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 개교기념식 행사에서 천신일 교우회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는 총학생회와 이를 막으려는 학교 측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총학은 오늘 오전 10시 민주광장에서 천신일 회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어제(4일) 저녁 개교기념식 행사가 열리는 중앙광장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한편 어제 학교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세워놓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오늘 인력을 동원해 총학이 학생회관을 나서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다.

총학 유지영 정책국장은 “8시 40분 쯤 기자회견을 위해 총학생회실을 나서자 20명이 넘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학생회관 1, 2층 계단을 막고 있었고,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쳤다.”며, “학생처장님도 이러한 것을 지시했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총학은 이어 식이 시작되기 전 본관 앞에서도 한차례 교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총학 관계자는 “피켓을 부수고 사람을 밀쳐 피가 나기도 했는데, KBS 기자가 오니 그제야 멈추더라.”고 설명했지만, 학생처 측은 “행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을 허용했으나 총학 측이 무시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충돌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차례 몸싸움이 있고 난 후 총학 측은 본관에서 내려와 본관과 중앙광장 사이의 도로에서 ‘천신일 비리의혹 엄정수사 촉구 및 고려대 재단․교우회 규탄’이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위의 본관 앞 잔디에서는 행사의 시작과 함께 교가를 제창해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개교기념식에는 천신일 교우회장도 참석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고려대 다함께 모임의 나지현 학우는 “이명박 대통령, 입시부정 의혹, 천신일 회장 등 불명예스러운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고려대의 학생인 것이 부끄럽다.”며 “이명박 최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이 교우회장직에 재선임 된 것을 통해 우리학교 재단과 교우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 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정태호 총학생회장은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늘은 자유․정의․진리가 죽은 날”이라며,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조차 폭력으로 무마하려는 학교와 싸워나갈 것이며, 물리적인 탄압을 자행한 교직원, 교수님들은 학우들의 목소리로써 심판할 것이니 단단히 각오하라.”고 밝혔다.

이어 김지윤 학우의 발언 후 우리학교 89학번 졸업생이라고 밝힌 김어진씨가 선배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의혹만으로도 수치”라고 일침을 가했다.

기자회견은 각 학생 대표자들이 기자회견문을 차례로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지나치는 교우들이 “학교망신 시킨다.”, "너희 선배인데 이래도 되느냐“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총학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각자 준비한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하기 위해 본관 앞 식장으로 올라가려고 이동했으나, 길목에서 학교 관계자들에 의해 차단돼 또다시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정태호 회장은 “식을 방해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뒤편에서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벌이는 것도 안 되느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이 개교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며 계속 몸싸움을 벌이다 “표현자유 보장하라.”, “학생들을 막지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러한 갈등은 11시 30분 개교기념식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으며 천신일 교우회장은 식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를 지켜본 60학번 허정남 교우는 “고대는 선후배라는 전통적인 흐름이 있는 학교인데 법으로 갈릴 문제를 선후배 사이의 내부적인 갈등으로 악화시킨 이러한 학생들의 태도는 지혜롭지 않다.”고 말했고, 또 다른 60학번 교우는 “학생들이 이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처 직원 이장욱 씨는 “앞으로 오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는 논의해봐야 할 일이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굳이 학교의 행사를 망쳐가면서까지 총학이 오늘과 같이 행동했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오늘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추후 계획에 대해 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