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미투’ 폭로… “교수가 상습 성추행, 대학원 진학 포기한 학생도 많아”

본교에 재직 중인 국어국문학과 교수 ㄱ씨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에 대해 대학 당국이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3월 23일 성신여자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성신여대 교육대학원에서 강의를 담당했던 ㄱ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익명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성평등대책위원회(이하 성대위)는 학과에 이 사실을 알리는 한편, 추가 피해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다. 성대위를 통해 총 3건의 추가적인 성추행 폭로가 제보되었고, 이 중 1건은 제보자가 공개를 원치 않아 총 2건의 제보가 3월 29일 성대위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됐다.

제보자 A씨는 ㄱ교수에게 “2008년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며 “늦은 시간 술자리에 가게 되면 ‘노래방에 가자’, ‘비디오방에 가자’고 하거나 손을 잡는” 등 제보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ㄱ교수가 장학금, 학위, 취업 등 많은 부분의 결정권자였기 때문에 ㄱ교수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며 지도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대학원 내 분위기를 지적했다. A씨는 “주변 동료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고, 더한 추행을 당해 대학원을 포기하기도 했다”며 추가 피해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더불어 “#미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ㄱ교수에게”라는 글에서 ㄱ교수에게 2007~2009년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B씨 또한 “당시 여제자 중 ㄱ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고, ㄱ교수로 인해 대학원을 그만두거나 진학을 포기한 학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ㄱ교수는 올해 안식년을 보내고 있어 강의를 하고 있지 않으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학과장을 통해 “성신여자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보된 성추행 폭로 게시글을 읽어보았고, 해당 대학교에 출강한 것은 10년 전의 일이며 글에 쓰인 일체의 사안은 사실무근”이라고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본지에서는 ㄱ교수의 입장을 들으려 수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학교 측은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4월 초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를 진행 중이며 기사 마감일인 4월 29일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제보자 중 한 명이 본지에 전달한 바에 따르면 현재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과 증언자 다수가 조사에 응하고 있으며 직권조사는 제보를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에 있다. 다만 다수의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권조사의 시일이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는데, 제보자는 이로 인해 재학생들의 불안감과 진로에 대한 걱정이 커져 간다며 학교 당국의 정확한 조사와 신속한 처리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한편, 본교 문과대학 학생회는 4월 4일 피해호소인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자보를 게시하고 약 2주간 연서명을 모아 추가로 게시했다. 또, 문과대 학생회는 대학 당국에 △가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ㄱ교수가 학내 징계 및 사회적‧사법적 책임을 다하게 할 것, △학내 구조와 분위기를 재조명하고 장기적인 재발 방지책 및 실천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