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면 기자칼럼

그 해 여름, 그리고 달라지지 않은 것들

2007년 여름의 일이다. 입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던 뉴코아 강남점이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통과되면서 대량 해고된 노동자들이 사업장과 거리를 점거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친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현장에 있었다.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다 밤이 깊어 떠나려는데, 전투경찰들에게 포위되었다. 집회야 많이 드나들어 봤어도 포위된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막차 시간을 넘겨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한 선배는 ‘오늘 새벽에 사업장 안에서 점거 중인 노동자와 학생들을 연행할 모양이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선배 말대로 날이 밝기도 전, 경찰들은 연행을 시작했다. 대부분 내 어머니뻘 되는 여성들이 한 명씩 끌려나왔다. 사업장 밖에 있던 우리는 전경들에 포위된 채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아야 했다. 처음엔 카메라를 의식한 듯 여성 경찰들이 달라붙었지만, 인원이 모자랐는지 이후에는 남성들이 끌고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농성 중이던 수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두 발로 걸어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네다섯 명의 경찰들에게 사지가 붙들린 채, 마치 짐짝처럼 공중에 붕 떠서 ‘옮겨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온 몸을 뒤틀며, 그리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연행이 끝난 뒤에도, 날이 밝은 뒤에도, 군대에 다녀온 뒤에도 그 날의 시간들은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이따금씩 떠오른다.

요즘 들어 부쩍 그 날의 장면들을 환기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되묻게 된다. 대형마트에서 21살 청년이 에스컬레이터 수리 중 세상을 떠난 지 3일 만에, 같은 회사에서 계산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가 심정지로 사망했다. 안전교육, 비상시 안전담당직원 등이 부재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후 동료들은 ‘과로’, ‘저임금’, ‘비인간적 대우’ 등을 울음 섞인 목소리로 토로했다.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님은 모두가 알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10년 전의 이랜드 노동자들, 더 멀게는 40년 전의 동일방직 노동자들, 50년 전의 전태일과 비교해 지금의 노동자가 처한 환경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특히 대통령이 바뀐 지 1년, ‘이게 나라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떤 인권은 나중에, 혹은 천천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들. 얼마 전 의결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그 주장이 그나마 갖추었던 논리도 무화시키는 듯하다.

물론 이후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그 결과는 노동환경 개선이 ‘시간’의 문제인지, ‘의지’의 문제인지를 확인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10여 년 전 느꼈던 분노와 무력감이 반복되지 않는 여름이 오길 희망한다.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