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본교 일반대학원 심리학과 석사과정

학내 온라인 성폭력 문제, 자성만으로 가능한가.

  지난 대학원 신문 10월호에는 잇따른 학내 ‘온라인 성폭력’ 문제에 대해 조명하는 호원보도가 실렸다. 학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고대 카톡방 성희롱’사건과, 이 사건이 불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학과/악칠반 페이스북 성인권 침해’사건을 다뤘다. 사건이 많이 알려진 만큼, 구체적 내용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기 보단 사건의 간략한 경위와 가해자의 처벌 및 사과 진행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가 암암리에 우리 사회에 팽배해왔으며, 방관과 침묵의 이름으로 점철되어 이제야 수면 위에 올라 온 ‘현상’임을 지적했다. 나아가 성폭력의 범위를 환기 시키며 ‘빈번한 일상의 비직접적 성폭력’을 문제 삼았다.
  필자는 이 보도의 담백하고 예리한 전개가 몹시 좋았다. 때로 독자에게 범죄의 죄책감이나 피해의식을 짐 지우는 미묘한 감정선이 나타나 있지 않았고, 사족처럼 느낄 부분이 없어 알찼다. 하지만 이후의 전개는 지면의 부족을 고려해도 아쉬움이 남아 이 글을 적었다.
작금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학교가 대표적인 강구책으로 신입생 성평등 교육임을 제시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단순 수업개설이 갖는 실질적 효과에 대해 ‘개인적인’ 의문을 던지며, 그 근거로 지난 ‘카톡방 성희롱’ 사건 가해자들이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스, 새내기 새로배움터 성평등지킴이, 페미니즘 소모임 회원, 과거 총학생회 집행부원이었음을 들었다. 앞서 언급된 지위를 갖는 사람이라면 성평등 교육 수준과 교육받을 기회가 높을 것이며, 그럼에도 범죄를 저질렀으니 교육의 실효성은 없다는 논리였다. 이 기저에는 현재까지의 교육과 앞으로의 교육이 동일할 것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비직접적 성폭력에 대해 그 동안 우리의 인식이 부족했고, 방관과 침묵의 이름으로 강요되어 왔다고 지적한 것이 바로 저자였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새로 알거나, 잘못 아는 것을 바로 알기 위해 교육은 분명 필요한 ‘수단’이다. 현재까지의 교육이 얼마나 실효성이 없었던 지를 지적하고, 앞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논하는 글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앞으로 성평등 수업은 개설될 것이며 의무화될 것이다. 이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와서 가르쳐야 하며,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는 성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 새내기 새로배움터 성평등지킴이로 뽑히거나 페미니즘 소모임에 가입해서 배우는 것은 알음알음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제대로 배우는 기회를 확보하더라도 그 배움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기엔 부족하다. 특히나 온라인상의 비대면적 혹은 익명성에 기댄 상황에서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배움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사실상 작금의 성폭력 사태들을 통해 고대생들,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성폭력의 범위와 온라인에서의 성에 대해 다시금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남기며 간헐적으로 깨닫게 되는 수준의 배움은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실효성 없는 교육에 대한 해결책을 개개인의 자각과 인식을 통한 문화적 수준 확보에 기대는 것은 아쉽게 느껴졌다.
  이외에 저자가 현 사태를 ‘극우적 여성혐오 문화’ 담론에 기반해 분석해 낸 것에 대해서는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어 논외로 하였다. 하지만 그 등장이 글의 전개상 갑작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기회가 된다면 지면상 다룰 수 없었던 현 사태의 여성혐오 관점에서의 진단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13: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