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터뷰   이근행 MBC PD

독립언론, 언론탄압의 돌파구 될 것

이명박 정권 오 년 간 해직된 언론인은 스무 명, 징계를 받은 언론인만 해도 오백 여명에 달한다. 많은 언론인들이 언론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동참했고, 언론 장악의 실태를 고발했고, 그것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다쳤으며, 언론 장악에 눈을 감고 타협한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싸움에서 다친 이들이 펜을 쥘 기회도, 마이크를 잡을 기회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언론 탄압에 맞서 2012년 1월 27일 <뉴스타파>의 첫 보도가 시작되었다. 2011년 11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에서 인터넷 독립언론을 구상, 제작단을 꾸린 지 두 달 여 만의 일이었다. 이근행 MBC PD, 노종면 전 YTN 기자 등 해직 언론인과 변상욱 CBS 기자, 박중석 KBS 기자 등의 현직 언론인들이 그 뜻을 함께 했다.
그간 <뉴스타파>는 '10.26 재보궐선거 투표소 변경의혹', ‘제주 해군기지 관련 강정마을’ ‘4대강의 진실’ ‘다카키 마사오’ ‘대선을 다룬 언론사들의 불공정한 보도 관행’ ‘여론조사의 허와 실’등 기존의 언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슈들을 심층 취재‧보도했다. <뉴스타파>의 심층 취재는 중요하지만 가려져 있던 정치‧사회적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오고 이슈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각 언론들이 언론장악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타파>의 정직한 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본지는 <뉴스타파>의 구성원인 이근행 MBC PD를 만나 이명박 정권 시대의 언론 탄압과 앞으로의 언론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았다. 이근행 MBC PD는 김재철 사장 선임을 반대하며 벌인 39일 간의 파업을 이끌다가 2010년 6월 11일 해고되었고, 2013년 1월 MBC에 복귀했다.

이명박 정부, 최악의 언론 탄압 정부로 기록될 것.

이명박 정부 시절의 언론 환경은 언론사 사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와 언론인 강제 해직 사태가 대변하듯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근행 PD에게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역대 최악의 언론 탄압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했다. “보수 신문들이야 예전부터 새누리당, (구)한나라당과 더불어 이명박 정권 탄생의 주축이었으니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정권 출범과 동시에 이명박의 측근들을 공영 방송의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보냄으로써 공영 방송 또한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권 오 년 간,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의 현실을 언급하며 지난 오 년은 말 그대로 언론 대암흑기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언론 통제가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기도 했다고 평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언론 환경은 이명박 정부와 어떻게 달라질까?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과 비교해 보다 유화적으로 변할 여지가 있는지, 또한 낙하산 인사의 철회와 강제해직 언론인의 복직 등의 문제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그는 언론 환경이 크게 변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이명박 정권이 저질러 놓은 언론 장악과 파탄에 대해 무수히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도 이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한 적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은 적도 없습니다. 저는 이 정부에서도 본질적으로 언론을 정치권력의 유지 혹은 창출수단으로 생각하는 기조가 변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입장도 불분명하고 집권세력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죠. 정권 초기의 유화국면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의외로 이명박 정부의 잘못들에 대해서 이른바 자신들만의 ‘원칙’을 앞세워 ‘불통’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독립언론은 진화하는 중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한 SNS, 1인미디어, 팟캐스트 등의 언론매체로 주제를 전환해보았다. 이러한 새로운 언론 매체의 활약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이들 매체들의 영향력이 특정 계층과 세대에 국한되어 있고, 사실검증의 측면에 있어서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언론 매체의 전망에 대해 이근행 PD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그는 우선 이러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정의로 ‘인터넷언론’이나 ‘대안언론’처럼 ‘변방적인 말’보다는 ‘독립언론’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인 미디어나 SNS는 이미 기술적으로 태동하고 성장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던 매체들입니다. 그런 기술적 조건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기존의 주류매체, 특히 방송이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국민들이 진실의 돌파구를 찾게 된 게 작금의 팟캐스트이고 SNS라고 봅니다.”
그는 작년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면에서 독립언론이 편향성의 시비나 확장성의 한계 등이 노출되었던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라는 큰 흐름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 또한 미디어의 확장이 언론의 자유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진화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비판이야 있을 수 있고 또 해야 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독립 언론이 통제된 기존언론의 상황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더 건강한 영역이라는 것이고, 여건에 따라 주류화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해직 언론인을 주축으로 기존언론이 다루지 않은 쟁점에 대한 심층취재    와 탐사보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새로이 제작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등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뉴스타파>의 제작계획과 경영방침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뉴스타파>가 MB치하 불모의 언론환경에서 작은 씨앗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뉴스타파>에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해 주었던 것이 언론 상황의 피폐함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어디 의지할 데가 없었던 불행한 시대적 상황의 한 국면이 <뉴스타파>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앞으로도 언론의 상황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거기에 <뉴스타파>의 존재이유와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뉴스타파>는 대선이후 후원회원들의 회비를 기반으로 제작인력을 충원하고 제작공간을 마련하는 중에 있습니다. 불안한 출발입니다. <뉴스타파>에 몸담고 있는 해고자를 비롯한 제작주체들의 의지야 단단하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뉴스타파>의 운명을 결정할 거라는 뜻에서 조금은 불안하다는 겁니다.”
그는 인적‧물적 기반이 안정화되고 확충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했다. 우선, 시즌3가 시작되는 3월부터는 새로운 앵커가 영입되어 진행을 하게 된다. 해고된 PD수첩의 대명사 최승호PD다. 주간단위의 매거진 프로그램도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당분간 격주로 제작되겠지만 머지않아 매주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기획물들을 내외 제작연계방식으로 꾸려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뉴스타파>가 독립저널리스트들의 플랫폼 기능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론인, 세속적 삶의 태도를 지양해야

마지막으로 해직 언론 노동자이자 <뉴스타파> 제작진으로서 고려대학교 대학원생들 그리고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거나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진실은 고사하고 각 개인의 삶을 꾸려가는 것도 고단한 시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도, 사회의 정의에 대한 고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세속적인 삶도 고귀한 삶이고, 모두 다 고민하며 그렇게 살고 있기는 하지만, 언론학자 혹은 언론인은 세속적인 삶의 태도와는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인이 개인의 영역에서 세속적인 가치로 삶을 영위하면서 스스로 자위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 직업인이 아니며, 만약 그런 태도를 갖춘다면 그 피해와 폐해는 고스란히 타인과 사회에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현장은 정치권력에 맞서 긴 전쟁을 치른 폐허상태입니다. 그러니 여기에 투신하고자 하는 예비언론인의 자세가 더욱 철저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남을 것은 순응과 부역이라는 오명뿐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패기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에도 힘들어져버린 시대. 이런 고단한 시대에서 오직 거짓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는 언론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이근행 PD의 말처럼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더 어두워질지도 모른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안간힘을 내어 작은 불빛을 내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뉴스타파>의 앞날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담: 윤종승 기자
정리: 최은영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6:5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