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칼럼> 대학의 민주주의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강태경

탄핵이후, 과연 적폐청산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3월 23일 감사원의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운동의 힘을 우리는 경이롭게 지켜보았다. 대선 정국으로 들어선 지금, 이 운동의 성과를 무엇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야당 대선 후보들이 ‘적폐의 청산’ 심지어 ‘혁명’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국민 대통합과 타협의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필자는 적어도 우리가 속한 대학의 문제를 고민한다면 촛불로 일궈낸 대통령의 탄핵은 그저 일시적 승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학과 대학원을 바꿔낼 승리인지조차 불명확하다.

이중의 모순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대학들

이번 23일에 제공된 감사원의 보고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프라임사업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육부가 개입하여 이화여대가 부당하게 사업에 선정되었고 평가점수가 더 높았던 상명대는 탈락하게 되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에 대학 관계자들은 프라임 사업을 위시로 한 정부와 교육부의 과도한 개입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도 감사원이 발간한 ｢대학 감사백서｣를 보면 대학의 운영에 다양한 견제장치가 불가피하다는 것 역시 확인된다. 대학생들의 등록금이 전용되고, 사립대학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면서 등록금 인상은 강행하고, 예산은 늘려 잡고 결산은 줄임으로써 등록금 인상요인을 과장했으며, 교수 임용비리와 학생 입학비리를 저지른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인 반값등록금운동으로 압력을 받은 국가가 개입하고 나서야 수십 년간 올라온 우리의 등록금 고지서의 숫자가 더 이상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시간강사들의 끈질긴 투쟁 덕에 근 몇 년간 국공립 대학은 시급이 단계적으로 꾸준히 올라왔지만, 사립대학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학개혁의 원칙으로서 대학의 공공성

요컨대 대학운영의 민주적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과 정부 어느 한쪽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 견제하면서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할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 전략을 구사하려면 학생들이 나름의 공론을 갖춘 세력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필자는 그 공론을 형성할 수 있는 조직이 학생회이며, 학생회가 공론을 모아낼 수 있는 전략적 원칙이 바로 대학의 공공성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성은 그 자체로도 바람직한 가치이지만, 동시에 대학이 존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어떤 명문대학이라도 재정적 완전 독립을 이룰 수 있는 곳은 없다. 아니 본질적으로, 교육이라는 행위가 사회적 잉여를 투입하여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일이라는 점에 비추어본다면 완전 독립이라는 것이 오히려 허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이 사회의 공공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제는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현실에서 대학 운영의 내부 비민주성과 부패, 그리고 대학원 내의 부조리와 인권침해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개입과 대중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전제 역시 공공성에 기대고 있다.

쉽지 않은 싸움, 그래도 현장의 이들로부터 배워야

탄핵정국의 시작을 열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는 이화여대의 투쟁은 한국의 대학이 권력과 어떻게 결탁하고 있는지를 폭로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타격한 훌륭한 투쟁으로 응원 받았다. 하지만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그들에 대한 반격은 언제든지 시작된다. 이화여대 전 학생회장은 교수와 교직원 감금 혐의로 2월 22일 기소되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동국대학교를 보면, 논문표절 총장과 종단의 대학지배를 막기 위한 학생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이 수년째 이어 지고 있지만 총장은 요지부동이다. 학생총회도 성사시켰고,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장기간 고공농성, 총학생회장은 50일 단식투쟁으로 응급실까지 실려 갔지만 학교는 언론에 주목을 받을 당시에는 한발 물러서는 듯하더니, 작년 7월에 단식투쟁을 했던 총학생회장에게 무기정학이란 징계로 보복했다. 학생총회의 명부를 학교로 반납하지 않고 임의 파기했다는 핑계다. 민주사회라기보다는 봉건사회에 가까운 한국 사립대학의 민낯이다.

이런 대학(원) 내부의 모순은 생각보다 해결책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거부하고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대학들, 학생들의 대자보의 내용까지 검열하는 대학이 흔히 보인다. 이사장의 사적인 영지처럼 운영되는 사립대학, 한국의 비정규직의 모순이 교육에 그대로 반영되어있는 시간강사제도, 너무 착취당해 괴로운 이공계 대학원생과 착취라도 당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인문계 대학원생들, 대학원 내의 인권침해와 논문대필과 표절. 이 문제들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구상되어야 한다.

종합적 대책을 위해서는 대학정책이 모순의 당사자들의 목소리로부터 재구성되어야 한다. 즉, 현장의 목소리를 발굴하기 위한 우리 스스로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재정에도 큰 보탬을 주고 있는 대학원생 연구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한 고려대와 동국대 원총 그리고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의 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본보기가 되는 사례이다. 모순을 겪고 있는 당사자를 만나고 그들로부터 배우고, 이를 개선하는 실천을 발굴하는 것 그 노력의 누적만이 적폐청산이든 혁명적 변화이든 개혁이든 불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