막 경기다. 그렇기에 7월부터 이어진 강원도 홍천 전지훈련과 포항 전지훈련을 통해 고연전에 모든 초점을 맞춰왔다. 김용회 코치는 “홍천에 와서 오전에는 산악 훈련, 오후에는 기술적인 훈련에 집중했는데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향상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단의 사기와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흐름에 있다. 올 초 전국춘계럭비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전국 7인제 럭비대회에서도 2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 코치는 “(작년 고연전에) 스코어 상으로는 졌지만, 경기 내용으로는 이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압도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단 외적인 개개인의 활약도 팀의 기세를 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류재혁(체교12, F.B), 이진규, 김진혁(체교14, C.T.B)가 뽑힌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졸업생 상무 지원자 6명 전원 선발되는 등 순항 중이다. 또한 지난 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아시아 7인제 대회’에 강민준(체교16, W.T.B), 신다현(체교16, Lock) 등이 발탁되며 새내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져 하나 된 팀으로 고연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비력&조직력은 UP, 공격력&스피드는 DOWN

이번 시즌 전, 럭비부는 막강했던 예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정연식(체교12,W.T.B)과 류재혁이 빠진 라인업이 상대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직력이 끈끈하고 파워가 있는 팀으로 변해있었다.
작년까지 팀을 이끌던 12학번 주축들이 졸업했기 때문에 류재혁, 정연식, 임준희(체교12, Flanker) 등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했던 팀 전술 역시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조직력과 수비력을 강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팀플레이 위주로 포워드진의 견고함을 높이는 데 주력했고 스크럼, 라인아웃, 몰 공격 더 다양한 공격옵션을 만드는 훈련을 계속했다. 특히, 라인아웃 시 공 소유권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전략들을 여러 가지 세우면서 주도권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수비 쪽에서도 임준희, 강승구(체교12, Flanker) 등 주전 수비수들의 빈자리를 이진규, 유지훈(체교13, Hooker) 등이 잘 메우고 있다. 또한 이진혁(체교13, Flanker)-안상호(체교14, S.H) -정부현(체교13, S.O)으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이 건재하고 ‘국가대표 센터백 듀오’ 김진혁-이진규까지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대 럭비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격력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이전까지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정연식의 빠른 발과 류재혁의 정확한 킥력이 사라지면서 확실한 득점 루트를 확보하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 정기 고연전의 21득점을 책임진 것도 모두 12학번이었다. 또한, 김요한(체교12, No.8)과 같이 발 빠른 선수들의 연이은 졸업으로 팀의 전체적인 스피드도 감소했다. 이는 곧 트라이 횟수와 득점력의 감소로 이어졌고 실제 평균 득점이 31.5점(2014시즌)- 29.3점(2015시즌)- 17.3점(2016시즌)으로 대폭 줄었다.
이러한 스피드와 공격력에서의 문제는 그동안 류재혁에 가려 활약이 미미했던 한구민(체교14, F.B)이 올해 실력을 꽃피우며 다소 해결되었다. 특히 한구민은 올해 춘계럭비리그 연세대와의 대결에서 홀로 팀 전체의 득점을 책임지면서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했다. 또한 지동빈(체교14, Lock)과 류연웅(체교14, W.T.B)등이 고른 활약을 해주며 팀 내 득점 부담을 나누고 있다.
  

#김진혁이 막고, 이진규가 달리면, 한구민이 넣는다

고려대 럭비부의 전통적인 팀 컬러는 명확하다. 파워 넘치고 끈기 있는 포워드진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고 많은 활동량과 투지로 트라이를 기록하는 힘의 럭비이다. 빠른 발과 백스의 리드로 대표되는 연세대 럭비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시즌 역시 고려대는 강력한 센터라인(NO.8-S.H-S.O.-C.T.B)을 중심으로 치밀한 전술과 압박을 통한 럭비를 보여주고 있다. 팀으로서의 고려대도 막강하지만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최고의 수훈 선수를 꼽는다면 한구민을 들 수 있다. 올 시즌 주전 풀백으로 거듭난 그는 경기장 최후방에 위치한다. 특히 그의 킥은 대학리그 최정상급이다. 팀의 컨버젼 킥과 페널티 킥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그는 2014년부터 무려 82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춘계럭비대회에서는 킥 성공률 100%를 보여줬다. 트라이도 2회나 성공하면서 모든 공격 상황에 관여하고 있다.
주장 정부현도 마지막 시즌인 만큼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포워드와 백스의 사이인 S.O 포지션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모든 선수를 하나로 모은다. 트라이를 3회 기록해 공격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경기장 내외에서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선수이다.
국가대표 센터백 듀오 김진혁과 이진규도 주목해야 한다. 두 선수는 어린 나이부터 주전으로 활약했으며 국가대표에도 지속적으로 선발될 만큼 눈에 띄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 김진혁은 파워가 매우 좋으며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상대의 공격을 저지한다. 지금까지 트라이 4회, 총 20점을 기록하는 등 저돌적인 돌파도 인상적이다. 이진규는 상대를 라인을 벗겨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최고 학번으로서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한 번 흐름을 타는 경기에서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친다. 득점기록도 35점으로, 한구민에 이어 팀 내 득점랭킹 2위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무기는 두 선수의 호흡이다. 둘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함께일 때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 외에도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는 안상호, 경기장 내에서 뛰어난 장악력을 보이고 전술 상황의 핵심 역할인 이진혁, 민첩하고 수비 시 태클이 좋은 최임욱, 올해 초 입학과 동시에 맹활약을 펼쳐준 신다현과 손민기(체교16, C.T.B)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연세대도 12학번의 졸업으로 인한 전력 감소를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으로 메우고 있다.
먼저, 장용흥(체교13, F.B)이 가장 핵심 선수이다. 그는 작은 체구를 이용한 빠른 몸놀림과 스피드로 연대의 득점을 대부분 전담하고 있다. 장정민(스레13, W.T.B)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로서 민첩한 움직임과 경기 전반을 운영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국내외 여러 대회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히는 선수다. 또한, 영건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신우성(체교15, Prop)은 수비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김영환(체교16, F.B)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짱 있는 플레이와 정교한 킥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이정환(체교14, W.T.B), 방성윤(스레14, S.O) 등이 꼽힌다.  


#고연전은 분위기 싸움... 당일 컨디션이 전체 승부 좌우

고연전은 선수들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13학번 선수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경기이다. 그렇기에 선수단의 자세나 경기를 준비하는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하지만 고연전에서는 상대팀에 대한 치밀한 분석, 성실한 준비, 감독의 전술 등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경기 당일의 컨디션’이다.
큰 무대를 많이 경험하고 노련한 선수들이라지만 아직 어린 대학리그 소속이고 수천 명의 관중이 오는 경기는 연중 고연전 하나이다. 또한, 올해 한 번씩 치고받았던 양교이기에 실력도 매우 비등비등한 상태이다. 그래서 이날은 더 잘하는 팀, 트라이를 많이 하는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실수를 덜 하는 팀, 단단한 조직력을 갖춘 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
작년에도 고연전 이전까지 모든 대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던 고려대가 정기 고연전에서는 패배를 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경기 초반 승기를 내준 후 그 차이를 결국 따라잡지 못했다. 평소 경기라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었겠지만, 정기전 특유의 긴장감과 부담감이 선수들에게 많이 작용했기 때문에 그대로 지고 말았다. 실제로 보통 연세대와의 경기에서는 평균 30점 정도를 득점하는데 최근 5년간 정기전 기록을 살펴보면, 25점 이상을 득점한 경기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한구민 선수 역시 예상 스코어를 ‘18-13’으로 꼽을 만큼 선수들도 고연전의 치열함에 대해서 느끼고 있었다.
이번 고연전에는 많은 것이 걸려있다. 최근 7년간 3승 1무 3패의 팽팽한 승부 추를 한쪽으로 가져갈 수 있고, 올해 1승 1패의 상대 전적 역시 결판 지을 수 있는 경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패를 대략 예측할 수 있는 타 종목들에 비해, 올 시즌 럭비는 양 팀의 전력이 정말 비슷해서 함부로 예상할 수 없다. 고연전 승부의 키(Key)가 될 럭비에 학우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지욱 기자(rlawldnr11@naver.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22: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