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름의 시대를 위하여 송치혁 (국어국문학과 석사수료) 새로운 대통령의 공식업무가 시작되었다. 대선 전까지 수많은 말이 오고 갔지만 국민 과반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어떤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녀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2013년을 기쁘게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14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과반에 들지 못한 이들에게 2013년은 새로운 세계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기대가 버무려진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2012년 12월의 대학원 신문은 학문을 업으로 삼고자하는 원우들이 도달할 미래의 실루엣을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획일과 폐쇄의 교육을 철폐하겠다고 나선 정부는 연구자들에게 무한 경쟁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대학평가라는 제도 역시 질적 평가가 아닌 양적 평가 위주의 줄세우기로 출구없는 경쟁에 뛰어들 것을 종용했다. 한편 대학원 내부에는 여전히 교수-제자 간의 비정상적인 권력관계가 수면 아래에서 숨쉬고 있었으며 재단과 학내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편에서 성과를 요구하는 독설이 연구자의 목을 조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힐링이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굳이 내일을 꿈꾸지 않아도 현재의 장벽들은 연구자를 꿈꾸는 원우들의 미래를 상영하는 스크린과도 같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꿈만을 꾸어야할 것 같은 대통합의 시대를 앞두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허무맹랑한 다른 삶을 사는 것과도 같다. 이 ‘다름’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야말로 이명박 정부 5년을 가로지르는 일종의 중핵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획일적인 기준 안에 모든 학문을 수용하려는 불가능한 일을 시도할 리가 없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연구자들은 도무지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스스로 체화시켜 내뱉어내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불안을 품에 안고 불가능하리라 여겨지는 실적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지금/여기의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신문이 끊임없이 다양성과 자율성에의 시도에 집중한 것은 언론으로서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성찰로 보인다. 다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공론장을 형성해내려는 대학원 신문의 시도가 반가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한 사실 전달과 일방향적인 비난을 넘어 대학원 내의 공론장 형성을 유도해내기 위한 움직임은 주류언론이 담아낼 수 없는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원우들에게 절실한 공론장의 제공과 함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시도가 신문 구석구석에 짙게 베어있다는 점은 한 사람의 원우로써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되었든 2월 25일을 기점으로 우리에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낯선 세계와의 대면은 대통령에서부터 한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원우들의 삶 역시 이제 도래할 다른 세계와의 직면을 피할 수 없다. 비록 현재의 장벽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불투명하게 흐리고 있지만 다름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야말로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학원 신문을 비롯하여 원내의 공론장들이 다른 세계와 대면해야하는 원우들의 확성기가 될 수 있기를, 대학원 신문이 적극적으로 그런 힘이 되기를 2013년에도 기대해본다.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8:3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