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9월 28일 본격 시행되면서 대학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학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는 △학교와 학교 법인의 임직원 △교수, 부교수, 조교수, 조교 등 학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들이 해당된다. 단, 시간강사, 겸임교수, 명예교수, 외래교수 등은 제외된다. 본교의 교수와 직원들이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이기에 이러한 영향은 학생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는 것이 원칙
교수에게 음료를 건네는 행위를 포함해 식사, 선물 등 금품 제공은 전면 금지된다. 실제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 신고 1호 대상자는 ‘캔커피 받은 교수’였다. 널리 알려진 ‘3·5·10 규정(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범위 내에서 허용)’은 교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3·5·10 규정’은 직무수행, 사교, 부조 목적에 한해 가능하지만, 교수는 성적 평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체로 사소한 대접일지라도 교수의 직무와 관련 있는 청탁 행위로 간주돼서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대가를 바라지 않더라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돼 조심해야 한다.

학생이 교수에게 성적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재수강이나 학점 포기를 위해 C+ 혹은 F로 성적을 내려달라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장영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레포트가 누락됐거나 성적 처리에 오류가 있는 등 합리적 근거에 의해 성적이 정정되는 것은 괜찮지만 순전히 부탁에 의한 변경은 금지된다”며 “이는 김영란법 이전에도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교수가 기업이나 장학금 등에 학생을 추천하는 행위도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 선의로 이뤄진 행위라도 취업청탁 혹은 장학금청탁이 되기 때문이다.


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되나
학생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사안은 조기 취업자의 출석 인정 여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은 고등교육법 4조 1항 5호를 위반, 성적을 조작하는 행위로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졸업 이전에 취업한 학생들은 취업 인증서를 해당 수업 교수에게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에 의해 출석 인정이 불가능해진다면 해당 강의를 이수하지 못해 졸업이 어려워진다. 취업 준비 중인 허완석(문과대 언어13) 씨는 “정부에서 학생들을 돕는 방편을 마련한 게 아니라 혼란만 가중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모든 대학에 ‘각 대학은 자율적으로 취업자에 대한 특례규정 마련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학칙 개정을 권고했다. 본교는 조기 취업자 특례규정에 대한 TFT를 구성해 학칙 개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승환 교무팀 차장은 “무조건적인 개정은 어려워 여러 학교와 함께 사안을 파악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고등교육법 등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칙을 개정해 학사 관리를 느슨하게 하면서까지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지평 한철웅 변호사는 “학칙을 개정하기에 앞서 졸업예정자에게 학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성장계기로 삼아야
장영수 교수는 학내에서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교수가 먼저 신경을 쓰되 학생들도 부정청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생은 처벌 대상이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교수를 대할 수 있다”며 “법의 실제 적용대상은 교직원인 만큼 학생들이 오해를 살 행동을 하면 상대방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장 교수는 법 시행 초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의 시행에 대해 박혜진(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이 원래 취지와 달리 변형되면서 부족하거나 엇나간 부분이 생겨 상당 기간 불만과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에 관행 혹은 문화로 이뤄지던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범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장우선 기자  priority@kunews.ac.kr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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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00:4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