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배] 주희정의 팔색조 전술, 그리고 고려대 농구부를 향한 진심 어린 조언

“지금은 선수들의 프로를 위한 과정입니다.”
“프로에서 가치를 지니려면 여러 전술과 상황을 경험해봐야 합니다.”
“MBC배를 우승하고 정기전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SPORTS KU = 상주실내체육관(신관)/ 글 이승호 기자, 사진 이영은 기자] 8월 16일 상주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제35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이하 MBC배)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와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의 B조 예선 경기는 96-74, 고려대의 여유 있는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고려대는 MBC배 3연패를 향한 질주를 계속했다.

이날 경기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2쿼터 3분을 남기고 52-26으로 더블스코어 차이 리드를 가져간 고려대는 전반까지만 18개의 어시스트, 10개의 3점슛(14개 시도, 성공률 71%)을 기록하며 매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특히 얼리오펜스 상황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파생된 외곽 찬스들을 잘 살리면서 경기를 고려대의 흐름으로 이끌었다.

대부분의 3점슛이 어시스트에 이은 캐치앤슛으로 성공된 점은 고려대의 팀플레이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이에 주희정(체교95) 감독대행은 “전체적으로 선수들 슛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경기 시작 전부터 모든 선수가 하나가 되어 서로를 다독거리고, 으샤으샤 했던 행동들은 승리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어요.”라며 경기를 돌아봤다.

1쿼터 초반 고려대는 유난히 2대2 플레이를 자주 시도했다. 이는 확률 높은 득점으로 이어지며, 가드진과 빅맨 간의 발전된 호흡을 확인할 수 있었다. KBL(한국프로농구)의 전설적인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주희정 감독대행은 2대2 플레이에 대해 질문을 하자 더욱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의 지도 방향을 전했다.

“2대2 플레이할 때 스크린 오는 공격자만 보지 말고, 외곽에 있는 볼 없이 움직이는 선수들 움직임도 보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또한 공격자보다도 수비자의 움직임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죠. 그러다 보면 시야가 더 트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고요.” 그의 확실한 지도 철학 때문일까. 고려대는 기존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개인플레이 위주의 공격 패턴에서 탈피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동료 선수를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주희정 감독대행은 공격 이외에 수비에서도 더욱 다양한 전술을 지시했다. 2-3 지역방어와 박민우(체교17, F)를 앞선에 내세우는 3-2 지역방어를 혼용해서 중앙대를 효과적으로 수비했다. 이에 대해 “두 지역방어 다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어차피 우리 선수들이 프로에 나가서 연습하고 활용해야 할 수비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준비해서 알고 나가는 것과 모르고 나가는 것은 천지 차이죠. 그래서 2-3와 3-2 지역방어 외에 다른 많은 것들도 연습해보고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밝힌 주희정 감독대행. 그는 항상 현재도 중요하지만, 프로에 가서 선수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지도자였다.

그의 고민은 경기의 다른 부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3쿼터 초반 고려대는 색다른 수비 매치업을 가져갔다. 고려대 농구부 최단신(179cm) 가드 김형진(체교17, G)이 중앙대 센터(201cm) 박진철(중앙대17, C)을 마크했다. 주희정 감독대행은 이 수비 역시 의도된 훈련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저희가 올스위치하는 수비도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맡을 때 생기는 미스매치 상황을 의도했어요, 여기서 파생되는 수비 방법, 움직임 등을 연습해보고자 했죠. 아예 3쿼터 초반부터 이 패턴들을 연습하자는 취지로 수비를 했어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우리 팀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한편 주희정 감독대행은 시즌 초부터 얼리오펜스를 강조했다. 그 결과 현재 고려대는 속공에서 치고 나가는 속도와 힘이 매우 빨라졌다. 특히 이날 중앙대와의 경기에서 작년까지 약점으로 지적받던 무리한 드리블이 사라지고, 함께 달려나가면서 유기적인 패스가 굉장히 잘 이뤄졌다. 이는 고려대가 전반을 지배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럼에도 주희정 감독대행은 아직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대 팀에서 풀코트 프레스를 붙을 때, 저희가 미트-아웃(Meet Out)보다는 어라운드(Around) 플레이 식으로 병행을 했어요. 그래서 숏패스를 많이 하고자, 본격적으로 숏패스 위주의 연습을 진행한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앞으로도 이를 이어갈 생각이에요.” 중앙대와의 경기에서 화끈한 속공을 펼쳤지만 여전히 보완점을 찾고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고려대는 이번 MBC배 3연패에 도전함과 동시에 약 3주 후에 1년 중 가장 큰 경기인 정기고연전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MBC배 경기는 정기고연전 때 활용할 전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다. 고려대가 연세대학교에 절대적인 우위를 가져가는 부분은 바로 신장이다. 고려대는 장신가드(196cm) 이우석(체교18, G)을 필두로 앞선에도 신장이 좋은 선수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선수층을 활용하기 위해 주희정 감독대행은 여러 조합을 실험해보는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조합이 박민우(체교17, F)-하윤기(체교18, C)-박정현(체교16, C)을 동시에 기용하는 ’3빅맨‘ 조합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3빅맨과 함께 이우석과 신민석(체교18, F)이 호흡을 맞추며 평균 신장 2M를 완성했다. 일명 ‘1000cm 조합’을 선보인 것이다.

반면에 3쿼터 초반, 파격적인 ‘4가드’ 시스템도 구성했다. 주희정 감독대행은 각각의 조합에 부가설명을 덧붙였다. 우선 ‘3빅맨’에 대해서는 서로의 단점을 커버해줄 수 있음을 장점으로 들었다. “예를 들어, 하윤기 선수는 기동력이 매우 좋아요. 그에 반해, 박정현 선수는 기동력보다 외곽슛 같은 슈팅에 더 강점이 있죠. 그러다 보니 높이를 보강하는 효과와 함께, 인-아웃을 동시에 공략할 수가 있어요.”

주희정 감독대행이 이런 여러 조합을 맞춰보는 이유는 또 있었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 향상을 위함이었다. “‘4가드’ 시스템은 기동력이나 외곽슛을 강화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앞선에서 김형진 선수 외에는 장신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요. 사실 이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은 큰 선수도 작은 선수를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런 부분이 돼야 프로에서도 메리트가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이렇게 주희정 감독대행은 당장의 한 경기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앞날까지도 고민을 거듭했다. 이날 중앙대 경기는 김병수(체교17, G)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코트를 밟았다. 또한 무려 8명의 선수가 15분 이상 뛰며 로테이션을 가져갔다. 특히 후반에는 여러 선수를 바꿔 주며 체력안배에도 신경을 썼다. 그렇기에 후반은 전반과 다르게 공, 수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나왔다.

그러나 주희정 감독대행은 후반의 경기력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후반에는 좀 더 여러 선수를 기용하면서 전술적인 합도 맞춰보고자 했어요. 올해 박정현 선수와 김진영(체교17, G) 선수는 드래프트에 나가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그 이후도 있고 계속 함께하기에 전술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렸어요. 일요일에는 명지대학교(이하 명지대)와의 경기도 있어서 무리는 하지 않고자 했죠. 한 선수에만 의존하면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려대는 이날 경기 후 단국대학교가 명지대에 승리함에 따라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18일에 고려대는 명지대와 B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주희정 감독대행은 “MBC배는 정기전을 토대로 준비를 해가는 과정이에요. 물론 MBC배 목표 역시 우승입니다. 대회 3연패를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몰아 정기전을 맞이하고 싶어요.”라며 각오를 밝혔다.

주희정 감독대행의 인터뷰에는 항상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선수들의 프로 이후까지도 바라보면서 전술과 훈련을 짜고 경기에 임했다. 고려대는 시즌 초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며 15학번의 공백을 크게 느꼈다. 그러나 주희정 감독대행은 이 상황을 빠르게 타개하며(고려대 공식 경기 9연승 진행중) 이번 MBC배에서는 다양한 전술까지 실험하며 고려대에 색을 입히고 있다. 과연 그가 전술적 완성도, 선수들의 개인 능력, 그리고 팀 성적까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4 01: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