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성폭력 사건, 검찰 ‘기소중지’ 처분으로 사태악화

  본교에서 지도교수가 대학원 지도학생을 성폭행했던 한 사건이 1여년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 A씨가 SBS와의 인터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6월 16일 저녁, A씨는 퇴근 후 지도교수의 회식 자리에 따로 불려 나갔다. 그 날 아침 지각을 했던 A씨는 지도교수인 문 교수가 자신을 혼낼 것이라고 생각했고, 회식 자리에 나오라는 문 교수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요받은 끝에 만취상태에 이른 A씨는 새벽 3시경 교내 연구실에서 문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만취 상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단축키를 눌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A씨의 친구에 의해 당시의 상황이 녹취되었다. 성폭행이 벌어지는 와중에 정신을 차린 A씨는 곧바로 현장에서 도망쳐 나왔다. A씨는 즉각 택시를 타고 인근 경찰서로 가서 해당 성폭행 사건을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된 후 며칠 뒤 문 교수는 경찰서에 소환되었으나 성관계 사실이 아예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 조사를 받는 도중 문 교수는 A씨에게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는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의 속옷에서 문 교수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오자, 문 교수는 진술을 번복했다. 문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는 합의에 따른 성관계였다며 진술을 번복했고, A씨에게는 돌연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2달여가 지난 작년 8월, 경찰 측은 문 교수를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해당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고려대 당국에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문 교수를 파면했다. A씨는 그에 따라 지도교수를 변경할 수 있었지만, 학업을 정상적으로 이어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검찰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면서 A씨에 대한 2차 피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문 교수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과 더불어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피해자 진술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된다는 점을 들어 기소중지의 사유를 밝혔다. 문 교수 측은 기소중지 처분 이후 A씨에게 일방적으로 합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재판에 가면 험한 소문이 날 것”이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포함하여 A씨와 그 가족에게 전화, 문자 메시지, 이메일, 편지, 직접 방문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현재 A씨와 그 가족은 이와 같은 2차 피해로 인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해당 사건에 기소 중지 처분이 내려진 적실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거짓말 탐지기’가 해당 사건 기소 중지 처분의 실질적인 이유가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각 지방검찰청은 연말에 3개월 내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건수를 조사하여 기관 평가에 반영한다. 해당 검찰청이 실적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미제사건의 수를 덜어내기 위하여 수사 중인 사건에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으리라는 것이 전문가의 추정이다. 한편, 11명으로 구성된 문 교수의 변호인단에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일부 포함되어 전관예우의 관례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는 지난 5월 4일 오전 11시에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총 측은 “증거가 명백하고 죄질이 불량한 이번 성폭행 사건은 당연히 구속수사 되었어야 마땅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인지 특권층의 대표자인지” 알 수 없게 된다면 “대학원생의 인권이 침해당했을 때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사건 발생 후 300여일이 경과한 지난 4월 12일, 현 사태가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에야 수사를 재개했다. 이어 4월 24일 검찰은 해당 건을 기소했으며, 오는 6월 16일에는 해당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다.

■ 반재영 기자 qkswodud1044@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