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주/ 문학박사 (한국사학과 근현대사 전공)

후기의병의 사회적 성격에 관한 연구

서론

1. 문제의식 및 연구사 검토

2. 관련 사료 소개와 논문 구성

Ⅰ. 후기의병의 봉기와 참여주체별 지향

1. 일제의 침략과 의병봉기의 전개과정

2. 참여주체의 분류와 성격

3. 각 주체의 참여목적과 지향

1) 유생층의 忠義論 지향

2) 군인층의 國家 인식과 문명론

3) 평민층의 民族⌒胞 인식과 義의 전유

Ⅱ. 의병에 대한 지역사회의 대응

1. 의병부대의 군수물자 조달과 영향

1) 의병부대 군수물자 확충의 필요성 대두

2) 군수물자 조달의 명분과 義金

3) 군수물자 조달의 실제와 지역주민의 대응

2. 의병·자위단의 대립과 지역사회의 대응

1) 자위단의 설치과정과 성격

2) 의병과 자위단의 지역사회 장악 노력

3) 지역사회의 대응양상

3. 의병·일본군의 동향과 마을 자치

1) 분원마을의 구조와 지규식의 지위

2) 의병과 관군에 대한 분원마을의 협상

3) 의병과 일본군에 대한 분원마을의 자율적 대응

Ⅲ. 의병에 대한 언론의 보도양상

1. 각 신문별 발행상황과 언론 환경

1) 발행주체와 신문별 논조

2) 언론보도의 영향과 독자층의 인식

3) 광무신문지법과 언론 검열

2. 義兵論과 暴徒論의 경합

1) 󰡔대한매일신보󰡕의 義兵論

2) 󰡔황성신문󰡕의 暴徒論

3. 良民論의 전개와 양비론적 귀결

1) 󰡔대한매일신보󰡕의 反官·反日的 논조와 良民論

2) 󰡔황성신문󰡕의 양비론적 良民論

Ⅳ. 일제의 탄압과 의병세력의 쇠퇴

1. 회유 및 귀순정책의 실시

2. 일제 군경의 의병 탄압과 지역사회 장악

3. 의병부대의 소수화와 사회적 고립

결론

이 박사논문은 1907년 8월경에 일제의 대한제국 식민지화에 대항하여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의병봉기의 사회적 성격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의병이라는 사회운동과 당대 사회가 맺고 있는 관계성에 주목했습니다. 그간 연구자들은 의병이 발발한 요인, 의병부대의 전투활동, 사상적 지향 등에 대해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일제의 대한제국 침탈이 극에 달하는 1907년에 이르면 일부 계층에 한정되던 의병활동이 전민족적인 저항으로 확대된다는 역사상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역사상에 대해서 몇 가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첫째, 저항에 참여한 주체들의 지향성은 과연 동일한가 둘째, 의병은 당대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얻었는가 셋째, 문명개화 노선에 입각한 애국을 주장했던 당대 언론은 의리론(義理論)을 기치로 내건 의병의 애국론을 어떻게 인식했는가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습니다.

우선 후기의병에 참여한 각 주체들의 참여목적과 지향에 대해서 검토하였습니다. 크게 유생층, 군인층, 평민층으로 참여층을 분류하고 각 주체별 지향의 중층적 성격을 밝혔습니다. 먼저 유생층은 충의론(忠義論)에 입각해서 봉기했습니다. 군인층의 경우 독립과 배일(排日)에서는 유생층과 상당 부분 유사한 지점이 있었지만, 그 실행방법과 지향에서 근대적 실력양성의 목적이 내포된 측면이 있었음을 규명했습니다. 또한 화적들의 경우 의병부대 내부에서 활동하거나 혹은 배제된 상태에서 의병 가칭이라는 형태로 의(義)를 전유하면서 의병의 주변부에 있었던 맥락을 살폈습니다. 요컨대 후기의병에 투신한 각 주체들의 동상이몽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다음으로 의병부대가 지역주민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는가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의병부대에서는 필요한 군수물자를 지역주민들에게 조달하거나 상납세전을 탈취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의병들은 지역주민의 재산과 상납세전을 요구하는 것은 명분론적으로 합당하다는 뜻에서 물자조달 행위를 스스로 의금(義金)으로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의병을 막기 위해 설치된 자위단과 의병이 상호 대립 관계 속에서 지역주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갈등하는 맥락도 그려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주민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반에 따라 양자를 취사선택하는 방식의 능동적 대응을 했고, 지역에 따라 의병과 일본군에 대해 모두 거부하고 자율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석들을 통해 의병운동이 지역사회와 관계맺는 과정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언론의 의병보도 양상이 변해가는 과정도 추적했습니다. <<대한매일신보>>와 <<황성신문>> 등 당대의 주요언론은 의병의 의(義)에 대하여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보도했는데, <<대한매일신보>>는 의병론(義兵論)을 주창했고 <<황성신문>>은 폭도론(暴徒論)을 통해 의병에 비판적인 보도를 양산했습니다. 동시에 두 언론은 모두 양민론(良民論)을 공유했는데, 양민론(良民論)은 의병과 일본군경, 친일협력세력 모두를 비판하는 양비론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와해의 길을 걷고 있던 의병부대의 현실상 양비론은 결코 중립적인 논리가 될 수 없었고, 결국 의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형성에 일조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은 언론 담론이 어떻게 사회운동을 주변화시키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군경의 무력진압에 의해 의병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가는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일제는 의병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습니다. 강온양면책을 병용하는 속에서 지속적으로 군사력과 경찰력을 증강하였습니다. 이 무력진압의 최종단계가 ‘남한대토벌작전’이었습니다. 이 진압작전으로 인해 의병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고, 의병부대 군수물자 조달의 방식과 절차 역시 무력화되었습니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정서도 점점 의병을 외면하게 되는 상황으로 변화하였고 결국 의병은 무력화된다는 내용으로 논문을 마무리했습니다.

(1) 한국사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역사관련 교양서적을 많이 읽었고 그 감각은 초중고 당시 역사 수업에도 그대로 연결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역사 전공을 선택했고 1998년에 동국대 국사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원 전공은 근현대사이지만 학부 때는 고대사와 중세사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중세사 수업에서 공부한 조선시기 신분제 논쟁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한국사 원전연구 수업을 통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의 고대사 사료를 강독하면서 사료에 대한 감과 한국 고대사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현대사 수업은 가장 열정적으로 임했던 수업이기도 했고 특히 한국전쟁에 관해서 많은 공부를 하였습니다. 한국사 뿐 아니라 철학과 정치학 관련 수업도 많이 수강했는데, 이 경험들은 학위논문 작성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취업과 무관한 수업만 들었던 탓인지 자연스레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선택하였고 한국 민족주의의 형성과정을 밝히겠다는 문제의식에서 한국근대사로 세부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2007년에 본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연구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논문의 시작은 경기도 양근군 분원마을 공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하재일기>> 사료 강독세미나였습니다. 이 강독 세미나를 주관하셨던 선배님께서 새롭게 탈초·번역된 <<하재일기>> 내용에 의병과 지역주민의 관계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흥미가 생긴 저는 <<하재일기>> 중 의병과 관련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사료를 읽으면서 ‘의병을 둘러싼 파장’이 마을 공동체의 ‘일상’을 흔들어놓았고 분원마을 주민들은 의병과 관군, 일본군 모두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기존의 민족운동사적 서사에 포착되지 않는 역사상을 발견한 것은 자못 큰 기쁨이었고 그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의병의 사회적 성격이라는 테마로 학위논문 주제를 잡았습니다.

논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위에 다 언급했기 때문에 제가 이 논문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 논문의 핵심은 ‘사회운동과 사회의 관계’입니다. 운동의 기반은 사회이고 사회의 일상성은 시대적 조건에 따라 운동으로 변화(승화)할 수 있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이 양자는 늘 분리되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의병의 활동과 지향 역시 늘 민족(민중)운동의 서사안에서만 구획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지점을 돌파하고 싶었습니다. 제 논문 후반부에서 의병운동의 쇠퇴원인을 언론의 양비론적 보도양상 및 지역주민의 의병에 대한 지지철회와 연결시킨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3)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경제적인 어려움과 체력의 한계, 정신적 고립감이었습니다. 박사과정 이후로는 프로젝트 연구보조원, 시간강의 등을 통해서 꾸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학위논문에 착수하려고 했던 2016년 상반기부터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 연구비 지원을 했고 다행히 연구비를 지원받아 학위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에 걸친 논문 작성 기간을 버티기에는 부족한 금액이어서 논문 막바지에는 경제적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체력적 한계 역시 크게 다가왔습니다. 볼 자료는 많고 시간은 계속 부족한데 힘이 부치는 것을 체감할 때는 매우 절망적이었습니다. 특히 학과 초록 발표를 앞두고 3개월을 단 하루도 쉬지않고 연구실을 나갈 때는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지치더군요. 그러한 신체적 무력감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립감으로 이어지면서 논문 작성기간 내내 두통을 달고 살았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고루한 격언을 체득한 시간이었습니다.

(4)논문 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위의 답변과도 연결되는데, 저는 논문을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경제적 여유와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고 또 과정을 이수하셨다면 이미 논문을 쓰기 위한 학문적인 준비는 마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논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집중력입니다. 집중력은 심신의 여유가 있을 때 발휘될 수 있으며, 그 여유는 결국 경제적 안정과 체력에서 나옵니다. 각 전공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석사논문은 1년, 박사논문은 3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가정하면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는 금전과 체력을 모두 비축해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논문 작성 기간은 오롯이 논문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위논문 작성 이전에 생활비를 미리 저축하고 운동을 생활화할 것을 조언드립니다. 저는 이 중 운동의 생활화에 실패했고, 그것은 학위논문의 질적 수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후배님들께서는 꼭 저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당부 말씀 드립니다. 물론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제 의견은 외부변수를 최대한 줄여야한다는 당위론으로 이해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