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육과가 여성주의 소모임 <난.파.> 일부 회원의 <야외지리조사> 수강을 금했고, 이에 여학생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3일 본교 지리교육과 학과장 성영배 교수는 지리교육과 공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여성주의 소모임 <난.파.> 일부 회원들에 대해 <야외지리조사> 과목 수강신청을 불허한다고 공지했다. 양성평등센터 신고인인 대학원생 조교 A씨와 <난.파.>소모임원의 접촉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당 게시물에서 학과장은 “대원칙인 ‘당사자 간 분리원칙’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여학생위원회는 6일 대자보를 통해 지리교육과의 수강불허 결정이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며, 과도하게 피신고인 <난.파.>소모임원의 권리를 제약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양성평등센터(센터장=이윤정, 양평)와 지리교육과 측은 수강불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강불허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

  본교 양성평등센터의 ‘성 인권 보호와 침해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 18조에는 센터장이 조사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피해자와 피신고인의 분리조치와 접근 및 연락금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여학생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수강제한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사건처리 종결 이전의 경우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할 시에 해당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양평 센터장이다. 여위 운영위원 B씨는 “규정상 센터장이 분리조처의 주체가 돼야 하지만 이번 조치는 학과장의 통보로 이뤄졌다”며 “아직 양평 조사위원회가 소집되지 않았기에 심의·의결과정 없이 공개적으로 통보된 분리조치는 피신고인들을 대학사회에서 낙인찍는 성급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지리교육과 페이지에 게시된 수강금지 공지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양성평등센터는 성 인권 보호 측면에서 사건 관련 당사자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주임은 “조사위원회가 소집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건 관련 상담·진술 등의 조사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며 “센터에 접수된 모든 사건은 접수순으로 처리하고 있고, 동시에 여러 조사위원회를 소집할 인력과 여건이 부족해 소집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 주임은 규정 18조에 언급된 분리는 징벌적인 성격의 조처라며 이번 지리교육과 학과장의 분리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노정민 주임은 “이번 분리조치는 조사 중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것으로 센터 실무자가 단체장에게 대원칙을 고지하고 협조요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강불허 결정을 내린 지리교육과 학과장은 “센터의 조언을 받아 결정했으며, 해당 학생들에게 모두 개별 공지 및 부가적인 상황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분리원칙, 최소화해 수정 적용하기로

  여학생위원회는 초반 적용된 분리조치가 과했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2017년 1학기 기준, 수강제한 대상이 된 <야외지리조사>는 총 세 개의 분반으로 구성되며, 신고인 A씨가 조교로 참여하는 강의는 그 중 하나다. 여위 운영위원 B씨는 “학과장은 A씨와 접촉할 일이 없는 다른 두 개의 분반에 대해서도 수강을 금지했다”며 “조치의 기준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양평 노정민 주임은 “분리 조치는 적용대상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이 가지 않는 선에서 최소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후 지리교육과는 <야외지리조사> 2개 분반에 대해 수강금지를 철회했다.

  여위는 나머지 한 개 분반에 대해서도 피신고인 <난.파.>소모임원에게 개별 답사를 적용해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위 운영위원 B씨는 “개별 답사를 허용하면 실질적 분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피신고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지리교육과 행정실에 따르면, 개별 답사 시에는 조교와의 대면이 없다. 교수 회의를 통해 정한 학과 내규에 따르면 개별 답사는 ‘졸업예정자’의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양평은 “이번 분리조치로 피신고인들의 졸업에 지장이 생겼다면, 추후에 개별답사가 가능하다. 현재는 이들이 졸업예정자가 아니기 때문에 규정상 개별답사 적용이 어렵다”는 지리교육과의 입장을 전했다.

4개월 가까이 지속된 논란

  지리교육과 여성주의 소모임 <난.파.> 사건은 2016년 11월 27일, 지리교육과 소속 대학원생 A씨가 <난.파.> 명칭과 ‘지리교육’과명 병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난.파.>측은 소모임명이 ‘난교파티’의 줄임말이며 ‘어지러운 물결’이라는 중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성애 중심사회가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부여한 ‘정상성’과 그에 어긋난 성관계를 난교라 지칭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정한 명칭이다.

  A씨는 당시 학생회장에게 ‘난교파티’라는 명칭이 충분한 설명 없이 과명과 결합하면 학과구성원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난.파.>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A씨의 익명성을 유지한 채, 공식 답변 자보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A씨는 해당 대자보에 대한 입장과 답변을 개인 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로 인해 실명이 일부 네티즌에게 알려졌다. 페이지를 통해 유입된 외부인들은 A씨를 향해 인신공격적·성인권침해적 글을 작성했고, 일부 소모임원은 이를 공유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난.파.>와 본교 지리교육과를 향한 모욕적인 언사가 다수 발견됐다.

  <난.파.> 소모임원이기도 했던 당시 학생회장은 A씨의 의도와 관계없이, 논의를 학생회장이 아닌 소모임원으로서 이끌어갔다고 사과했다. 또한 <난.파.>의 자보에서 사실과 다르게 ‘A씨가 소모임원을 개인적으로 불러 종용했다’고 표현한 것을 사과하는 자보를 작성했다. 이후 A씨를 향한 사이버 폭력이 계속되자 <난.파.> 페이지는 사건 확산을 막기 위해 삭제됐다. 이후 <난.파.>사건은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됐다.

  지리교육과는 사건 해결을 위해 작년 12월 2일 임시 지리교육과 학생총회를 열었고, 2017년 3월 3일 학과장의 수강불허 조치가 공지됐다.

글│구자원 9esource@
그래픽 | 김시언 s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