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도 괜찮아?

중앙도서관을 지나가다 보면 스타(?)강사 김미경의 강연 입간판과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인문학 비하 발언과 학위논문 사건이 터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순진하게도 김미경의 고려대 강연이 취소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3월 28일인 오늘까지 홍보를 하는 것을 보면 강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다. 4월 1일에 인촌기념에서 한다고 하니, 본 신문이 배포돼서 독자들에게 읽힐 즈음에는 이미 강연이 끝난 후일 것이다. 김미경은 지금도 강연을 다닌다는데, 여전히 나를 믿어줘서 감사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다고 한다.

강남의 대형교회인 사랑의 교회 오정현 담임목사는 박사학위논문을 표절했지만 여전히 많은 신도들은 교회에 가서 그의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는다. 개인의 도덕성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지는 성직자의 경우에도 그러한데 한낱 강사의 논문 표절 정도야. 그것도 학계의 기준에 맞추지 못한 것일 뿐 양심은 팔지 않았다고 해명도 했다고 하니 김미경의 강의를 듣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인생의 절정을 살겠노라고 새롭게 다짐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이 있을 것이다. 이상해 보이겠지만 그것은 빈번한 일이다. 연사의 권위와 영향력은 그의 말의 내용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연사의 힘을 발생시키는 보다 핵심적인 계기는 연사를 향한 청중들의 믿음이다.

사람들은 그러니까 지구, 한국이라는 같은 공간이서 다들 그러한 것처럼 숨 쉬고 밥 먹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를 믿는 사람들의 세계와 그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 물론 그들 중에는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1. 나는 그를 믿지 않는다며 의식적으로는 비판적인 태도를 앞세우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그에게 의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2. 나는 그를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그가 말하는 대로 살지 않음으로써 실재적으로는 그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다. 4월 1일, 공교롭게도 만우절인 그날에 강연은 성공적으로 개최될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인촌기념관에 몰릴까?

기자칼럼 박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