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 백소영, 그린비, 2013.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 이슈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교회의 대형화와 그에 따른 부의 축적, 목사직 세습,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 정치문제에 대한 보수적 태도, 소수 목회자들의 윤리적 타락 등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많은 이들이 교회가 부자의 편에 서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 부자가 되어가는 상황, 사회적인 불평등과 부조리에 눈을 감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분노하고 있다.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의 저자 백소영 선생은 이 책에서 한국 개신교가 그토록 강조하는 ‘경건’과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현세주의가 한 몸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의 개신교를 ‘영국 청교도를 기원으로 하는 미국식 개신교’라고 정의하고 개신교 신앙의 시작과 발전 과정, 그리고 한국형 개신교가 어떻게 한국 사회에 뿌리내렸는지를 분석한다. 그는 한국의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욕망하는 바가 무엇인지, 세계화, 신자유주의화 되어가는 사회에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어떻게 ‘경건’의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비판한다. 또한 교회가 어떻게 가부장적인 논리를 점유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여성의 위치는 어떠한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의 저자 백소영 선생을 만났다.

한국교회, 특수주의 넘어서야

한국에는 유달리 큰 교회가 많고, 신자 수 또한 약 백 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왜 한국 교회가 이렇게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는지 질문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조금 더 전에 기독교가 유입이 됐습니다. 나라의 위기감이 있는 상태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들어왔고, 일본인들에 기독교에 대해서 외래 종교로서 성찰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한반도의 경우 기독교가 들어온 건 조선이 몰락하는 시점이었어요. 그때 개신교는 부국강병의 이데올로기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만병통치약 같은 거였죠. 문명의 혜택, 이를테면 학교나 병원 같은 것이 개신교를 통해서 들어오게 되거든요. 또 그때 건너온 개신교가 미국, 부흥운동을 하는 개신교였습니다. 이성적인 성격이 미미한, 굉장히 감정에 호소하는 부류의 개신교가 들어온 것이죠.” 그는 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 이후의 물질적‧정신적 붕괴 상태 또한 개신교 신자수를 급속하게 늘리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의 대형화의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 개신교 시스템이 마치 한국의 대기업 구조와 비슷한 관료제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교회가 공동체에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이라면 대형화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한 명의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관료제 시스템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대형화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GNP 성장 포인트와 한국 교회의 성장 포인트가 거의 엇비슷하게 올라가요. 90년대 전 까지요.” 그는 대형화된 교회가 ‘우리 교회의 특수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보존해야 할 건 ‘교회’자체가 아닙니다. 교회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데올로기입니다. ‘에끌레시아’라는 말이 있어요. ‘밖으로 불리워진 사람들’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한국 교회는 흩어질 생각이 없고 ‘우리 교회’라는 굉장히 배타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배타성이야말로 반성서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개신교가 특수주의를 지양하고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을 공부하면서 저는 성경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관계가 있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의 이야기에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보편성이라는 것인데요. 지켜야 하는 것은 그런 보편성인 것이지 껍데기는 아니거든요. 저는 특수주의를 초월한 보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헬라인의 기독교, 영국의 기독교, 미국의 기독교 같은 특수주의 말고 기독교 자체의 보편성이 중요하죠. 기독교가 처음에는 위계적 차이가 없는 평등 공동체를 지향했잖아요. 부수적으로 붙은 ‘껍데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알맹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에 내재된 가부장적인 윤리 또한 특수주의로 보고 비판해야 합니다.”

기독교 여성에게 강요되는 성역할

교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물었다. “요즘도 교회에 가보면 싱글 여성에게는 사회에서의 성취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기혼 여성에게는 사적 영역에서의 임무를 강조해요. 그런데 사회적인 성취와 사적 영역에서의 ‘여성의 임무’는 한 인격 안에 공존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그래서 혼란을 겪게 돼요. 이런 와중에서 60년대에나 나올 법한 스위트홈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가족회복사역을 하거든요. 사적 영역에서 여성들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해야 하는 것을 신적인 이름으로 정당화하고자 하죠. 교회에서는 여성의 사적 영역에서의 ‘임무’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해요.”

저자는 기독교 신자 여성으로 겪어야 했던 혼란에 대해서 언급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에도 페미니즘을 알고는 있었지만 제 삶에 와닿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동시에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의 언어가 제 삶이 된 거에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아이와 붙어서 놀아줬어요.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밤에 자면 그제야 논문을 써야 했어요. 그때 사람들이 말하더라구요. 왜 굳이 학위를 받으려고 하느냐고. 둘째를 낳아서 살림에 힘쓰라는 말들을 하더라구요.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는 2013년 현재 스무 살 스물한 살 정도인 어린 기독교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겪는 혼란이 자신이 겪었던 것과 비슷하다는 것에 놀란다고 말했다.

개신교 내의 가부장적인 윤리 (어찌보면 모든 종교에 내재한)가 이토록 공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차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차가 변화되는 추세가 늦은 곳이 교회인 것 같아요. 가부장제 담론을 정당화하는 윤리가 아직도 강조되고 있죠. 저는 가부장적인 윤리가 ‘경전’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부장적인 윤리 같은 것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인데, 아직도 교회에서는 그것을 부정하면 기독교 자체가 다 무너지는 줄 아는 것 같아요. 21세기의 여성을 수십 세기 전 경전의 내용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마치 인권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과거의 신분제도를 끌어와서 논거로 삼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거죠.“

내부자의 목소리로 말하다

인도양에 쓰나미가 왔을 때 몇몇 목사들이 ‘믿음이 없어서 벌을 받았다’라는 식으로 말한 것이 이슈화된 적이 있었다. 합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근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어떻게 그런 비합리적인 ‘설교’ 앞에서도 신앙을 유지할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목사가 설교를 할 때 ‘하나님의 말씀입니다’라고 말하거든요. 개신교 신자들은 그 ‘말씀’을 계시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계시가 아니라 교회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이데올로기일 수 있거든요. 제가 봤을 때 현대인들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완전히 분리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논리 자체가 달라요. 공적인 영역에서는 이성을 강조하지만 사적인 영역은 굉장히 낭만화 되어 있어요. 기독교 신자들은 교회로 올 때 이성을 버리고 감성만 갖고 오는 것 같아요. 반대로 교회 밖을 나가서 일상생활을 할 때는 이성만 갖추고 있죠. 저는 이런 태도야말로 비이성적, 비성서적이라고 생각해요. 성경에 나온 예언자들도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을 보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기독교 신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연구 내내 지니고 갔다고 말했다. “사회학 쪽에서는 저에게 경계자라고, 기독교를 비판하는 자세가 날카롭지 못하다고 하죠. 기독교 쪽 사람들 입장에서도, 학계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저는 불만족스러운 위치에 있어요.” 그렇다면 왜 굳이 ‘기독교 신자’라는 위치로 글을 쓰는 것일까? “메리 데일리라는 여성 신학자가 있어요. 그녀는 기독교에서 여성 평등을 외치는 것은 흑인이 KKK단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어요. 그 흑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장 합당한 일은 그냥 KKK단을 나오는 것이라고 말이에요. 여자들이 인간으로 살려면 기독교를 나오라는 요지였죠. 저는 기독교에 분명히 배타성과 폐쇄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기독교 집단을 떠나면 저의 비판은 그다지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해요. 배타적인 기독교 집단은 오히려 제가 확 도려져 나가버려서 시원하다고 생각하겠죠. 저는 그들을 자꾸만 불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저는 삶을 바꾸지 않는 공부는 무의미한 낭비라고 생각해요. 어떤 방식으로든지 내 삶뿐만 아니라 내 이웃의 삶이 내 공부로 인해 조금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식노동은 사람을 자유롭게, 창조적으로, 또 삶을 풍성하게 할 근거와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공부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한 분야의 기술자가 되기보다는 삶에 영향을 주는 지적 생산을 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치열하게 자신의 공부에 임해야 합니다.”

글/사진 최은영 기자 euni1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