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확인된 일반대학원생의 학교 내에서의 지위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배상미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고등교육법에 그 시행이 명시되어 있는 법령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매 년 12월 말이나 1월에 개최된다. 그러나 고려대학교의 등심위라는 자리가 학교 측의 구성원을 제외하고 학생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등록금을 책정했다고 볼 수 없다. 등심위 초반부터, 학교 측은 일반대학원생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학교 측 인사들은 일반대학원 학생들이 대학생들보다 장학금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으며, 이에 등록금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매우 다르다. 일반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은 57%로, 이는 대학생의 것인 54.4%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등록금 대출률의 경우, 일반대학원생들은 14.1%인 것에 비해, 대학생들은 8.7%였다. 장학금 수혜율은 비슷하지만, 대출률은 더 높다는 이 두 가지 지표만 놓고 보더라도 일반대학원생들이 학부생보다 등록금 부담을 더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자명한데, 학교 측은 이 사실을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 측은 14.1%에 이르는 대출률을 언급하자, 대출을 받는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등록금 부담이 크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태도를 보였다. 등심위에 참석하는 여섯 명의 학교 측 위원들 중 기획예산처장 유병현 교수, 학생처장 이원규 교수, 세종기획처장 김영 교수, 의무기획처장 박정률 교수 네 사람이나 모두 교수직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일반대학원생들의 실상에 무지하다는 것은 일반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일반대학원생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마지막 6차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앞서 언급되었던 일반대학원생들의 대출률을 기억하지 못했다. 고려대학교는 오래 전부터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날 것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제일 중요한 주체인 일반대학원생들의 실상에 무지하고, 이들의 상황을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반영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연구중심대학을 외치는 학교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후속 BK21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가 된 배경에는 등록금이 학생들을 학문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과중한 경제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낮추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 일반대학원생의 장학금 수혜율은 BK21 장학금을 비롯한 모든 외부장학금 수혜를 포함한 수치이다. 그러나 BK21 사업이 2013년 2월에 종료되면서 일반대학원 장학금 수혜율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학교는 장학제도가 줄어들면서 경제적 불안감을 더 느낄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하도록 자구적인 노력의지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후속 BK21사업에 모든 학과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정부의 장학 시책에 대학원생의 미래를 걸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러한 장학 시책에 각 학과가 지원할 자금 마련이 대학원생의 등록금 인상 요인이 결코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장학금 프로그램 지원을 준비해야 할 대학원들에게 지지와 지원을 못 할망정 오히려 물질적인 부담을 얹어주는 학교 측의 태도는 학교가 일반대학원생들을 위한 적극적 지원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되었을 뿐이다.


연구조교는 교수님에게 개인교습 받는 자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등심위를 통해 학교 측이 일반대학원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일반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계속 문제 삼자 연구조교 제도를 언급했다. 그들은 연구조교 제도는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에게 개인교습을 받으면서도 장학금을 수령 받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굉장히 훌륭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학교 측은 연구조교들이 밤낮으로 지도교수의 연구를 보조하는 ‘노동’을 하는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었다. 대학원생들의 노동을 ‘노동’이 아니라 학습과정의 일부로 치부해버린다면 대학원생들의 노동권은 갈수록 보장받기 어려워지며 이에 대한 합당한 보수 역시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일반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 혹은 연구실과의 유대감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보다 높은 편이며, 부당한 대우에도 쉽게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지도학생’ 또는 ‘조교’라는 이름하에 수행하는 노동들이 ‘노동’의 성격을 띤다는 것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현실들이 등심위 과정에서도 드러났고, 이는 일반대학원생들을 등록금 걱정이 없는 집단, 매우 용이하게 장학금 수혜를 받는 집단으로 만들어버렸다. 일반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서, 학교에서 어떤 노동을 하고 있고, 이것들은 학습과정이 아니라 명백해 대가를 받아야 하는 노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주장할 필요가 시급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부 인하, 특전 동결, 일반대학원만 인상이지만 희생양은 아니다?

마지막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일반대학원 등록금 인상을 통보하면서 다른 학교의 등심위 결과를 언급했고, 이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2013년 2월 현재 서강대 학부 등록금 0.65%인하 일반대학원 2.5%인상, 연세대 학부 등록금 0.8% 인하 일반대학원 1.5%인상, 중앙대 학부 동결 대학원 1.5%인상, 경희대 학부 등록금 인하 일반대학원 인상을 단행한 다른 학교들의 경향을 고려대도 그대로 답습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반대학원만 등록금을 인상하는 학교 측의 등록금 안을 제시하면서 기획예산처장은 (일반)대학원을 희생양 삼아 학부 등록금을 내리지 않겠다, 학교 측에서 일반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을 결정한 이유는 학부는 국가장학금을 수혜 받아야 하고, 특수전문대학원은 작년에 인상했고, 그래서 남은 것은 일반대학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하게 된 배경은 일반대학원생들의 현실을 고려했거나 아니면 일반대학원생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근거가 전혀 없고, 다만 학교 측의 입장만이 반영된 결과였다.

인하를 통보받은 학부 학생대표자들 또한 학부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인하안에 반발했다. 학생대표자들이 여섯 차례에나 걸친 등심위 과정에서 등록금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등록금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견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의 일방적인 등록금 책정안은 등심위에 참석하는 학부, 일반대학원, 특수전문대학원 대표들의 참여를 무색하게 만들고, 단지 학생 대표자들을 학교의 등록금 책정안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버렸을 뿐이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이 같은 등심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등록금심위원회 최종 결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현재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학교의 등록금 책정안 철회와 등심위 과정에서 대학원생들을 무시하는 학교 측의 태도에 반대하는 투쟁을 진행 중이다.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남긴 과제

등록금 책정은 단순히 학생들이 학적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이라고만 볼 수 없다. 등록금은 학교가 학생들의 경제사정과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등록금이 학생들을 학문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과중한 경제적 부담이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은 이것을 사회적 문제로 부상시킨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2013년 등심위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단지 학교 측 위원들의 안일함만으로 돌릴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등심위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단지 한 달여의 시간동안 진행되는 등심위라는 제도만으로는 결코 학내구성원 모두의 민주적 논의과정을 거쳐 등록금이 책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 방식이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등록금 책정은 학교와 학생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끊임없는 의사소통과정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학생들과 학교 사이의 끊임없는 의사소통 창구가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학생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대학평의원회 건설이 그 소통창구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3:0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