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여러 가수들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하여 동남아권까지 진출하면서 영상물 중심의 한류를 넘어서 문화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신(新) 한류’ 붐이 일고 있다. 그런데 한류와는 반대로 반한 감정과 혐한류도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The HOANS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최근의 한류와 혐한 사이의 관계를 짚어 보았다. 
 

1990년대 중반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등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급격한 관심이 생겨났다. 1999년 중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이 관심을 한류라고 표현했고 그렇게 시작된 한류는 중화권을 넘어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까지 퍼지게 되었다. 한류 열풍은 우리나라 문화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한류를 주도하는 배우들과 가수들은 현지에 수많은 팬클럽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주연을 맡았던 배우 배용준은 아직까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란에서도 드라마 ‘대장금’이 최고 시청률 90%, ‘주몽’이 85%를 달성하는 등 한류는 많은 국가들의 문화 산업을 휩쓸고 있다.

최근 들어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과 같은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큰 관심을 얻으면서 한류의 불씨가 재점화 되고 있다. ‘신(新)한류’ 붐이 일고 있는 것. 인터넷 상의 국가 간 경계가 옅어지면서 이를 활용한 국가적 마케팅도 새로운 한류 열풍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그룹 소녀시대는 일본에서의 정식 데뷔 전 세계적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일본판 뮤직비디오를 선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일본 팬들이 쉽게 그룹을 접할 수 있었고 소녀시대는 일본 진출 후 큰 인기를 누렸다. 그룹 카라는 정식 데뷔 전에 일본의 연예인이 카라의 팬이 되면서 카라의 일본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해당 국가에 정식으로 진출하기 전에 현지인들의 관심을 얻게 된 것은 활동에 있어 큰 이익이며 덕분에 카라는 현재 소속사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엔터테이너들의 해외 진출과 이에 따른 호응으로 보아 그간의 한류가 영상물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가요를 포함한 대중문화 전반에 한류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아시아 전역으로 한국의 대중문화 흐름이 뻗어나가면서 여러 국가들에서 한국 제품과 기업에 대한 인식까지 좋아지고 국가 이미지의 상승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한류 열풍을 이용해 문화계뿐 아니라 경제계와 정치계의 국가 이미지도 향상시키고자 하고 있다.

더해가는 혐한 감정

하지만 이렇게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커다란 호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과는 모순되게도 극렬한 혐한 감정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혐한은 주변국과의 전통적인 감정적 마찰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근대 이후 서양의 여러 나라들과의 교류와 더불어 생긴 문화적 편견에서도 시작된다. 그 동안 일본과 중화권에서 한류가 퍼지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한류의 흐름에 반기를 들고 한류를 배척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대만에서의 반한 시위와 한류스타에 대한 악의적 흠집 내기 등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대만 선수가 부정 센서 착용으로 탈락되자 대만 내에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이 중국 심판과 짜고 대만의 금메달을 빼앗아갔다’라는 음모론이 대만 내에 퍼지게 되었다. 이 음모론은 대만 현지인들이 태극기를 태우는 등의 격렬한 시위와 함께 한국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결과를 낳게 했다. 대만에서의 이러한 반한 시위는 한국인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또한 일본에서는 ‘한국 스타들은 성형 중독이다’와 같은 악성 루머의 확산이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 여가수들의 성접대 만화도 그려지는 실정이다. 한 한류스타의 교통사고 소식에 이를 기뻐하는 악성 댓글이 줄지어 달린 것은 혐한 감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였던 한경은 그룹을 탈퇴하고 중국으로 돌아가 혐한 CF를 찍어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그가 혐한 CF를 찍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혐한 CF가 방영이 되고 효과를 누릴 만큼 중국에서 혐한의 골이 깊다는 것이다.

사실 혐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반한 감정 자체는 한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국가적 관계에 따라 형성되어 온 감정이다. 긴 세월 동안 중첩된 서로 다른 정치 이념과 역사 의식을 비롯해 자국 중심의 감정이 어우러지면서 반한 감정은 깊어진다. 각 나라에서의 몰지각한 한국인의 행동 또한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국인이 필리핀에 유학을 가 필리핀 여자들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뒤 버리고 귀국하는 일들이 급증하는 것이 그 원인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 행해지는 사실도 해당 외국인 노동자의 고향에서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혐한류 또한 한류가 꽃을 피웠을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한국 문화에 자국 문화가 잠식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식은 이전의 반한 감정과 뒤섞여 한류와 한국을 부정하는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혐한 감정이 단순히 한국이 문화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는 것에 대한 경계라 치부하고 무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혐한, 그 대응 방안은?

그런데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대응 방식은 오히려 혐한 감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지난 아시안컵축구 한일전에서 우리나라의 기성용 선수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후 ‘원숭이 세리머니’를 보였다. 그는 경기 후 트위터에 ‘관중석의 욱일승천기를 보는 순간,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라는 글을 남겨 네티즌들은 그가 반일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행동은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상대국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행동이다. 감정적인 혐한에 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대응 방식을 보이거나 한류를 과신하고 혐한 감정을 열등감의 소산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혐한을 강화시킬 여지가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덧붙여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더 높여 혐한 감정을 약화시키겠다고 하면서도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신(新)한류 진흥정책’에 따르면 정부는 ‘한류 지도’를 제작함으로써 한류 수출과 흥행 현황 등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한류를 활성화할 방안만을 담고 있을 뿐 한류를 받아들이는 국가에서의 혐한 감정을 잠재울 방안은 그다지 담고 있지 않다. 해외 한류 관련 파워 블로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전략 또한 결국 해당 국가에서 한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집단과의 교류만을 위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류로 혐한 감정을 그저 덮어버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채 안에서 곪도록 만들 것이다. 문화를 이끌어갈 각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한국문화 이해와 우호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기다.

문화계에서도 ‘한류 스타’ 몇 명만을 키워 이들에 한류 흐름을 의지하기보다는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개발을 통해 컨텐츠 면에서의 수출을 노릴 필요가 있다. 단순히 소수의 스타에 의존한다면 스타 시스템에 위기가 닥쳤을 때의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 풍부한 깊이의 컨텐츠 개발과 관련 인프라 구축, 그리고 시의성 있는 법제화로 한국의 문화 산업 자체를 발전시키고 동시에 해외에서의 문화적 입지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혐한 감정의 완화와 풍부한 한류 컨텐츠의 확보를 위해서 정부 차원의 노력과 문화 산업에서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류로 타국을 문화적으로 지배한다는 우월감에서 벗어나 진정한 양국의 문화 교류를 위한 노력을 보일 때 각 나라에서의 혐한 감정이 수그러들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류 유입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태극기를 찢거나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등의 몰상식한 대응을 자제하고 성숙한 문화 교류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각국 국민 간의 감정적 대립을 축소하고 한류라는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발판삼아 국가 간의 더욱 풍부한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가연 기자 greenrkdus@korea.ac.kr
손보람 기자  br--aa@korea.ac.kr